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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선생 Jun 02. 2021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어요

아이 끝에는 부모가 있다.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면 따뜻한 모성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표정과 말에 가감이 없다.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거다. 웃음이 많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하고 자신의 세상에 충실하다. 새로운 것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쏟아낸다. 


내 아이를 보면서 우리 반 아이들을 생각해보곤 한다. 누구나 어렸을 땐 웃음이 많고 천진난만하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 고학년인 아이들을 보면 그 간극이 크다. 그 이유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 사이에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기에 변하는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따라가 보면 결국 그 뒤에는 부모가 있다. 

아이들의 무표정과 어두운 모습을 보면 혹시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걱정한다. 아이들의 감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족'이다. 아침에 언니가 엄마에게 대드는 소리를 들었다면,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면? 아이의 표정은 당연히 좋지 않다.


교사에게 부모님들은 모든 상황을 오픈하지 않는다. 가정의 불화를 굳이 담임교사에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교사들은 아이들의 가정 상황을 잘 모른채 아이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노라면 가정 안에서의 문제들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아이의 가정 분위기를 읽기도 한다.




A라는 아이는 이유 없이 이상행동을 한다. 자주 멍 때리고 부모님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아이가 소극적이어서 그렇다고 어머님은 이야기하시지만 사실은 부모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는 쉽지가 않다. 표정도 밝지 않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니 자신의 감정을 쉽게 터놓지 못한다. 마음 깊숙이에 있는 묵은 기억들과 상처들을 꺼내야 치유가 될 텐데 그 상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난 아무 이유가 없는데 이렇다’고 말하기만 한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대화에 대화를 거듭하다 보면 부모님의 불화나 어린 시절 상처가 됐던 일들이 하나씩 나온다. 


B는 작은 일에도 눈물부터 흘린다. B에게는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로 예민하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인가 싶었지만 아이에 대해 알아갈수록 기질보다는 환경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는 친구 관계에서도 민감했다. 자신과 친했던 친구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다른 친구를 급하게 찾아 친해지려 노력했다. 그 친구를 장난처럼 때리기도 했다. 속상한 감정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몸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의 환경을 보니 책임감 없는 아빠의 부재가 있었다. 아이는 그 일을 겪은 뒤 누군가가 자신을 떠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C는 학교에서 자주 배가 아프다. 처음에는 아침 먹은 것이 탈이 났나 싶어 보건실에 보냈는데 거의 매일 배가 아프다고 하니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배가 아픈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이 스트레스일 경우가 많다. 배가 자주 아픈 아이들은 가정의 문제나 친구 문제에 대해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음식으로 인한 배탈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복통이다. 특히 부모님의 갈등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큰 요인이었다. 부모가 이혼을 했어도 안정적인 심리상태일 때는 아이가 영향을 받지 않지만 부모가 갈등 중일 때, 부모가 흔들릴 때 아이들은 같이 흔들린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가정이라는 환경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다. 어린아이와 초등학교 고학년의 아이 사이의 간극을 보면서 가정의 울타리를 튼튼히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아이를 위한 것이 꼭 돈으로 뭔가를 사주고 무조건적으로 주는 것만은 아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가정, 내가 어떤 상황이든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가정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이에게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아이가 어릴 때처럼 잘 웃고 엄마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면, 가정 분위기를 먼저 돌아보자. 일반적인 발달단계상의 특징은 있겠지만 아이의 정서적인 면에 가정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아이를 위한 가정의 분위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가정의 분위기, 부모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어린 시절의 밝고 명랑함, 호기심,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지켜주자.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의 감정에 앞서 '부모'의 이름으로 아이의 웃음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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