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작가란 누구인가/무엇인가

희소성,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

by 시은

시나리오 작가는 왜 이렇게 많은가. 아니, 작가 자체는 왜 이렇게 많고 난리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먹고살 만한 작가가 되느냐’와는 별개로 작가들의 직업 만족도는 꽤 높다. 그래서 다들 불확실한 미래, 불규칙한 소득에도 계속 쓰는 것이고.


다만, 그래서 희소성이 적다. 글을 쓰고 자기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디에나 널린, 글을 쓰는 사람들.




글을 쓰는 작가 지망생의 공급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르지 않는다. 그 안엔 돌멩이와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뭐가 뭔지 모르게 섞여 있다.


재화는 당연히 희소성에 따라 그 가격이 매겨진다. 작가도 사실 마찬가지다. 희소하면 가격이 비싸고, 덜 희소하면 가격이 싸다. 물론 희소성이 단순히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지만 사람도 재화로 보자면, 슬프게도 작가라는 무리 자체가 희소성이 높지는 않다. 유입이 너무 많으므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는 사람 중엔 얼토당토않은 사람들도 많다(이것도 할 말이 많은데 다음에 하자). 하지만 그 안에 분명 진주도 있고, 다이아몬드도 있다. 문제는 그걸 거르고 알아보는 것도, 그래서 빛을 발하도록 예리하게 세공하는 것은 많은 품이 든다는 것이다. 내가 본 얼토당토가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훗날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보다는 다이아몬드가 이리저리 굴려지다가 찬란한 빛을 잃는 경우, 그리고 진주에 어이없는 스크레치가 나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글을 쓰는 걸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 그러니까 글 쓰는 사람에서 작가가 된, 진주와 다이아몬드 같은 사람 중에 좀 더 노련하게 스토리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고 싶어도, 그럴 에너지가 없어서 그냥 돈을 주는 곳에서 ‘시키는 글’이나 쓰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사용되고 마는 경우가 참 많다.


그들과 맞닿아 있는 세계가 이런 사람들을 알아보고 성장시킬 기반이 없는 세계라면 흔한 말로 재능이 소진되는 것이다.


슬프다. 그런 ‘진주와 다이아몬드’가 가지고 있던 찬란한 영역이 사라질까 봐. 아니, 그들이 그런 식으로라도 돈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들이 쓰고 싶어 하는 글을, 원하는 방식으로 쓰는 날이 올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왜 이렇게 숫자는 많으면서 영향력은 없는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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