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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Aug 25. 2021

엄마가 아이에게 화내는 이유

내 행동으로 돌아본 나의 심리

저는 아이 어릴 적에 아이를 혼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니, 많지 않았다. 육아서를 보면 엄마가 아이에게 화를 많이 내고 이해를 못해주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면 저는 직장을 다니기에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있는 일이 다른 엄마들에 비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잘 맞춰주거나 성격 좋은 엄마라기보단 단지 그런 시간이 짧았습니다.

직장맘들의 마음 한편에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아침에 어떤 기분인지 알아보거나 여유 있게 대화할 시간은 없습니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인사를 나눌 여유도 없습니다. 그냥 시간에 밀려 아이는 유치원으로, 저는 직장으로 가기 바쁩니다. ‘바쁘게 사는 이유가 너를 위한 것이야’라 하고 싶지만, 사실 직장 다니는 저의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의 의미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기에 짜증 내거나 화낼 일이 없었습니다. 퇴근하고 함께 있는 몇 시간은 그냥 즐겁고 소중하고 행복했습니다. 출근할 때는 없는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퇴근 후에는 그나마 허락됩니다. 직장에서 쌓인 소소한 스트레스와 상처들을 아이를 안으며, 아이와 눈을 마주하며 치유합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제가 좀 남다른 엄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된 여름, 저는 방학이 되어 아이와 온전히 함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몇 시간도 행복한데 더 긴 시간 함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첫날 저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여유 있게 눈을 뜬 아침,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10시인데 시계를 보니 9시였습니다. 그래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아이와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아이가 아침밥 먹는 것을 처음 본 저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아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밥 먹는 도중 돌아다니고 장난감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입에 있는 음식은 전혀 씹지 않은 채 물고만 있었습니다. 게다가 평소 할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는 아이는 밥을 먹여주는 것에 익숙해져있기도 했습니다.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식사 때는 그렇지 않았을까요? 돌아보니 아닙니다. 저녁식사 때도 같은 모습인데 그땐 그냥 넘길 수 있었던 상황에 지금은 화가 납니다. 왜일까요?


아이에게 화가 난 적이 별로 없었기에 제 마음 상태와 날카로운 말투가 스스로 낯설었습니다. 그리도 그동안 내가 화도 안 내고 마음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던 착각에 부끄러워졌습니다. 

가만히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제가 왜 아이에게 화를 냈을까요? 이후에 아이에게 제가 화가 날 때를 경험하면서 저는 두 가지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두 가지 이유


1. 

1. 시간에 쫓길 때 아이에게 화를 낸다

시간이 정해져 있을 때 아이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기에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됩니다. 유치원 등원 시간이 10시인데 아이가 밥을 천천히 먹거나 장난감 놀이를 하느라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 때, 아이가 늦잠을 자서 늦게 일어났을 때 아이에게 날카로운 말을 하게 되지요.

공원 주차장 이용시간이 3시간인데 한도에 임박해서 주차장에 가던 중 아이가 한 곳에서 장난을 치느라 가지 않자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저를 돌아보니, 주차 한도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감정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어떤 기준을 엄마의 머릿속에 그릴 때 아이에게 화를 낸다

아이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준을 생각했을 때 아이가 그에 맞추지 못하면 화가 납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됐는데 혼자 밥을 먹지 않고 할머니가 먹여준다던가, 밥 먹는 도중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먹는 모습을 보자,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잣대가 떠올랐습니다. 다섯 살 정도면 스스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밥 먹을 때 앉아서 먹는 것도 습관이니 지도해야 한다는 마음이 바로 그 잣대였습니다. 이 잣대에 비추어 아이를 보니 아이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잣대가 없는 아이에게는 엄마의 화가 당황스럽고 싫었겠지요.


아이에게 화를 내는 저를 보며, 제가 전혀 남다르지 않은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에게 엄마로서의 기준을 갖다 대면 누구나 아이에게 화를 내는 엄마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로 지내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1. 아이와 무언가를 함께할 땐 시간을 여유 있게 정하자.

아이의 시간 개념과 어른의 시간 개념은 다릅니다. 엄마의 머릿속 시계는 똑딱똑딱 바쁘게 움직이지만 아이의 시간은 천천히, 때로는 더 천천히 움직이기에 엄마의 기준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들 투성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와 어떤 것을 함께할 땐 시간을 길게 정하기로 했습니다. 제 마음이 쫓기지 않을 만큼이요.

10시까지 등원이라면 9시에 일어나서 아이를 재촉하고 화내기보다는 30분 앞당겨 일어나 아이에게 시간 여유를 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주는 여유는 엄마 마음의 여유가 됩니다. 실제 이렇게 해보니 아이에게 화가 나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2. 내 아이와 속도를 존중하자.

‘몇 살이면 이렇게 해야 한다.’, ‘몇 살이 되면 이걸 한다.’ 등의 말들이 엄마를 흔들곤 합니다. 이런 잣대에 꼭 맞는 아이는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보통의 속도를 내 아이가 꼭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보통보다 뒤에서 걸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를 엄마는 가져야 합니다. 

엄마로서 이게 참 쉽지가 않습니다. 주변의 말 혹은 육아서의 이야기와 내 아이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가 어릴 때 제가 평화로웠던 것은 육아서를 살짝 멀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2개월이 되면 이렇고 24개월이 되면 이것을 할 수 있다는 단계별 아이의 변화가 내 아이에게 보이지 않을 때 얼마나 불안할까요? 저는 육아서를 전혀 보지 않았기에 이런 불안함 없이 아이의 속도에 맞춰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육아서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아서 속의 이야기를 내 아이의 속도와 색깔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맞춰야 하는 것은 육아서의 속도가 아니라 내 아이의 속도입니다.


이런 방법을 구체화했음에도 실제 이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끊임없이 돌아보고 공부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웃으며 대화하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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