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7번 테이블 그리고 바로 그 옆 자리인 12번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이다. 그날은 그냥 평소와 같은 어느 주말, 역시 정신없이 바빴고 너무 더워 유난히 힘이 들었다. 17번 테이블에는 호주 남자분, 그리고 한국인 손님 커플이 앉아 계셨다. 6~7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또 태어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아기 손님과 함께. 그리고 그 옆 테이블인 12번에는 한국인 여자손님과 호주 남자 손님 커플이 앉아 계셨다. 나 또한 국제 연애 그리고 결혼까지 해봤던 터라, 국제 커플을 보면 눈길이 더 가서 그쪽 테이블들에게 눈길이 계속 갔다. 그래서 17번 테이블의 남자 손님께서 결제를 하러 오셨을 때 더 반갑게 인사를 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17번 테이블 맞으시죠?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118불입니다!"
"네. 아 저 그리고 저희 옆 테이블도 결제 부탁드립니다"
"네?"
"저기 저 커플말이에요" 하며 보이지 않게 쓱 손가락으로 바로 옆에 앉아있는 커플을 가리키며 결제를 해달라고 하셨다.
"네! 저 테이블은 총 92불 나왔습니다"
"함께 결제 부탁드려요"
"네, 알겠습니다~"
궁금했다. 분명 따로 들어온 손님인데. 지인인 걸까?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니 손님께서 미소를 띠시며
"저희 결혼 전에 데이트할 때가 생각나서요. 일부러 들으려 한건 아니지만, 테이블이 가까워 대화내용이 들렸어요.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 사정이 좀 있는 모양이에요. 그냥, 밥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혹시 결제하러 오면, 서프라이즈로 누군가 결제하고 갔다고만 해주세요, 오늘 저녁은 행복하게 보냈으면 하네요"
손님의 설명을 듣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낭만을 아는 사람들이 있구나.
내 옆에서 고추를 썰고 있던 아르바이트생도
"와... 진짜 너무 멋있다..."를 읇조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12번 테이블이 결제를 하러 오셨다. 남성분은 여성분이 들고 계시던 장바구니를 들어주시고, 여성분이 지갑을 꺼내시며 말씀하셨다.
"결제할게요. 얼마인가요?"
"12번 테이블 맞으시죠?"
"네. 저기 앉았어요~" 하시며 손가락으로 앉아계시던 테이블을 가리키셨다.
"손님, 오늘 식사하신 거 다른 손님이 결제를 대신해주시고 가셨어요~"
"네?????"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시고, 놀란마음에 백 하고 소리를 지르셨는데 뒤에 설명해 드릴 따뜻한 내용을 빨리 말씀해드리고 싶어 나도 모르게 웃음부터 나왔다.
"옆에서 식사하시던 남성분이 결제해 주셨어요. 그분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러자 양손으로 입을 감싸며 놀라움을 표현하셨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설명을 하셨는데, 그 남자친구도 놀라셨는지 안 그래도 큰 눈이 사슴 눈망울을 해서는 한 손을 가슴에 얹으시고는
"와. 감동이야... 나 이런 적 처음이야"라고 하시며 두 분 다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시며 나가셨다. 놀라움이 가시질 않으시는지 연신 달아오른 양쪽볼을 손으로 감싸시며, 입가엔 미소를 띄우시며 나가시는 뒷모습을 봤는데, 따뜻한 개나리가 피는 봄의 기운이 그들의 어깨에 내려앉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축복이 내려졌다고 해야 하나. 단순, 한 끼 식사를 남이 사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모르는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 그게 얼마나 큰 마음인지. 그 감동이 한동안 나에게도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