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탕이 좋은 터키부부

인연이란 이렇게 살짝만 스쳐도 짙어지는 법이다

by 뉴새로미

처음 이 커플을 만난 게 벌써 3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가게가 한산해진 늦은 저녁 마감을 준비하고 있을 즈음에 한 커플이 들어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법한 비주얼의 커플이었는데, 너무 멋있고 예뻐서 자꾸만 눈이 갔다. 1번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셨는데, 음식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스태프에게 무언가 물어보는 것 같았다. 설명을 들어보니 보양탕을 시켰는데 고기가 거의 들어있지 않다며, 원래 이 정도만 나오는 것인지 정중하게 물어봤다고 한다.

바로 뛰어가 손님 앞의 탕을 보았다. 그 고기의 양이 정확한 양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일단 고기를 많이 넣어 만들어 드려야겠다 싶었다. 고기 조금 더 넣는다고 가게가 망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다시 새로 만들어서 손님께 가져다 드리며


"죄송합니다, 주방에 원래 양보다 고기를 많이 넣어달라 부탁드렸어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고 하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왔다. 맛있게 식사를 하시고 계산을 하고 나가시며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그렇게 시작한 인연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졌다. 지금은 이 커플은 터키 본가에 머무르고 있고 10월쯤에야 돌아온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가게에 와서 점심이나 저녁을 했다. 왜 인지 모르게 볼 때마다 너무 반갑고 좋았다. 92년생, 93년생으로 나와 비슷한 또래여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우리 가게표 고추장을 좋아해, 늘 반찬 조금과 함께 싸주기도 하고 또 이 친구는 여행 다닐 때마다 간식거리 선물을 사다 주기도 했다.


IMG_2934.JPG 선물 받은 터키 전통 디저트. 안에 피스타치오와 견과류를 꿀에 절인 것들이 들어있다. 평생 먹어본 디저트 중 가장 달다.


2년 넘게 일주일에 한 번씩 보니, 정이란 정은 있는 대로 들어서. 서로 전화번호 교환은 물론이오 식사도 함께 하곤 했다. 여자 손님의 이름은 이즈키엘, 남자 손님은 딜런. 그렇게 손님과 직원사이로 서로 알아가던 어느 날, 이즈키엘이 자기 임신 8주라며 눈물을 훔치며 내 손을 잡았다.


"나 너무너무 기다렸거든. 임신이 안돼서, 평생 아기 못 가질까 봐... 근데 나 8주래!!!"


아기 가지고 싶다고 몇 번이고 말하던 이즈키엘이었어서 나까지 눈물이 났다. 얼마 안 된 인연이지만 서로의 축복을 빌어주는 데는 얼마나 알고 지냈는지는 중요치가 않다. 2년 동안 서로를 응원하고, 또 손님으로 계속 와주는 부부가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인지 축복도 배로 더 쏟아주고 싶었다. 임신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도 이상하게 한식 먹고 싶은 날이 너무 많아졌다며. 매운 게 그렇게 끌린다고, 보양탕이랑 양념치킨을 게눈 감추듯 먹었다.

올 때마다 배가 더 커지는 게, 바쁘게 살아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가늠을 못할 때가 많았는데 이즈키엘의 배를 보고 벌써 이렇게 됐나? 했었다.


이즈키엘은 너무나도 귀여운 왕자님을 낳았다. 아빠를 닮아 큰 눈을 가졌고, 이즈키엘의 그리스로마 여신스러운 파마머리를 똑 닮았다. 너무나도 예쁘고 귀여운 아기, 엄마 아빠를 어쩜 그렇게 반반 예쁘게 닮았는지 신기했다. 나를 보고 방긋방긋 웃는 것도 귀여워서 그냥 깨물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스카일러. 이모가 너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맛있는 거 많이 해줬어!! 나중에는 엄마 손잡고 올 거지?" 하며 통통한 발을 흔들흔들해주니까 자지러지듯 웃었다.

이제는 손님보다는 친구가 되어버린 너무나도 좋은 해피엔딩의 사이가 되었다. 이 친구들은 터키에 사시는 부모님, 그리고 친구들도 데리고 오고 우리 가게 홍보를 톡톡히 해주고 있다.


스카일러의 유모차를 끌고 가게에 온 어느 날, 1번 자리가 비어있어서 그 자리에 이즈키엘과 딜런에게 자리안내를 해주었다. 처음 이 둘을 본 날, 그 자리 그대로. 바뀐 게 하나 있다면 귀여운 꼬마손님이 하나 늘었다. 1번 자리에 앉아있고, 나는 카운터에 있는데 이즈키엘과 눈이 마주쳤다. 둘 다, 서로에게 눈을 떼지 않고 웃었다. 그리고 이즈키엘은 눈물을 흘렸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이 모든 게 감사해서 울었어. 이 가게에 와서 너를 만나고 우리 아기를 이곳에 데려오고. 마치 호주에 있는 친정처럼 느껴져. 고마워"라고 했다.

나는 이즈키엘과 딜런이 가게에서 나가기 전, 이 둘을 꼭 껴안아주며 말했다.

"너희는 내 평생 손님이자, 앞으로 더 알아갈 좋은 친구들이야. 우리 가게에 잊지 않고 늘 찾아줘서 고마워"


10월쯤 다시 호주로 돌아온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보고 싶다. 못 본 지 벌써 3개월인데, 꼬마손님은 얼마나 컸을지 기대가 된다. 이 아이가 커서,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가게에 들어오게 되는 날 나는 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릴지도. 아마 우리 가게에 온 손님 중 가장 요정같이 생긴 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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