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아줌마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

어서 와, 아줌마는 처음이지?

by 또랭

'브라O 체온계', '아O 램프 수유등', '타이O 모빌', '스와O 업', '드O텍 온습도계', '알O 매트'

비어진 동그라미와 상관없이 제품명이 자연스럽게 모두 튀어나오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아줌마 신입생일 확률이 높다. 국민 육아템을 줄줄 꿰고 있는 거 보니 제법 준비된 아줌마인 듯하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장 싸게 파는 곳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며 쿠폰 먹이고, 적립금 쓰고, 때론 직구도 마다하지 않으며 스마트 컨슈머로서의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고 있는가? 그러나 당신이 잊은 게 있다. 아기에게만 국민 육아템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줌마에게도 육아 기동성을 최대로 도와줄 아줌마템이 필요하다. 오늘은 그 필수 아줌마템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1. 끈 묶을 시간도 없어요, 슬립온

안다. 나도. 당신이 부러질 듯한 9cm 스텔레토 힐을 신고도 회사 앞에서 100m 달리기 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그러나 이제 그 사다리를 내려올 때가 되었다. 어허, 키높이 운동화는 안 되냐고 묻지 마라. 그건 아직 당신 짬이 아니다. 자 산후조리원을 나왔다면 당장 인터넷에서 슬립온을 시키자. 운동화 끈 없고, 두 손을 못 써도 대충이라도 구겨 신을 수 있는 세상 편한 것으로. 키높이에 목숨 걸지 마라. 자고 나면 무섭게 늘어나 있는 아이의 몸무게를 아기띠로 온전히 지탱하려면 키높이는 사치이다. 최대한 바닥 편하고 오래 걸어도 무리 없는 것으로 고르자. 색은 어두운 것이 좋다. 이미 아작 난 팔목으로 애 재워놓고 신발까지 빨고 싶지 않다면 최대한 때 안 타는 검은색이나 남색 계열을 선택하자. 혹여 자유시간을 얻어 혼자 외출할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9cm 하이힐 탑승은 말리고 싶다. 아이 낳고 한동안의 당신 뼈는 예전의 당신의 뼈가 아니다. 친정 엄마한테 많이 들어 지겹겠지만 또 잔소리할 수밖에 없다. 내 몸은 내가 아끼자. 단화나 5cm 이하로 협의 보자. 하이힐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 다음 생에쯤?


2. 감히 머리를 감겠다고? 모자는 필수

결혼하고 남자들이 깜짝 놀라는 (구)여친 (현)부인의 모습 중 하나가 있다면 여자들의 앞머리만 감기 기술, 샤워는 하는데 머리는 안 감고 나오기라고 한다. 이왕 물 틀고 샤워까지 했으면 그냥 머리까지 감지, 굳이 머리만 남겨 놓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늘 향기 나고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뽐내던 그녀가 외출이 없으면 2~3일은 기본으로 머리를 감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남자들은 모른다. 탐스러운 숱을 가진 긴 머리일수록 감고 말리는 일이 최소 30분이 걸리는 엄청난 중노동이라는 것을. 굳이 집에만 있는 날에 여자에게 머리를 감으라고 하는 것은 남자들에게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게임만 할 건데 머리에 정성 들여 왁스 바르고 스프레이까지 뿌려 풀 세팅하라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현실이 이러한데,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머리를 감겠다? 이건 정말이지 불가능하다. 심지어 감고 싶어도 못 감는 날들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겐 뭐가 있다? 모자가 있다. 얼마나 든든한가. 원래도 여자에게 모자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지만 아줌마가 되면 더더욱 절실히 필요해진다. 가장 기본이 되는 캡 모자와 외출용으로 버킷 햇, 플로피 햇 같은 챙 넓은 모자들도 하나 더 있으면 좋다. 불어난 몸 때문에 옷 사기도 싫고 멋 부리기도 귀찮다면 모자만큼은 내 마음대로 골라 보자. 설마 머리 둘레까진 찌지 않았겠지... 아이가 클수록 놀이터에서 살게 될 날이 많은데 이때 역시 모자는 필수다. 자외선 차단은 물론이거니와 인사하기 께름칙한 동네 아줌마의 시선을 슬쩍 피하기에도 모자만큼 유용한 아이템이 없다.


3. 일단 사봐, 이거 아님 못 멜걸? 백팩

아가씨 시절 나는 아줌마가 되어도 절대로 백팩만은 안 메겠다고 다짐했었다. 결혼식 온다고 원피스에 재킷까지 쫙 빼 입고는 그 위에 당당하게 백팩을 메고 있는 아줌마들을 보며, 나는 결단코 백팩만은 메지 않는 아줌마가 되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더랬다. 그래서 나의 첫 기저귀 가방은 옆으로 메는 숄더백이었다. 나름 고심하여 고른 디자인으로 지퍼는 없고 수납공간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으며 각이 잡혀 있어 물건도 꽤 많이 들어가는 가방이었다. 한동안은 잘 들고 다녔다. 그러나 아기띠를 한 채 한쪽 어깨나 팔에 가방을 걸치고 다니다 보니 너무 번거로웠다. 가방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물건들이 다 쏟아진 날에는 냅다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정 엄마의 권유로 백팩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앞에 맨 아기띠와 딱 중심을 이루는 안정감, 흘러내림 없는 편안함, 무엇보다 두 손의 자유를 맛 본 순간 아줌마들이 왜 백팩을 메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한쪽 어깨로 무게를 감당하는 것보다 두 어깨로 짊어지니 짐도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특히나 백팩은 아이와의 여행에서 더더욱 빛을 발했다. 안 그래도 두 손에 들고 있을 것 많은 공항에서도, 길 찾는다, 사진 찍는다며 늘 들려 있는 핸드폰을 볼 때도 백팩만큼 두 손을 도와주는 가방은 없었다. 그 뒤로 나는 아이와의 외출에 늘 백팩을 챙겼다. 쬐깐한 핸드백 하나 달랑 매고 외출하는 날이 언제 올까 싶은가? 포기하지 말아라. 그날은 언젠가 다시 온다. 그때까진 백팩과 친하게 지내보도록 하자.

4.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 선글라스

아가씨 때는 선글라스가 멋 내기 용이었다면 아줌마에겐 선글라스는 서로를 위한 매너용이다. 머리도 제대로 안 감는데 화장을 제대로 하고 외출할 수 있을까. 힘들다고 본다. 이때 민낯에 자신 있다면 모르겠지만 날로 푸석해지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가리고 싶다면 선글라스만큼 좋은 아이템도 없다. 날이 따뜻해지면 아이와 외출할 날이 많아진다. 다행히 요즘은 선글라스를 시력 보호, 자외선 차단이라는 정직한 목적으로도 많이 쓰기 때문에 오버인가 싶은 생각은 접어두고 일단 쓰고 나가자. 특히나 더운 여름이라고 봐주지 않는 아이들의 무한 체력을 조금이라도 뒷받쳐 주려면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필수로 챙겨야 한다. 아까 말한 모자와 선글라스, 또 하나의 최강 아이템 마스크까지 뭉치면 사실 두려울 것이 없다. 한강에 가면 아줌마들이 왜 선캡과 마스크로 파워레인저급 변신을 하고 다니시는지 알 것도 같다. 자외선으로부터 나의 소중한 피부를 지켜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아줌마들의 자신감 회복과 상대방의 안구 보호까지 신경 써 주는 인류애 넘치는 모습인 것이다. 요즘은 싸면서도 디자인도 훌륭한 만원 대의 선글라스도 많다. 모두를 위해 하나쯤 마련해 두자.


자, 지금까지 '국민'까진 못 붙여도 '우리 동네'까진 붙일만한 아줌마템들을 소개해 봤다. 아이를 낳고 여자의 인생은 180도 바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갑작스러운 변화가 우울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데 여자들은 아기 손수건 수 십장, 손톱만 한 손톱깎이, 모유 저장팩, 물티슈들은 잘도 사서 향균 지퍼백에 쟁여 놓으면서 정작 생활이 모조리 바뀌는 나를 위한 준비는 잘하지 않는다. 사랑해 마지않던 하이힐을 못 신게 되고, 기분 따라 바꿔하던 눈 화장이 전혀 필요 없어지며, 즐겨 입던 스키니 청바지가 허벅지부터 안 들어가는 상황 역시 우리는 받아들여야 하는데 말이다. 국민 육아템을 찾아 밤새 인터넷을 떠도는 신입 아줌마들이여, 아이 물건도 중요하지만 아줌마가 되는 나를 위해서도 쇼핑하자. 조금은 갑작스럽고, 때로는 우울할지도 모르지만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엄청난 행복감마저 주는 이 육아라는 싸움에서 지치지 않도록 이제는 새로운 아이템을 장착할 때다. 그럼 모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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