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바로서야 하는 이유
교사: 자, 이제 모두 선생님을 보세요.
학생: 선생님, 저는 선생님 보고 있었어요. 진짜예요.
교사: 1분단 친구들이 목소리가 작네요. 조금 더 크게 해볼까요?
학생: 선생님, 저는 대답했어요. 진짜예요. 진짠데...
학생: 선생님 수익을 안 가져왔어요.
교사: 다음부터는 꼭 가져오자. 42쪽까지 풀었어?
학생: 네 풀긴 풀었어요. 선생님 절 믿어주세요.
여러 차례 이런 일이 있었다.
아이는 자신이 했음을, 혹은 안 했음을 확인받으려 했고 선생님이 안 믿어준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항상 “그래, 잘했어~” 혹은 “맞아 대답 크게 했지~ 선생님이 알고 있어.”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지만 아이의 눈빛은 완전히 안도하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교실에서 어떤 일이 있을 때 누구, 누구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기엔 그 아이들이 속상할 수도 있고 예방의 목적도 있으니 전체적으로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러면 아이들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어떤 아이들은 내가 한 일이 아님에도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반성하고 앞으로 절대 안 하겠다고 다짐한다.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고 마음 불편해하며 반성한다. 또 다른 아이들은 내 이야기가 아니니 가볍게 듣는다. 경우에 따라 본인의 이야기임에도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여기고 흘려 듣기도 한다.
보통 이런 유형의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위의 아이는 반응이 좀 달랐다. 그래서 의아했다. 내가 특별히 꾸중을 한 적도 없고 그 아이를 특정해서 이야기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신을 향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민감하게 반응할까? 왜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평소 밝고 명랑하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교사가 조언이나 꾸중을 할 때의 태도는 굉장히 방어적이었다. 나는 그런 모습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의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이 아이가 방어적인 태도를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도 됐다.
아이가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어떤 것을 하다가 잘 안 되면 ‘짜증나’라는 말부터 나온다. 한숨을 푹푹 쉬며 화가 난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엎드려 버린다. “그만 하면 안돼요?”, “언제 끝나요?”라는 말을 하며 짜증을 낸다. 아이 능력으로는 충분히 그 활동을 해낼 수 있음에도 끝까지 노력하지 않는다. 일단 마음대로 안 되면 화가 나고 하기 싫어진다.
아이는 그동안 많이 혼났던 것 같았다. 아이는 장난꾸러기였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였으며 상황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활동할 때도 가장 먼저 끝냈지만 글씨가 삐뚤빼뚤 알아보기 힘들었고 활동을 할 때 대충 쓰고 끝낸 느낌이 역력했다. 이런 모습을 본 어른들은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동안 이 아이는 얼마나 많은 말을 들었을까? 아이는 어른들의 말들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방어를 시작했다. “그러려던 게 아니다.”, “난 그렇지 않다.”, “난 이미 했다.” 라고 하면서 자신을 나름대로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니 갑자기 아이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는 아이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초등학생 때 형성되는 자신감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아이가 자신이 하는 일에 매번 혼나서 자신감을 잃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말할 때는 더 신경 써서 말했고 그 아이가 잘못했을 때 이유와 함께 이야기하되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다른 아이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지도하지만 더 섬세한 아이인지라 한번 더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수업 시간에 계속 짜증을 내고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무언가 마음대로 안됐던 모양이다. 아이들의 솔직한 반응들을 모두 인정해줘야 함에도 한 명의 부정적인 에너지는 교실 전체의 공기에 영향을 주기에 너무 심할 때는 지도하게 된다. 계속 엎드려있고 짜증내는 아이를 그냥 두는 것은 교사로서 그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들을 위해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일 때 그 이유가 있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바로 혼자 판단하고 혼내지 않고 상황이나 이유를 꼭 묻는다. 아이에게 교사의 말은 굉장히 크다. 영향력이 있는 만큼 실수로 상처를 주면 안 되기에 이유를 꼭 묻는데 아이의 태도는 불손했다. 이유를 몇 번 물었음에도 별다른 이유를 말하지 않고 피곤하다고만 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거나 속상하게 할만한 말이나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지도했다.
얼마 뒤 그 아이의 어머니와 대화할 일이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내가 말하는 것을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셨다. A라는 뜻이라고 간곡히 말씀드려도 B라고 했지 않냐며 화를 내셨다. 저경력교사가 아닌지라 꽤 많은 학부모님들을 만났음에도 이런 오해를 사기는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굉장히 방어적으로 반응하셨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대하셨다.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참 많이 속상했다.
어머니를 마주하며 아이가 떠올랐다. 아이의 담임교사에게도 화난 것을 쏟아내시는 분이면 아이에게도 그러시지 않을까? 아이가 평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쩌면 어머니의 방식때문은 아닐까?
나도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구분해야 한다. 논리적인 훈육과 짜증 섞인 훈육.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바른 것을 가르친다는 목적을 가지고 훈육하는데, 이게 타당한 이유로 아이를 설득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감정을 실어 짜증내는 것인지에 따라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나도 직장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몸이 힘들어 아이에게 의도치 않게 짜증 섞인 말을 할 때가 있다. 그 아이의 엄마도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다보니 집에서 아이 학습 신경 쓰느라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니까, 내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크게 미치는 존재니까 힘든 몸과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으로 아이를 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에게 엄마는 아주 큰 존재다. 내 양육방식이 아이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엄마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그 어머니를 탓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분은 아닐테니까. 코로나 상황이 모든 사람을 예민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생각이 많아졌다.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것은 부모와 교사의 날카로운 말과 감정적인 행동이다.
내 아이와 내가 만나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