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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Dec 14. 2020

한부모가정 아이에게 빈자리는 없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3학년 사회 시간, 가족에 대해 배워요

요즘 3학년 사회시간에 ‘가족’에 대해 배우고 있다. 최근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달라진 까닭, 가족 구성원의 바람직한 역할 등에 대한 내용이다. 

예전과 교과서 내용이 많이 달라졌다. 똑같이 핵가족과 확대가족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예시가 조금 더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핵가족은 부모와 2명의 자녀, 확대가족은 조부모님, 부모님, 2명의 자녀가 예시로 주로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와 1명의 자녀,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할아버지, 엄마, 자녀가 함께 사는 가정 등 다양하게 제시된다. 달라진 사회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가족도 등장한다.)

이런 ‘가족’을 주제로 하는 수업을 하거나 ‘가족’을 소재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교사로서 마음이 쓰인다. 요즘 아이들 가족의 모습이 많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우리 반의 경우에도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이 참 많다. 또 가정 사정으로 할머니가 돌봐주시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가정을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초등학생들은 나와 다른 친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기도 하고 무심코 한 말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 스스로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사실 그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과 다른 상황인 것 자체로 스스로 신경 쓰는 것 같다.

어떠한 상황의 아이든 가족에 대한 지도는 필요하다.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길러줘야 한다. 그래서 요즘의 사회 교과 시간은 참 소중하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다. 그냥 A는 A고 B는 B인 것으로, 옳고 그름은 없다. 평범한 것도 없다. 어떤 것을 평범하다고 규정하면 나머지는 특이한 것이 되는데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떤 가족 형태이든 그 속에서 서로의 바람직한 역할을 찾아서 좋은 가정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아이들 눈을 한 명 한 명 마주치며 가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한부모 가정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기에 주의 깊게 보았다. 다행히 아이들은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머지 아이들도 여러 형태의 가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한부모가정이 요즘 많아졌기에, 그 가정을 중심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가족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들

요즘은 나와 다른 가정에 대해 특이하게 보거나 그걸로 흉을 보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예전에는 한부모 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이 특이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흔한 모습이 되었다. 학교에서도 전혀 특이한 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외부적으로 아이들이 상처 받을 일이 거의 없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은 엄마 아빠가 이혼하셔서 엄마와 살고 있다고 친구들에게 별일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곤 한다. 숨길 일도 아닌데 숨기곤 했던 아이들에 비해 참 자신감 있고 좋아 보였다. 스스로 마음에 거리낌이 없기에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아이들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이 아는 것을 원치 않는다.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아이들은 아빠가 안 계심에도 일기에 가족과 함께한 일을 쓰기도 하고 발표할 때 아빠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상담주간에 어머니와 대화할 때는 아빠와 전혀 만나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아이는 그런 상황을 숨기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말과 글에 아빠가 나오게 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의 말과 글을 자연스럽게 듣고 반응했지만 어머니께서 마음 쓰여하셨다.


아이들이 자신의 가정 상황을 받아들이는지 혹은 숨기려 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이의 성격일 것이다. 주변의 반응이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들은 숨기려 하고, 주변의 영향을 덜 받는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성격보다 더 크게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부모님의 생각이다. 나는 이 부분을 강조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의 생각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는다

한부모 가정의 어머니든, 아버지든 스스로 ‘부모’라는 것을 아빠, 엄마가 채워야 하고 한쪽이 없는 현재의 상황을 빈자리라고 여기면 아이도 그 생각에 영향을 받게 된다. 꼭 아이에게 직접 이야기해서가 아니다. 아이들은 눈으로, 귀로, 온 감각으로 가정의 분위기와 부모님의 생각을 느낀다. 

아이에게 가정은 가장 큰 환경이다. 아이가 별거 아니게 생각하도록 하려면, 아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려면 부모님의 생각과 분위기가 관건이다. 한부모 가정의 부모님이 스스로 누군가의 빈자리는 없고 아이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채워질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아이에게만 불안과 걱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들은 오감으로 부모의 생각을 느끼기 때문에 무심코 하는 엄마의 표정, 아빠의 말투를 계속 읽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부모님이 먼저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아이들에게 그 기운이 전해질 수 있다.


어떤 가정의 모습이든 모두 ‘행복’을 위한 선택이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이별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모두 행복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택 이후에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걱정과 근심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힘을 잃게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기억해야 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우리의 아이다. 우리의 삶에서 보물인 자녀들을 위해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고 행복의 길로 한 발자국씩 가야 한다. 부모님의 생각과 마음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이가 밝고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부모는 긍정적인 환경이 되어줘야 한다. 부모님의 선택으로 인한 짐이 아이에게 가서는 안 된다. 물론 부모님도 스스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말이다. 


한부모가정이어도 밝고 명랑하게 자란 아이도 많다. 작년 우리 반의 ○○도 어머니와 둘이 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뭐든 의욕적으로 도전했다. 친구들은 ○○를 언제나 인정해줬고 따랐다. 몇 년 전 담임을 했던 △△ 는 아버지와 형과 셋이 살았는데  운동 실력이 좋아 운동선수의 길을 열심히 걷고 있다. 

위의 두 아이들은 한부모가정이지만 부모님이 참 인상적이었다. ○○의 어머니는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이셨고 아이를 믿어주셨다. 아이에게 동기부여를 잘해주셨는지 눈에 띄게 에너지가 넘쳤다. △△의 아버지도 엄마가 안 계시다고 역할을 미루지 않으셨다. 아이들에게 관심이 지대하셨고 상담 주간과 공개수업에 항상 오셔서  엄마들 틈에서도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셨고 응원해주셨다. 심한 갈등을 겪고 폭력적인 부모 두분 아래 있는 아이들보다 이런 가정의 아이들이 훨씬 행복하다. 


힘든 선택을 한 부모님들께 어려운 이야기를 써서 마음이 무겁다. 초롱초롱 눈망울에 예쁘게 웃는 아이들을 교실에서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교사이기에 아이들의 마음에 민감해진다. 오늘은 좀 더 아이와 많이 웃는 가정이 되길 바란다. 부모님이 어떤 방향에 서느냐에 따라 아이들도 웃고 행복할 수 있다.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고 한부모가정에 빈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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