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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Nov 16. 2020

"선생님, 배가 아파요."

마음과 몸은 통해요

에피소드 1

“선생님, 배가 아파요. 화장실 갔다 와도 돼요?”

“많이 아파? 그래 다녀와.”


가끔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침을 먹었냐고 하면 안 먹었다고 하는데 배가 아프다고 한다. 먹은 것이 탈이 나서 안 좋을 수는 있지만 먹은 게 없는데 아프다고 하는 것이 뭔가 이상하다.

이런 일이 며칠 계속됐다. 십오 년간 여러 아이들을 경험하며 교사로서의 촉이 꽤 세밀해지고 있었기에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방과 후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별 일 없어? 혹시 스트레스받는 것 있어?”

“... 아니요, 없어요.”


아이는 아무 일도 없다고 했지만 눈빛은 속일 수 없다. 그래서 학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다가 다시 물으니 아이가 그제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사실은 요즘 OO와 싸웠는데 너무 힘들어요. 카톡에서 저를 빼고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고 제 욕을 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하며 왈칵 눈물을 쏟는 아이.. 아이는 마음속에 친구와의 갈등에서 오는 속상함과 스트레스가 가득했던 것이다. 아이와 함께 여러 가지 해결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아이는 오늘 용기를 내서 그 친구와 대화를 해보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갔다.

다음날 그 아이는 밝은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방과 후에 물어보니 역시나 친구와 해결이 잘 되었다고 한다. 물론 해결된 이후로 배가 아픈 일은 없어졌다.  




배가 아픈 진짜 이유

이런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이를 둘러싼 어떤 일로 인해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고, 더불어 몸이 아프다. 아이들의 마음은 몸으로 표현된다. 마음이 아프고 괴로운 아이는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다. 단순히 아이의 머리와 배가 아픈 사실만 보고 해결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갑자기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관계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부모님의 갈등을 보며 자녀로서 겪는 스트레스, 아빠의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지나친 학원 과제로 인한 스트레스,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 강압적인 부모님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너무나 많다. 


그중 초등학생에게 가장 많은 것이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의 스트레스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존재가 가족과 친구이다 보니 아무래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초등학생들은 친구와의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결해갈지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하다 보니 대처를 잘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부모님 간의 갈등일 경우 자녀로서 해결을 위해 뭔가를 할 수가 없기에 마음이 병들기도 한다.

아이가 몸이 반응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면 주변의 누군가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이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담임교사나 부모가 가장 적당하다. 가까이에서 아이를 보기 때문에 아이가 평소와 다른 표정이나 몸의 상태를 보인다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을 겪는 아이들은 소심한 아이들일 경우가 많다. 밖으로 표현을 잘 못하기에 안으로 상처 받고 끙끙 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다. 밝고 쾌활해 보이는 아이들도 사실은 내성적이거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에피소드 2

항상 명랑하고 유쾌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수업 시간에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냈기에 자연스럽게 반응을 많이 해줬고 칭찬도 많이 하게 됐다.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친구들을 웃기는 말을 해서 재미있게 만들기도 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교사에게 질문도 거침없이 했다. 적극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눈에 띄는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는 학교에 오면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에 자주 갔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 빈도가 너무 잦았다. 아이는 이유가 없다고 하는데 아무 이유 없이 배가 이렇게 자주 아픈 것은 뭔가 이상한 일이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오래전부터 이런 상태였다고 하시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봤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신체에 객관적인 이상도 없고 아이가 아무 일도 없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일까? 워낙 밝은 아이라 스트레스받는 것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다행히 조금씩 배가 아픈 일이 줄어들었다.

몇 달이 지나 알고 보니 그 당시 부모님이 사이가 많이 안 좋으셨다고 한다. 아이가 부모님 모습을 보며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아이는 담임교사에게 가정의 일을 말하기 싫었고 어머니도 당연히 싫으셨기에 그때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다행히 어머니께서 배가 아픈 점을 스트레스받는 것이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린 나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다. 가정에서 부부의 갈등이 아이를 힘들게 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셨고 아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셔서 아이의 배가 아픈 증상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아이의 변화를 교사와 부모가 감지하고 대처했기에 아이의 마음을 매만져줄 수 있었다.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약

이렇게 밝은 아이로 보여도 내면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으니 내 아이가 활달하다고 괜찮을 것이라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아이의 몸과 마음은 통한다. 아이의 마음이 보고 싶으면 아이의 말과 행동을 보면 된다. 아이가 아프다고 한다면, 그 일이 반복된다면 혹시 신체가 아닌 마음의 병이 아닌지 살펴보자. 아이가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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