그리고 이건 당연히 변명이다
오늘은 연차였다. 12월 4일의 24시간이 오롯이 내 것이란 의미였다.
이 정도의 시간은, 무엇을 쓴다고 했을 때 글쓰기의 시간으로 가질 수 있는 시간 치고 꽤 긴 시간이다. 장편소설이나, 120분짜리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야 없지만.
‘매일’ 쓰는 일에 대해 쓰거나 일정한 기간 만이라도 (예를 들면 30일) ‘매일’ 쓰자는 동료 라이터들을 구하는 글들을 보곤 한다. 난 그렇게까지 꾸준하기 쉽지 않아서 볼 때마다 모른 척하고 내 페이스대로 쓴다.
미리 써놓은 글이 없는 요즈음, 나는 쓸 때마다, 겨우 쓴다.
단편적인 글감이라도 매일 쓸 거리를 찾아낼 수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그런 글을 쓴다면 그건 내 삶에서 사실 ‘글 착즙’을 하는 것이지 매일 글로 써도 될 만한 소재가 나오지는 않는 것 같다(내 일상 기준).
다행히 이런 나에게도 글을 아예 못 쓰라는 법은 없어서 갑자기, 5-6개의 소재가 나올 정도의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날의 이야기는 힘이 들더라도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제목을 고민하며, 많은 양의 글로 부지런히 갈무리했다가 나누어서 규칙적으로 올리고 혼자 뿌듯해한다.
나 꽤 성실하구나 하며.
그리고 오늘은, 아무 일이 없더라도 뭐라도 쓰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쓴 게 아니라 돈을 썼다. 정말 글을 쓰고 싶은데 아무것도 쓸 게 없어서 돈이라도 썼다.
썼다, 라는 동사가 같으니 글과 돈이 동일선상에 있는 거 같다고 느끼고 싶다. 당연히 같은 씀, 은 아니지만 후자의 씀, 도 그래도 삶을 나아가게 하는데 꼭 필요한 일이니까 잘한 거라고 나 자신을 토닥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