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똑선생 Dec 10. 2020

수업태도가 반이다.

좋아질 때까지 포기하지 맙시다!

오늘은 등교 수업일이었다. 매일 줌에서 만남에도 직접 보는 것은 언제나 반갑고 기분 좋다. 서로 건강하게 만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요즘이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좋아지고 있다. 오늘도 나와 눈을 마주치고 듣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수업의 기쁨을 느꼈다.


코로나로 학기 초 규칙 세우고 적응하는 기간을 흘려보내서인지 5월 등교한 아이들은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다. 3월 초의 적응기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사실 적은 등교일 상황에서 어느 정도까지 기대를 하고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되기도 했다.

태도를 바로잡으려면 적어도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나는 매년 2주에서 1달 정도의 시간을 듣는 태도를 바로잡는데 할애한다. 이 시간을 꼬박 집중하면 아이들의 습관이 바뀐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들과 훈련해야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기에 때론 지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일 년 농사에 듣는 태도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에 포기할 수 없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해 주 1회 등교 상황이다. 일주일에 딱 한번 오는데 태도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사실 시간이 아까웠다. 학교 오는 날엔 뭔가 신나고 재미있는 일로 촘촘히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흐트러진 자세를 보며 내년 4학년에 올라가서 아이들이 과연 올해의 빈틈이 없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교육의 방향이 정해졌다.

그래, 가장 중요한 것을 꼭 가르치자.


기본 중의 기본

수업시간에 ‘바르게 앉기’부터 지도했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하다 보니 사장님 자세로 앉은 아이, 턱 괴고 앉는 아이, 엎드려서 듣는 아이, 다리를 꼰 아이, 손장난 하면서 듣는 아이, 머리를 돌돌 말면서 듣는 아이 등 제각각이었다. 그 아이들에게 수없이 바르게 앉으라는 말을 하고 눈빛으로 이야기했다. 수업이 먼저가 아니라 태도가 먼저다.  

아이들은 처음에 힘들어했다. 선생님이 이름 부르는 것도 싫었을 거고 편하게 앉다가 바르게 앉으라고 하니 귀찮기도 했을 거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바른 자세에 익숙해져 갔다. 푸시만 하면 안 된다. 무섭게 바른 자세만 요구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반감이 생길 수 있다. 무언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플러스알파

포인트는, 바르게 앉은 아이를 칭찬해주는 것이다. 바르게 앉은 아이, 어제보다 열심히 듣는 아이를 팍팍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칭찬받은 아이는 더 동기부여가 되어 바른 자세로 수업에 참여하고 다른 아이들도 관찰 효과로 자세가 좋아진다. 푸시와 함께 강력한 칭찬을 섞으면 좋은 행동이 훨씬 강화된다.

또 한 가지는 수업을 최대한 재미있게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내용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깃거리나 흥미로운 활동들을 수업 과정에 넣어 태도에 대한 조언들을 기분 나쁘게 듣지 않고 바르게 앉아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자세가 바른 친구에게 기회를 더 주는 것을 알게 되면 스스로 자세를 고쳐간다.


듣는 태도의 세 가지

바른 자세 다음은 듣는 태도다. 내가 아이들에게 지도하는 듣는 태도는 세 가지를 포함한다.

바라보기

고개 끄덕이기

대답하기

아무리 좋은 말과 유익한 이야기도 일단 들어야 전달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서로 바라보고 반응을 하며 들을 때 기분이 좋고 말할 힘이 샘솟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나 또한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끝까지 기다려주며 반응을 격하게 해 준다. 상호작용의 힘은 놀랍다. 아이들은 서로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묘미를 알고 조금씩 서로를 바라보고 반응하기 시작한다.


듣는 태도에 대한 지도는 등교 수업뿐만 아니라 줌 수업에서도 이어졌다. 줌에서 아이들은 바로 앞에 선생님이 없기에 다른 인터넷 창을 열고 보는 아이도 있고 핸드폰 보는 아이도 있고 밥 먹는 아이도 있다. 또 동생과 노는 아이도 있고 화면을 끄고 잘 안된다고 거짓말하는 아이도 있으며 게임하는 아이도 있다.

화상수업이면 더더욱 화면 속 선생님과 친구들의 눈을 마주쳐야 한다. 나는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시도한다. 듣는 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환기하도록 하고 선생님이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계속 느끼게 한다.


어느 날 등교 수업을 하는데 모든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며 몰입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너무 신나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것, 그것도 반 아이들 모두가 수업에 몰입하고 있는 경험은 정말 교사로서 황홀하다. 자주 멍 때리는 A도, 사장님 자세로 앉는 B도 어느새 나를 보며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같이 웃고 같이 아쉬워하고 같이 반응한다.

우연히도 이날 영어 전담 선생님이 우리 반 수업을 끝내시고 수업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칭찬을 하셨다.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말에 아이들과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아 참 기분 좋았다.


우리 아이는 과연 달라질까?

의문이 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선생님이 계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꾸준히 하면 누구나 달라집니다.


교육하는 사람의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면이 필요하다. 그것을 유지시켜주는 힘은 바로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책임감. 부모님은 기본적으로 이것이 충분하니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포기하지 말자.


   



매거진의 이전글 이동이 숙명인 교사의 12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