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똑선생 Mar 31. 2021

자존감 샘물이 마르지 않게 해 주세요

많이 혼나던 아이가변하기 시작한 이야기

“선생님, 저 오늘 잘했어요?”


방과 후에 한 아이가 다가와 말합니다. 이런 물음을 하는 아이가 흔치는 않아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응 오늘 너무 잘했어.”

엄지를 들어 보이며 아이를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밝아진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교실 문을 나섭니다. 


학기 초 아이는 수업태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다른 생각을 하며 책을 펴지 않았고, 교과서를 읽고 있는데 칠판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몇 번 “OO야, 여기 보자.”라고 이름을 불렀습니다. 크게 나무라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불린 것만으로도 이 아이는 신경이 쓰였나 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확인을 하는 아이는 평소 많이 혼나는 아이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주 혼나다 보니 자존감이 낮아지고 누군가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기도 합니다. 아이마다 경험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니 그것을 고려하여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데, 사실 학기 초에는 아이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아이들을 고려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이름 부르는 것이 아이에게 부담이 되었을까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늘은 잘했냐고 묻는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예상보다 더 아이는 안 좋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행동이 느리고 자기 할 일을 잘 못 챙기니 부모님이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채근했다고 합니다. 특히 엄한 아버지께서 아이에게 무섭게 혼내시곤 했는데 아이에게 그것이 마음 깊숙이에 남아있었나 봅니다. 

학교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활동을 끝내야 하기에 잘 따라오지 않는 아이는 교사에게 칭찬받지 못했습니다. 전담시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집중하지 못해 자주 지적을 받다 보니 아이는 자신감이 떨어지고 더욱 공부하기 싫어졌던 것입니다. 

저는 학기 초 규칙을 세우고 아이를 수업 안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름을 불렀던 건데 마음속 깊이 상처가 깔린 아이에게는 그것마저도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새 학년에 올라와 새로 만난 선생님에게도 꾸중을 듣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태도가 좋지 않을 때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 교사입니다.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당근과 채찍이 있습니다. 당근만으로, 혹은 채찍만으로 아이를 다루면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아이들마다 다른 비율로 당근과 채찍을 써야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칭찬, 그리고 성공경험..

이 아이의 경우에는 채찍이 많은 환경에서 오래 있었기에 채찍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근이 아이를 눈부시게 바꾸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칭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성공경험'이 필요합니다. 작더라도 성공하는 경험이 켜켜이 쌓일 때 아이의 자존감은 다시 서서 아이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학기 초라 아직 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어떤 점을 칭찬할지 포인트를 열심히 찾아야 합니다.

며칠 뒤, 아이들의 글쓰기 공책을 읽다가 아이가 잘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이 매우 느렸지만 글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서 표현했습니다. 또 글이 길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어 수업이 끝날 즈음 자연스럽게 아이의 글을 칭찬했습니다. 친구들 앞에서 칭찬을 받은 아이는 낯설어했고 쑥스러워했습니다. 칭찬의 경험이 부족하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지만 이 또한 변화의 과정이기에 지켜보았습니다.


아이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많이 좋았나 봅니다. 그 이후 글도 성의 있게 쓰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수업 시간에 잘 안되지만 바르게 앉으려고 노력했고 인사도 제 앞에까지 와서 공손하게 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노력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칭찬해주었습니다. 역시 칭찬의 힘은 셉니다.

칭찬의 샘에 물이 가득해야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이 바로 서있기에 아이는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칭찬의 샘이 메말라 있을 때 아이는 작은 공격에도 쓰러지거나 반대로 과격한 반응으로 자신을 방어하기도 합니다. 자존감이 낮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아이의 칭찬샘을 물로 조금씩 채우려 합니다. 아이가 싹을 틔우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일 년의 꿈입니다.  




이전 06화 한부모가정 아이에게 빈자리는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