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영화
최초로 쓴 이별 영화의 줄거리를 생각하다 보니, 이 이야기도 내가 최근에 쓰는 이야기들과 같은 주제이긴 하다는 걸 알았다.
요즘 쓰는 시나리오들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순간들을 그릴 때, 좀 더 로맨틱하고 시각적이고, 감정에 있어 그 감정을 위한 행동이 더 구체적이고 치밀하고 다양해지고 배경 스케일이 좀 커졌을 뿐이다.
사랑하던 두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두 사람 모두 사랑이 시들해진다. 여자가 이별을 고한다. 남자는 헤어지긴 싫지만, 처음처럼 뜨겁던 사랑이 아니고, 사랑이 식은 걸 자신 역시 알기 때문에 잡지 못한다. 여자친구가 헤어지며 남자의 자취방에서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 나간다. 그 순간 헤어지는 걸 막을 수 없지만 완전히 잃기는 싫었던 남자가 자존심이 있으니 심하게 매달리지는 못하고, 우리 친구로는 지낼 수 있지 않냐 묻고 그 얘기를 듣는 여자의 심리를 그린 이야기였다.
저 이야기는 5분 안에 끝내야 해서 지금 쓰는 장편영화처럼 길게 쓸 때만큼 구질구질하거나 처절하지 않고 간결하게 끝났다.
최근에, 혹은 서울에 와서 썼던 이야기들은 남자가 떠날 때가 좀 더 많고, 사랑이 식었다는 로맨틱한 이유보다 제도나, 상황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하는 게 더 많기도 하지만 결국 내가 반복해서 쓰는 패턴의,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연인과 사랑하거나 헤어져본 적 없었을 때에도, 나는 아끼는 누군가와 피치 못할 이유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그 사람을 뺏으려고 하는 누군가, 혹은 세상과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그 사람과 분리되어 헤어질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그 사람을 잃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썼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사람은 원래, 사랑하는 사람 얼굴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처럼 좋아하는 걸 계속 반복 시도한다는데,
좋아해서 반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서 반복하는 것 같다. 물론 좋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