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때려치울 거야
정답이 없는 질문들이 있다.
종교나 철학 같은 분야로 치면 오래된 화두 같은.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짜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몇 대 맞을래?
뭐 이런 질문. 그리고 진부하게도 이 질문도 있다.
사랑과 우정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사진출처 : sbs <토크가 하고 싶어서>
토크쇼에서 저 장면을 보자, 내 대답은 뭘까 생각을 해보게 됐다. 진부한 질문이지만 예전부터 답을 잘 모르겠는 질문이기도 했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 보니 중학생 때(그때 뭘 안다고)도 이 질문을 가지고 친구랑 진짜 그런 일이 생기면 누굴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내가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질문의 기본 상황 설정은, 내 친구와 내 남자 친구가 사랑에 빠졌을 상황이 발생했다고 쳤을 때, 내가 누구를 선택해서 둘 중 어떤 관계를 남기냐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사랑이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내 남자 친구가 일방적으로 내 친구를 사랑해서, 내가 내 친구와 내 남자 친구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한다거나, 내 친구 혼자 일방적으로 내 남자 친구를 사랑해서, 내가 둘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고 한 사람은 포기,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랑과 우정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코앞까지 왔다면, 내가 선택을 해야 하기 전에 그들의 선택이 이미 다 끝났다.
그때 이미 그들은 내가 아닌, 자기 자신들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선택했다. 그러니 나도 내 마음을 아껴주는 선택을 하는 게 나에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중학생 때부터 시간 날 때 종종 고민하던 이 질문의 결론이다.
굉장히 논리 정연하고 이성적인 인간인 척 썼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몹시 짜증이 날 것이다. 내가 보기보다 감정적인 사람이지만 답은 이미 정해두었으니까 속으로야 당황할지 몰라도 침착하게 이렇게 말하겠지.
그냥 둘 다 안 봐. 너네 둘 다 꺼져.
사진출처 : sbs <토크가 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