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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은 Aug 22. 2019

나의 아카데미아

#2_전연인에 대하여

어머니는 내가 어릴 때 사람은 다 끼리끼리 놀게 되어 있다, 고 말씀해주시곤 했다. 내 성격이 어떻다거나 어떤 친구를 가리켜서 하는 말은 아니고 그냥 비슷한 성향끼리 가까워진다는 뜻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들었던 어떤 수업은 부모님에게 서운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을 따로 모은 것도 아닌데 다들 고통의 카테고리가 비슷했다. 신기하게도.


몇 년 후 다른 아카데미에서  알게 된 친구가 있는데  공모전을 준비하며 그 친구와 가까워졌다. 이사할때가 되서 나는 그 친구 동네로 이사까지 가게 되면서 시도때도 없이 편하게 맥주도 종종 마시게 되었다.


공모전이나 글 관련해서 보자고 하긴 했지만 남자끼리 모이면 여자 얘기 하듯 여자끼리 모이자 남자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나는 전남친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상태여서 누굴 만나도 그 친구 뒷담화를 하곤 했다.


나는, 순전히 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서로의 차이를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헤어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가장 친한 친구에게 내 뒷담화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때문이었는데

(이에 관한 이야기는 전에 밤꽃길이라는 글에 쓴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sns에도 실명을 쓰진 않았지만 읽어보면 나를 두고 한 욕이라는 것을 알수 있는 글을 쓴 것도 있었다.


내가 작은 것에 쉽게 감동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성적인 편인데 그 남자친구는 내가 세뇌당할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감동받아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자기만한 남자 못 만난다 그랬는데 감동은 감동이고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나도 그만큼 배려를 하는 편이기도 하고 데이트 분위기 깨질까봐 솔직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전 연애에도 그 이후 연애에도 비슷한 배려 수없이 받았다.


 그리고 나도 그 친구에게 그만큼 해줬지만 나만한 여자 못 만난다와 같은 근거 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 친구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훗날 나보다 훨씬 괜찮은 여자를 만나면 만나는 거지 내가 어쩔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그가 그럴 정도로 멋있는 인간이어야 가능하겠지만 내 경험상은 그럴 가능성이 낮지만.


헤어져야겠다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말이 떠오르면서 누굴 만나도 다 너만큼은 하겠다, 싶으면서 이 정도도 안 하면서 연애하겠다는 게 비윤리적인 거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듣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편의상 T라고 하겠다.


-니가 만난 애는 내가 만난 애에 비하면 양반이야. 누굴 만나도 얘만큼은 하겠다? 나는 진짜 얘만 아니면 누구라도 괜찮겠다임. 석달 사귄 주제에 헤어진 지는 6년 됐는데 또 연락왔더라. 자니, 가 뭐냐. 누가 보면 좋게 헤어진 줄.  


그러면서 T가 자기가 들었던 아카데미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를 해주는데 거긴 이혼을 한 분들이 꽤 있었다. 듣던 내가 입을 틀어막자 T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이별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기도 하고 거기 이혼하게 된 이유들 듣다 보면 우리 에피소드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긴 함.


다행인 삶만 살아서 아주 드라마틱한 글을 못 썼나 보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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