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들에 대한 역차별이 있지는 않나요?
한 어머니와의 상담
학부모 상담주간의 일이었다. 한 남자 아이의 학부모님이 오셔서 아이의 학습면과 생활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셨다. 아이는 너무 활동적이거나 폭력성이 있는 아이도 아니었고 너무 얌전하고 말이 없어서 걱정스러운 아이도 아닌, 그냥 보통의 평범한 아이였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성실하게 제 할 일을 열심히 했고 아이들과의 어울림도 좋았다.
어머니는 아이의 공부나 친구 관계에 대해 걱정스러우셔서 상담을 오신 것이 아니었다. 학교 생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신 뒤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선생님. 제가 얼마 전에 방과 후에 여자 아이 두 명이 저희 아이랑 남자 아이들을 쫓아가며 등을 때리는 것을 봤거든요. 근데 너무 세게 때려서 사실 너무 속상했어요. 여자 아이들이 남자 아이들 때리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어머님은 눈물을 글썽거리셨다. 그리고 말에 격한 감정이 실려있었다. 내 자식 귀하지 않은 엄마가 어디에 있겠는가? 어머님의 속상함이 전해져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맞고 있는 장면을 보면 어느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그것도 이유 없이 친구에게 맞는다면? 그 속상함이야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일상 속의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
여자아이들과 남자 아이들 사이에 이런 일은 자주 있다. 보통 사람들은 남자 아이들은 짓궂고 이유 없이 다른 친구를 툭툭 건드리는 반면 여자 아이들은 얌전하고 정해 놓은 반경 안에서 활동하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릴 때는 남자 아이들의 움직임이 확실히 크다. 조심성이 없거나 뒤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면은 남자 아이들에게 더 많기도 하다.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보다 움직임의 반경이 크지 않고 조금 더 정돈된 행동을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보통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의 사춘기가 조금 빠르다. 그러다 보니 여자 아이들 중에 남자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다. 또 남자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조금 더디다 보니 여자 아이들끼리 무리를 지어 남자 아이들을 마음대로 하려고 하거나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때리곤 한다.
관심의 표현이기도 하고 같이 놀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이건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친구끼리 때리는 것은 장난이라는 이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장난으로 시작된 일이 큰 폭력으로 번질 수도 있다. 또 아이들마다 장난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아이들 간의 장난이 ‘학교폭력’의 이름으로 이름 붙여져 서로가 가해자-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남자 아이들에 대한 역차별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서로 뛰어다니며 놀다가 싸운다. 둘이 와서 서로 상대에게 맞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더 잘못한 것으로 생각되는가?
남자 아이가 맞은 것보다 여자 아이가 맞은 것이 더 큰 일로 여겨지지 않는가? 왜 여자 아이가 때린 것은 ‘때린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남자 아이가 때린 것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싸우면 남자 아이가 가해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곤 한다. 사실 남자 아이들이 이유 없이 맞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을 때려서는 안 된다고 계속 가르침을 받았다. 여자 아이들이 세게 등을 때리고 가도 많은 남자 아이들이 그만큼 세게 때리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의 교육 때문인 것 같다. 남자 아이들은 누군가를 때려서는 안 된다고 귀가 따갑도록 듣는 반면 여자 아이들은 그런 지도를 많이 받지 않는다.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을 때리면 아마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에게 등을 맞는 일은 별거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이건 역차별이다.
둘의 표현 능력에서의 차이가 남자 아이를 불리하게 만들기도 한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여자 아이들은 말 표현을 남자 아이들보다 보통은 잘한다. 반면 남자 아이들은 자신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띄엄띄엄 말하여 자신의 변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면 둘 다 잘못이 있음에도 순식간에 가해자처럼 되어버린다. 아이 입장에서 너무 억울한 상황이다.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에, 혹은 역차별 발상 때문에 남자 아이들이 상처 받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부모가 상처 받는다. 남자 아이들도 한 가정에서 귀한 자녀들이고 여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미래의 희망이 되어줄 존재들이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을 떠나 친구들끼리 장난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의 폭력도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지도해야 한다.
남자 아이들은 가해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