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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Jan 14. 2021

아이들이 노는 시간을 방해하지 마세요

놀이로 크는 아이들

 “내가 어렸을 때는 말이야.”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여러분은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가? 가만히 떠올려보면 공부했던 기억보다는 친구들과 놀거나 가족들과 여행했던 경험들이 더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일 년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을 이야기해보자고 하면 대부분이 학습보다는 경험이나 놀이에 관련된 것들을 떠올려 말하곤 한다. 우리는 수동적인 학습보다는 능동적으로 참여했던 경험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진지하다. 공부 시간에 산만한 아이들도 신기하게 놀이에는 집중한다. 승부욕을 가진 아이들은 놀이에도 전투적으로 뛰어든다. 경쟁형 놀이를 할 때의 긴장감은 놀이에 더 몰입하게 한다. 우리의 어릴 적 놀이할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우리 아이들이 놀이할 때 어떤 마음일지 충분히 가늠이 된다.



 놀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 역할 놀이의 종류에 따라 어떻게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역할놀이

 먼저 역할놀이를 살펴보자. 어렸을 때 많이 하는 소꿉놀이, 병원놀이, 유치원놀이 등은 아이들의 성장에 큰 의미를 가진다. 3, 4살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또래가 같이 있어도 혼자 노는 아이들이 많다. 나 이외의 세상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역할 놀이를 하면서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이 놀이를 하기 위해 아이들은 각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대화로 정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이 전개될 때도 있고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역할을 안 해줄 때도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소통방법과 타협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게 된다.

 초등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역할놀이를 많이 한다. 특히 국어 시간, 도덕 시간에 많이 활용하는데, 모둠 구성이 어떤 친구들로 이루어지냐에 따라서 결과물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어떤 모둠은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고 역할을 뒷받침해주어 조화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어떤 모둠은 나서는 사람이 없어 조용하고 큰 재미없이 끝나기도 한다.

 결과물에 상관없이 아이들은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배운다. 역할을 잘하는 친구의 모습에서도 배우고 놀이의 내용에서도 배우며 역할놀이에 협조하지 않는 친구의 모습에서도 배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에 따라,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에 따라 나의 역할과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되며,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소통을 원활히 해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닫는다. 역할놀이 자체가 인생의 축소판이다.



경쟁형 놀이

 다음은 경쟁형 놀이다. 경쟁형 놀이는 동적인 놀이와 정적인 놀이로 나누어볼 수 있다. 동적인 놀이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흔히 술래잡기, 달리기, 도둑과 경찰 등이 있다. 초등학생들이 많이 하는 피구, 축구, 배드민턴, 농구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놀이의 공통점은 규칙이 있다는 점이다. 자유롭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에게 규칙이 있는 경쟁형 놀이는 아주 큰 경험이 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 규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놀이를 통해 배우게 된다.

 특히 승부욕이 지나치게 많은 아이들에게 경쟁형 놀이는 그 틀을 깨는 데 도움을 준다. 아이들 중에 놀이를 하다가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화를 내거나 포기를 해버리고 놀이를 중단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경쟁형 놀이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규칙에 대해 배우며 팀원들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가 달라지는 경험도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

 정적인 경쟁형 놀이에는 보드게임 등이 있다. 신체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지만 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의 머릿속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고 내가 취해야 할 전략을 짠다. 여기에 주사위 같은 운이 작용하는데,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꿔갈 열린 자세도 배우게 된다. 놀이 속에서 발휘한 상상력과 다양한 전략들,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 등은 아이들 인생의 무기가 되어준다.


 놀이를 공부 이외의 시간에 하는 여가생활쯤으로 생각하기에는 놀이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지금 아이는 무슨 놀이를 하고 있는가? 아이가 놀이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상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을지 가만히 살펴보자. 그리고 아이들의 놀이 시간을 방해하는 말을 줄이고 충분히 놀이 속에서 배울 수 있도록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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