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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Dec 05. 2020

이동이 숙명인 교사의 12월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이 함께하는 시기에 서서

벌써 12월이다. 학년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왔다. 한 해가 코로나 19로 얼룩졌다. 매번 변하는 상황에 따라 등교일도 바뀌고 학사일정도 바뀌며 달렸더니 어느덧 일 년이 흘렀다. 부족한 만남이지만 학교에서, 줌에서 아이들을 만나며 정이 들어 헤어짐이 못내 아쉽다.

학교는 학년말이 되면 아주 분주하다. 교사들은 여느 때처럼 수업 연구와 활동 준비를 해야 한다. 또 학년말 생활기록부를 마무리해야 하고 업무처리를 완료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내년도를 준비해야 한다.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일 년 단위로 활동 주기를 갖는다. 새로운 학년의 학급을 맡아 아이들과 일 년을 꾸려간다. 학년 구성은 학교마다 다르지만 연말이면 어느 정도 결정이 된다. 이동으로 인한 변수가 있어 최종 결정은 2월 중순이 넘어야 발표된다.

학교의 이동으로 4-5년의 활동 주기를 갖기도 한다. 한 학교에 보통 4-5년 근무를 하게 되고 그 후에 다른 학교로 전보를 내게 된다. 여러 학구와 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학생들과 만나야 하는 것이 교사들의 직업적인 운명이다.

나 또한 그런 주기 속에 살고 있다. 내년이 내게 학교 이동의 해다. 4년을 근무했던 학교라 선생님들,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떠난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처음엔 낯선 공간도 4-5년 지나면 떠나기 싫은 공간이 되어버린다. 나와 아이들의 일 년 추억이 교실 곳곳에 새겨져 있다. 동료 선생님들과의 소소한 대화와 웃음도 학교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래서 더 떠나기 아쉬운가 보다.

항상 그렇지만 이번 전보는 내게 어려운 선택이었다. 관내에서 이동할지, 관외 이동을 할지 결정해야 했다. 관내 이동이 더 유리하기에 관내 이동을 하려 했는데 아이가 내후년에 초등학교에 가는 상황을 아는 주변 선생님들이 집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적극적으로 조언을 해주셨다. 그러려면 관외 이동을 해야 하는데, 관내 전보 후에 남은 자리에 관외 교사들이 배치가 되기에 집에서 먼 곳에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물론 운 좋으면 집 근처로 날 수도 있겠지만 많이 고민이 됐다.


며칠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어느 날 아침,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더니 머리 위로 커다란 하트를 그리며 말했다.

“엄마, 사랑해요.”


늘 내가 출근할 때 쿨하게 보내주던 아이인데, 갑자기 사랑고백이라니.. 내 고민을 알고 있던 것일까? 아이들은 오감으로 분위기를 감지한다던데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던 것일까? 너무 신기하게도 아침의 아이 말 한마디에 나의 고민은 끝이 났고 나는 집 근처를 꿈꾸며 관외 전보를 결정했다. 엄마에게 내 아이는 너무 소중한 존재다. 아이와의 시간이 하루에 10분이라도 더 확보된다면 지금 근무하는 익숙한 공간을 떠날 이유는 충분하다.


공무원이나 교사라면 누구나 몇 년에 한 번씩 하는 전보를 경험하고 있다. 학교를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동료 교사들과 관리자들을 만나고, 학년을 배정받고 새로운 아이들을 운명처럼 만나고.. 이런 교사의 루틴은 설레기도 하지만 긴장되기도 하다.

전보 희망이 성공할지도 모르고 성공해도 어느 학교에 배정받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상황도 나에겐 경험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있는 학교가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지만 소중한 동료들을 얻었고 아이들과의 관계나 생활지도에서의 경험치가 생겼다. 한 해 한 해 새로운 경험을 할수록 내가 교사로서 성숙되어가고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언제 어디에 있는 교사든 지금처럼 열정을 잊지 않고 모든 것을 경험으로 여기며 두려워하지 않고 배워나가고 싶다. 이 마음이 변치 않기를..


내년 3월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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