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이야기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는 일년으로 끝일까요?
아니에요. 같은 교실에서 만난다는 건
실로 놀라운 인연이 아닐 수 없어요.
그 많은 학교에서, 그 많은 교사 중에
나와 한 배를 탄 아이들이라면
정말 소중하지 않을 수 없지요.
모두가 소중하지만 특히, 조금 더 기억에 남는 해가 있어요.
그냥 그 때 아이들을 떠올리면 좋은 감정이 몽글몽글 올라오며 마음이 따뜻해져요.
참 신기하게도 그 때 아이들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갖는지 제가 학교를 옮겨도 저를 찾아 연락을 합니다.
(예전엔 경기도교육청에 스승찾기 메뉴가 있었거든요.)
벌써 5-6년 전이네요.
2016년에 5학년 아이들을 만났어요.
아이들이 참 밝고 따뜻했어요.
제가 준 것도 없는데 아이들이 많은 사랑을 줬어요.
미안하고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과 함께 일년을 보낸 뒤
6학년으로 올려 보내고 저는 타시도 전근을 가게 되었어요.
5학년 담임선생님을 기억하고 찾아준다는 게 사실 쉽지 않잖아요.
보통은 6학년 선생님, 6학년 친구들과 만남을 이어가지요.
그런데 이 아이들은 5학년 때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저에게 연락을 해요.
제 역할이라기보단, 그 때 아이들끼리 우정이 참 돈독했어요.
딱 2년 전 1월 이맘때 아이들과 만났어요.
벌써 중3이라는 아이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예쁜 꽃도 주었어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이지만 다른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5학년 담임인 저에게 연락해서 만나고 싶다고 하는 것도 참 고맙더라고요.
그냥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어제 오늘 그 아이들 중 두 명이 전화가 왔어요.
부쩍 커졌는지 목소리가 굵어져 깜짝 놀랐어요.
사진을 보는데 제가 생각났대요.
같이 울었어요.
두 아이 모두 같은 상황에서 저를 떠올려줘서
몇 번을 고맙다고 했습니다.
서로 힘내라고 위로해줄 수 있음이 참 감사했어요.
소식을 전하고 싶은 사람이 된 것도 감사하네요.
아직 그 해에 있던 밴드를 지우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통화하고 오랜만에 밴드에 들어가서
아이들과의 대화와 사진을 보았어요.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이 지금 어디에선가
자신의 자리에서 쑥쑥 커가고 있겠지요?
선생님을 몰래 찍어서 올린 사진을 올리기도 했더라고요.
저 이 해에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나봐요.
추억이 너무 많습니다.
교사와 아이의 인연은 일년이 아니라 평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