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뒤에야 보이는 것들
자그마치 2주를 누워만 있었다. 디자이너이자 연구자, 창업가로서 쉼 없이 달려오던 일상이 '허리 디스크 탈출'이라는 물리적 제동에 걸린 셈이다. 경기도 일산의 차가운 겨울 공기를 창밖으로만 마주하며, 나는 천장을 보며 아주 본질적인 단어들을 다시 만져보았다. 시선이란 무엇일까.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행위는 대체 무엇일까.
그동안 나는 '왜(Why)'에 집착해왔다. 왜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하지만 몸이 멈추자 질문은 자연스럽게 '무엇(What)'으로 옮겨갔다. 우리는 흔히 '왜'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것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정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고요함 속에 머물며 움직임을 찾는 정중동(靜中動)의 시간이었다. 몸은 비록 침대 위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내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본질을 찾아 헤맸다.
침대에 누워 나는 질문들의 역할을 나름대로 정의해 보았다. 무엇(What)인지를 묻는 질문은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지정한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내놓는 대답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하는 일이다. 왜(Why)라는 질문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어떻게(How)라는 질문은 목적지에 도달하는 '속도'를 만들어낸다.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알고(What), 나아갈 방향이 정해지며(Why), 적절한 속도(How)가 붙을 때 비로소 에너지가 발생한다.
나에게 글을 쓰고 디자인 결과물을 세상에 선보이는 일은, 이 세 가지가 결합되어 터져 나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것이 텍스트든, 그림이든, 도형이든 상관없다. 그 순간 내가 가장 답이라고 믿는 무언가를 가장 자신 있는 형태로 세상에 토해내는 것. 그것은 거창한 전시라기보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의 물음에 내놓는 가장 정직한 응답이었다.
2주 만에 다시 맥북 앞에 앉아 본다. 여전히 허리는 묵직하지만, 마음은 조금 더 가벼워졌다. 모든 게 멈춰버린 다음에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제는 바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마음의 평온을 잃지 않는 동중정(動中靜)의 태도를 배우려 한다.
위치와 방향, 그리고 속도를 점검하며 나만의 에너지를 다시 만들어본다. 세상은 넓고 질문은 넘쳐난다. 나는 그저 디자이너라는 나의 언어로, 이주동이라는 나의 시선으로 뚜벅뚜벅 대답을 이어갈 뿐이다.
무엇인지는 위치를, 왜는 방향을, 어떻게는 속도를 만든다.멈춰 서서 내 위치를 확인한 다음에야 비로소 제대로 움직일 에너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