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함께 하신 마지막 식사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by 뉴새로미


2주에 한 번꼴로 4인 가족이 가게를 찾아 주셨다. 너무 자주 와서 모든 직원이 그 가족을 알고 있을 정도의 단골이었다. 호주인 아빠 한국인 엄마 그리고 딸하나 아들하나로, 올 때마다 너무 행복해 보이고 단란해 보여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은 손님가족이었다. 늘 계산하고 남은 돈은 그 돈이 얼마가 되었든 팁통에 넣어주고 가시고, 힘들지 않느냐며 되려 손님이 우리를 다독여주시고, 또 한국인끼리 도와가며 살아야 한다며 바쁠 땐 음식 좀 더 기다려도 되니 천천히 달라고 하시는 그런 분들, 직원들에게 잘해주셔서 모두가 좋아하는 손님가족이었다.


"오늘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 너무! 맛있쏘 쏘여. 감삽니다~"라고 어눌한 한국어로 꾸벅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를 하고 하시던 남자손님.


평소 같으면 그저 미소로 인사드리며 감사합니다라고만 했을 텐데, 그날은 음식맛을 여쭤보며 좀 더 길게 대화를 했던 것 같다.


"요즘 더워요. 더위 조심하세요~~"라고 영어로 하니

"이럴 때는 수영해야 돼요. 시드니 최고! 수영은 바다 가서!"라고 하셨었다.


2주에 한번, 자주 오실 때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와주시던 가족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한 달을 넘게 안 오셔서

직원들이 다들 궁금해할 정도였다.


"어? 그러고 보니 그 가족 안보이시네...? 한국 가셨나?"라고 다들 궁금해하던 때에 2-3달 만에 그 여자손님이 아들과 함께 다시 우리 가게에 오셨다.

입구에서 들어오시는 걸 보고 거의 못 알아볼 정도로 너무 마르셔서 다들 놀라했다. 그 손님은 가게에 들어서시자마자 무거운 발걸음으로 카운터로 직행하셨다. 어깨엔 무거운 짐이 한가득 올려져 있는 듯한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오시며 이미 붉어진 눈으로 나보다도 더 오래 이 가게에서 일한 언니 손을 꼭 잡고 다시 봐서 반갑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리고는 흐르는 눈물을 참으시는 듯, 천장을 한참 보시다가 무슨 말을 뱉으시려 머뭇거리셨다.


"왜 이렇게 마르셨어요, 한동안 안보이셔서... 너무 걱정했어요" 나와 매니저 언니 둘 다 같은 말을 꺼냈다.


"사실...."



하얗게 부르터버린 입술을 힘겹게 여시며, 손님 입에서 나온 말을 우리는 믿을 수가 없었고. 오래 일한 매니저언니는 그 자리에서 어찌할 줄 몰라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가리며


"어떡해요......"만 반복했다. 손님은 그런 언니를 꼭 안으며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우리 남편이 그렇게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언니를 껴안고, 뒤에서 함께 흐느끼는 내 손을 잡은 채로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어느 주말에 아들딸과 함께 같이 바다에 수영을 하러 갔다가. 아들이 물에 빠져, 그 아이를 물 밖으로 밀어내시고는 파도에 휩쓸려 그대로 떠내려가 버리시고는 사망한 채로 나중에 발견이 된 모양이었다. 뉴스에도 날 정도로 놀랄 일이었다.


빼빼 말라버리고 볼도 움푹 파여 정말 얼마나 힘든 나날을 보내시다가 오신 건지 가늠이 안될 정도로 가슴이 메어지는 모습에 직원들이 모두 무너졌다. 늘 고등학생인 큰 딸과 동행했는데, 그날은 아들과 단 둘이 오셨다. 늘 넷이서 한상을 차지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다.

또 그 아들은 전과는 다르게 쭈뼛쭈뼛 대는 모습에 아빠를 잃은 슬픔이 어찌나 클지 너무나도 속상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짧은 새, 사춘기 여드름이 더 많이 올라와있고, 직원들과 눈물을 흘리는 엄마 뒤에 서서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춘기라 예민한 시기일 텐데, 본인을 구하려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다니 그 고통을 어떻게 견딜까. 눈이 정말 예쁘고, 누가 봐도 순수하고 착한 아이..... 그저 꽉 껴안아주고 싶었다.


그 둘에게 힘내라는 말밖에 입 밖으로 어떤 말을 내뱉어야 할지 몰랐다. 손님이 가신 후 뉴스를 찾아봤다, 더 자세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보니, 아들을 구하시고 돌아가신 그 손님은 경찰관이셨고 그날 마침 비번이어서 가족과 함께 놀러 갔다가 참변을 다한 거라고 했다.

그 슬픈 소식을 들은 이후로도 엄마와 아들손님은 늘 함께 왔다. 딸은 무슨 일인지 단 한 번도 함께 오지 않았다. 혹시, 아빠가 돌아가신 게 남동생 때문이라, 그 아일탓하며 서로 멀어져 버린 게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따님 어디 갔냐 물어보면 이제 다 커서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만 해주셨다. 남편을 잃은 슬픔도 상상이상의 고통일 텐데, 자식들 때문에 속 끓는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식사하러 오시면 그렇게 반가울 수 가없다. 마치 우리 이모 같고, 고모 같고... 그냥 가족 같은 느낌이다. 종종 음료를 서비스로 드리거나, 집에 가시는 길에 치킨이나 반찬을 가득 싸서 드리기도 한다. 그러면 그 사소한 게 뭐가 그렇게 고맙다고 연신 나를 껴안고 고맙다고 하신다. 올해 엄마의 날인, mother's day에는 갈비찜을 선물로 드렸다. 생각보다 늦게 준비가 돼서 식사를 다하고 나가시는 길 붙잡아서 전해드렸는데,



" 사실 우리 남편이 여기 제일 좋아했어서 생각나서 오는 것도 있지만, 여기 직원들 너무 친절하고 좋아서....." 라며

말끝을 흐리셨다.



지금도 잊을만하면 우리 가게를 찾아주신다. 종종 아드님과 식사를 하고 있는 걸 볼 때마다 네 식구가 함께 식사할 때는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던 테이블이 차분하고 조용진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자주 앉던 그 자리에 두 빈자리가 너무 휑하게 느껴진다. 부디, 혼자가 된 엄마를 아들이 든든하게 지켜주기를. 아빠대신에 엄마의 힘이 되어주기를.

나는 이 손님들의 무한한 행복을 바란다. 적어도 우리 가게에 오셔서 식사를 할 때에는 행복했던 기억들 속에서 하 실 수 있기를. 가게를 닫는 그날까지, 계속 손님으로 모시고 싶은 가족. 끝까지 행복해지실 때까지, 정말 진심으로 다시 웃게 되실 그날까지 손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이전 05화손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