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우리는 세대가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고 눈높이를 맞춥시다

by 똑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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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선생님이 사탕이라도 줄까?”


방과 후에 동생을 기다리느라 교실에 남아 있던 재영이. 재영이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책상 줄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늘 미술 시간에 먹물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하고는 청소도 못한 채 아이들을 정신없이 하교시켜서 교실이 난장판이었다. 등교 수업을 오전 시간에 몰아서 하다 보니 수업 끝나면 점심 먹고 보내는 것도 시간이 빠듯하다. 그래서 뒷정리는 아이들 보내고 내가 하는데 오늘은 남아 있던 재영이가 내가 할 청소를 도와준 것이다.

나는 너무 기특해서 재영이에게 뭔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 전 아이들 주려고 사뒀던 사탕을 생각했다. 그러고는 재영이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면서 사탕을 줄테니 동생이랑 같이 먹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재영이가 말했다.


아니요. 저 사탕 안 좋아해요.


너무 기특해서 선생님이 주고 싶다는 말에도 재영이는 사탕 싫어한다며 안 받겠다고 했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재영이라면 별로 안 좋아해도 선생님이 주면 그냥 받을 것 같은데 딱 잘라 싫다고 한다. 쑥스러워서 그런가 싶어 다시 물었지만 재영이는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젤리라며 젤리를 받아갔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을 적지 않게 겪는다. 아이들의 의사표현이 분명해졌다. 예전에 만났던 아이들은 선생님이 주면 좋든 싫든 일단 받고 감사인사를 했는데 해가 지나면서 아이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주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어도 일단 감사히 받아야 한다는 내 기준의 생각을 했다. 근데 한두 명이 아니었다.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의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들이 변한 것일까?

나는 아이들이 변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두 명 아이들의 상황이 아니라 대체로 그런 상황이라면 이건 그들의 문화인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와 내 학급의 아이들과의 나이 차이가 30년 가까이 되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30년이면 어마어마한 세대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신규교사 시절부터 아이들과 같은 문화를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사실 별 노력 없이도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듣는 노래를 내가 듣고 있었고 아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내가 즐겨보았고 아이들이 사용하는 말들을 내가 사용하고 있었다. 나이 차이가 적었기 때문일까.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됐고 아이들과 대화가 통했다.

근데 시간이 훌쩍 흘러 아이들과 나의 나이 차이가 커져버렸다. 아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럽지가 않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일 년을 생활하는 것은 아이들과 마음이 통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하기에, 교사로서 아이들의 문화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최신가요를 듣고 아이들이 즐겨하는 게임을 해본다. 그래야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의 변화는 읽지 못했다. 아이들은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하게 표현할 줄 안다. 내 마음을 숨기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해보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예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달라진 문화일 뿐이었다.

한편으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는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나의 감정보다 우선시하곤 했는데 나를 중심에 두고 감정을 솔직히 표현할 줄 아는 모습은 아이들 자신을 위해 참 좋은 선택인 것 같다.


앨빈 토플러의 말이 생각난다.


“19세기의 학교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


한국 교육에 대해 비판한 말인데 내가 그중의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아이들과 같은 세대를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아이들의 생각까지 닮을 수는 없었다. 내가 노력한 부분은 어쩌면 아이들 문화의 외적인 부분일지 모른다. 진짜 변화는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보이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는데 말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를 가까이서 보고 있기에 아이에 대해 잘 안다고 쉽게 이야기하기엔 부모와 아이 간의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 완전한 이해는 어렵다. 아무리 간격을 좁히려 노력해도 보이지 않는 차이는 늘 존재한다. 우리는 아이들과의 세대 차이를 인정하고 아이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우리 세대의 잣대로 아이들을 판단하려 하면 아이들과의 간격을 좁힐 수 없다. 나와 다른 잣대를 가진 아이들이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아이들 문화를 향한 눈이 조금씩 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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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와 같은 세상에 살지만 다른 세상을 산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아이들의 세상이 보인다. 그리고 아이들의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 내 기준으로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들의 세상을 고려하며 대화한다면 평행선을 긋는 일은 적어도 없을 것이다. 다른 시선으로 아이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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