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실패의 기록이랄까_3

by 시은


돌이켜 보면, 사실 좋았다.


작가로 데뷔를 해서 내가 쓴 이야기가 영화화되서 그걸로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그것으로 생활이 영위되고, 이왕이면 부유해지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내 진짜 궁극적인 목표였지만, 그걸 이루지 못한 지금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목표를 가졌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닌 건 다 알고 있었으니까.


왜 그만두려하냐고 묻는다면, 이제 체력이 달리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와서 쓰기도 했고, 새벽 2-3시까지 쓰고 8시 40분까지 출근해 6시에 퇴근하고 또 쓰기도 했던 날들이 대부분이며, 글이 거의 완성된 기분에, 컨셉도 훌륭하고, 대중의 취향 저격일 거라 믿으며, 이번엔 될 거라며 고민 끝에 밥벌이를 그만두고 대출까지 받아가며 당겨쓴 빚으로 아껴쓰며 생활하며 원하는 만큼의 시간과 퇴고를 거쳐 글을 완성해보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쓴 것도 결국 안 됐다. 이젠 퇴근하고 쓸 수 있는 날보다 못 쓰는 날이 더 많다. 쓰는 속도도 빨라지지 않는다. 저때 쓴 빚도 갚아야 한다. 넌 진짜 열심히 쓴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꾸준하게 쓰려고 했지만 게으르게 보낸 적도 종종 있었던 것 같은데 긴 흐름으로 봤을 때 그래보였나 보다.


성실했다고 말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성실하지 않으면 난 서울에서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에 성실했던 거였다. 서른이 되면 겁먹고 도전하기 힘들어질까봐 경제적으로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택한 도전이었으니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경한 것이라 방세부터 밥값까지 어느 것 하나 내 힘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와중에 글을 계속해서 쓴 건, 우선 난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고, 생계를 위해 최저임금적용밖에 안 되는 월급의 사무직을 하지만, 결국 죽을 때 밥벌이로 하는 일은, 글일 것이고 그게 내 노후 경제대책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컸다.


그때도 조금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 ‘될 것 같다’ 는 느낌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되었다.


어쨌든.


글을 쓰면서 짜릿한 적도 많았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족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된 공간에서 글 쓴다는 것에 행복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쓴 글이 내 삶에 경제적 기반이 되주지는 못했다.


특히 서울에 온 초반의 1-2년 동안은 진심으로 될 거라 믿고,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고시원에 틀어박혀 쓴 적도 있고, 거기서 돈이 떨어지면 간신히 밥만 먹고 살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몇 개월 버텨지겠다 싶으면 그걸 깎아먹으며 다시 시나리오를 쓰는 어리석은 생활도 종종 했다.


진짜, 나는 될 거라 믿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드디어 인정하게 된 사실은, 내가 짐작한 것보다 내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됐으면 벌써 뭐라도 됐겠지.


그래도 대부분의 시간, 행복했다. 글 쓰는 생활을 하느라, 돈도 거의 모으지 못했지만 말이다.


작가가 될 생각만 아니었으면, 그래서 서울에 올라와 글을 쓰느라 자취를 하는 일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돈을 못 모으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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