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똑선생 Dec 29. 2020

크리스마스 선물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아이들 마음 살피기

오늘 아침,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고 아이들과 줌에서 처음 만났다. 

“주말 잘 보냈어요?”

이 한마디 질문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자신의 주말을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평소에는 “그냥 그랬어요.”, “비슷했어요.”, “네~” 정도의 평범한 답을 하곤 했는데, 이번 월요일은 크리스마스 때문인지 조금 특별한 분위기다.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저는 선물 5개 받았어요.”


아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무척 자랑하고 싶었는지 인사를 시작하자마자 선물 이야기를 큰 소리로 했다. 표정이 함박웃음 가득하다. 그러자 다른 아이도 선물 받은 이야기를 했다.


“저도 4개 받았어요.”


여기까지 듣자 다른 아이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선물을 받지 않은 아이들이 꽤 있어 보였다. 받았어도 4, 5개를 받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선물 이야기를 하면 일부 아이들이 자신과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뭐라고 해야 할지 잠깐 생각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 얼마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느냐’
인 것 같아요.
여러분, 즐거운 시간 보냈나요?”



그제야 선물을 받지 못한 듯 힘 빠진 표정으로 말을 안 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편안해지며 대답을 크게 한다. 선물 이야기를 하던 아이도 이야기를 멈췄다. 휴, 다행이다.


같은 학교, 같은 학급에 있어도 아이들의 가정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부유한 집도 있고 상황이 어려운 집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보낸 집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모두 모이지 못한 집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집도 있고 아닌 집도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집도 있고 장식을 하지 않는 집도 있다. 교회나 성당을 다녀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더 기념하는 집도 있고 쉬는 날로 즐기는 집도 있다.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은 당연하다. 일대일로 교사에게 이야기하면 아무 문제없을 일인데, 많은 친구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선물을 좋아한다. 특히나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조금 특별하다.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선물 받은 마음을 신나게 전하는 아이의 말은 온전히 축하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물을 사주지 않은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마음속에 생길 수 있다. 그냥 ‘너는 너, 나는 나’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의 성격과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모든 아이들을 헤아려야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오늘 있었던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는 사실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이런 일들은 교실 내에서 수없이 많이 일어난다. 아이들에게 작은 상처도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딪치면서 배우게 되는 것도 많지만 가족과 관계된 것은 아이들이 선택하거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로 인한 상처는 없었으면 좋겠다.


교사로서 나에게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이다.

매일 줌에서나마 아이들 얼굴을 본다. 매일 표정을 보고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등교를 하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을 잘 볼 수가 없었는데 오히려 줌에서 마스크 없이 만나니 더 표정 읽기가 좋다. 하지만 등교를 하지 않아 아이들 하나하나를 놓치기 쉬운 때다. 세심한 교사의 관찰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업태도가 반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