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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Nov 11. 2020

“망했다”라고 말하면 진짜 망한다

아이들의 말버릇을 살펴보세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야외활동과 신체활동이 많이 없어서 되도록 등교 수업일에 체육을 하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체육시간에 밖에 나가 아이들과 달팽이 게임을 했다. 달팽이를 운동장에 그리자 2학년 때 이미 게임을 해봐서 아는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탄성을 질렀다.


두 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시작했다. 안과 밖에서 각 팀이 한 명씩 출발하여 만나면 가위바위보를 하는 게임이다. 이기면 계속 선을 따라 뛰고, 지면 팀에서 다음 사람이 가위바위보를 하기 위해 출발한다. 이를 반복하다가 상대팀 라인안에 들어가던가, 상대팀 선수들이 모두 탈락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달리기 실력보다는 가위바위보 운이 크게 작용한다.

두 팀의 경기가 이어지니 2:0이 되었다. 양 팀이 비슷하게 점수가 가야 모두가 재미가 있는데 한 팀이 계속 이기니 계속 지는 팀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기는 팀은 더 신나서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때 지는 팀에서 한 명이 말했다.


아, 망했다.


실망한 표정의 아이는 망했다는 말을 하며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의 팀에 친구가 가위바위보를 질 때마다 그 말을 반복했다. 계속 망했다는 말을 하자 끝까지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마저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다음 경기에서도 역시나 져서 3:0이 됐다. 들어가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얘들아, 게임의 결과는 서로 힘을 모으고 응원하고 격려해줄 때 좋아질 수 있어. 말에는 힘이 있거든. 그래서 긍정적인 말을 서로에게 해줘야 해. "망했다"는 말을 하면 그 팀은 이기기 어려워져. 그 말의 에너지로 인해 다른 팀원들도 힘이 빠지기 되고 경기가 마음대로 안 되게 돼. 게임에서 이길지 질지는 끝까지 해봐야 아는 거야. 부정적인 이야기 하지 말고 서로 응원해주고 힘내서 해보자.”


진지한 분위기에서 말한 덕분인지 아이들의 분위기는 바뀌었고 다행히 한 번 이겨서 3:!로 게임이 마무리되었다.



체육시간에 ‘망했다’고 말한 아이는 습관적으로 그 말을 자주 한다. 수학 시험을 볼 때도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망했다’고 하고, 짝을 바꾸는데 친한 친구와 짝이 안됐을 때도,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다가 마음대로 안 될 때도 ‘망했다’고 한다.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입버릇처럼 나오는지라 잘 고쳐지지 않았다. 말하고 나서야 아차 싶어서 입을 막았다.


부정적인 말을 하는 아이들은 표정도 밝지 않다. 상황마다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음에도 그런 아이들은 안 되는 것,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망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참 안타깝고 화도 난다. 꿈꾸고 도전하고 실패했을 때 다시 해보는 적극적인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안 된다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말버릇만은 꼭 고쳤으면 해서 계속 이야기해주지만 고치는데 시간이 걸린다. 말버릇을 바꾸는 데는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기 마련이다.  


반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그래,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 격려하고 다시 도전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아이들은 비록 지고 있어도 풀죽지 않고 다음을 기약한다. 이번에 진 이유를 찾아보고 다음에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짠다. 실패의 아쉬움을 딛고 일어날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팀이나 모둠이 된 친구들은 덩달아 으쌰 으쌰 힘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조금씩 발전해간다. 그리고 적어도 실패에 의해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말의 힘이라 생각한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말버릇은 아주 중요하다. 내 아이가 무심코 던지는 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부정적인 말에 힘이 실리지 않도록 긍정적인 표현을 가르쳐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말의 힘을 받아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을 무의식 중에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하는 말의 힘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진짜 망한다.



말의 힘은 세다. 말에는 에너지가 있어서 ‘망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가 생기지 않는다. 망했다고 자주 말하는 아이들은 결과가 그리 좋지 못하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망했다고 하며 힘을 빼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망했다’는 말을 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해 쓰는 말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쉽게 쓰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생각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인생과 운명을 만든다는 말처럼 생각은 무척 중요하다. 그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 말이다. 내 아이의 말을 살펴보자. 은연중에 하는 말 중에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 있다면, 아이들이 좀 더 신중하게 표현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적어도 ‘망했다’는 말은 입버릇처럼 쓰지 않도록 이야기하자. 망했다는 말은 결과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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