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아줌마 시점에서 따져 본 핫한 다이어트 방법 3가지
나도 한때 '독한 년' 소리도 듣던 다이어트계의 풍운아였다. 결혼하기 전 6kg을 빼고 '내 얼굴이 살 때문이 아니라 원래 광대 때문에 넓적한 거였구나'를 내 손으로 확인한 그런 년이다, 내가. 이때 살면서 입을 수 있는 짧고, 붙는 옷은 다 입어 봤던 것 같다. 남이 뭐라 하든 말든 나는 이렇게 마르게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아주 신이 나 있었다. 그런데 그 유효기간은 결혼 후 한 달까지였다. 결혼 한 달만에 아이가 생긴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아줌마라면 모두 아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점점 배가 불렀고, 몸무게 앞자리 수가 두 번 바뀌었고, 아이를 낳았는데 딱 아이 몸무게만큼만 살이 빠졌다. 산후 조리원에서 몸무게가 조금 빠지는 듯하더니 이내 그것도 정체, 그러다 다시 야금야금 살이 찌는 슬픈 이야기. 루즈핏 티셔츠와 고무줄 바지로 연명하다 슬금슬금 남편 옷에 손을 대기 시작한 순간, 드디어 때가 됐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가 온 것이다.
수많은 다이어트를 해 보았지만 그중 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았던 세 가지 다이어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이어트 효과도 중요하지만 철저히 아줌마 관점에서 본 다이어트의 장단점들을 나열해 보고자 하니 다이어트의 전문적 지식을 원하는 분은 조용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눌러도 좋다.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난리가 났던 그 다이어트 방법이다. 고기만 먹는데 살 빠진다는 바로 그 행복한 다이어트. 정확히 말하면 탄수화물은 적게, 지방은 많이 먹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진짜 이렇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고기를 먹는 데도 살이 빠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늘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문화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배곯는 다이어트를 싫어한다면 추천해 봄 직 하다.
장점 : 2주 이상 하니 확실히 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고기를 그렇게 먹는 데 희한하게 살이 조금씩 빠진다. 얼굴이 뺀질뺀질해지면서 왜 집 잘 사는 애들이 얼굴이 번들번들한지 알 것 같다. 무엇보다 배고프지 않아 폭식의 위험이 적다. 폭식을 하더라도 고기로 폭식하면 된다. 고기 마니아들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또한 주부의 입장에서 반찬 걱정 안 해도 된다는 큰 장점이 있다. 부부가 함께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오늘 반찬 뭐 하나, 국은 또 뭐 끓이나 걱정할 필요 없이 오늘은 소 구울까, 돼지 구울까, 닭 구울 까만 생각 하면 된다. 야채 역시 요리할 필요 없이 생식으로 내어 주면 만사 OK.
단점: 탄수화물을 완전 배제하면 손이 달달 떨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고기를 그렇게 먹는데도 몸에 힘이 예전만큼 들어가지 않는다. 조금 지나면 없어지는 현상이라곤 하는데 확실히 쌀밥 먹을 때와는 다르다. 밥심이 무서운 거라는 걸 이때 알았다. 또한 주부로서의 가장 문제는 다름 아닌 하루 종일 배어 있는 고기 냄새였다. 고깃집 사장님이 대단해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 지나면 고기 냄새나는 커튼과 스케이트장으로 바뀐 마룻바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단점은 역시 돈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아무리 대량으로 떼어와도 삼시 세끼를 두 사람이 온전히 고기로만 먹으려고 하면 집안 거덜 나기 딱 좋다. 나 역시 효과는 너무 좋았으나 사실상 비용 문제가 너무 커서 중간에 포기했다.
현미밥과 야채, 과일, 견과류 위주로 식사하는 전통적인 다이어트 방법이다. 사실 고기 먹으며 살 뺀다는 것보다는 야채 먹으며 살 뺀다는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특히나 부모님 세대는 이 말을 진리로 삼고 계실 확률이 높다. 부모님 댁에 가서 다이어트 중이라며 고기만 먹고 있으면 등짝 스매싱 맞을 가능성이 있지만 야채를 뜯고 있으면 이해해 주신다. 채식 다이어트 역시 효과는 분명히 있다. 다만 저탄고지만큼 자극적이고 짜릿하진 않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몸속부터 달라지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왜 가장 오래되고 의사들이 추천하는 다이어트인지 겪어보면 이해가 된다.
장점 : 무엇보다 속이 편안하다. 내 안에 이렇게 묵은 것들이 많은지 알아보려면 일주일만 채식을 해도 알 수 있다. 또한 성격이 온순해지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초식 동물들이 괜히 온순한 게 아니다. 나는 주로 쌈 채소와 현미밥으로 채식을 했는데 처음에는 다 잔디 맛 같던 쌈 채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각각의 다른 풋풋한 맛으로 느껴지며 풀떼기도 맛있을 수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샐러리는 나의 최애 풀떼기가 되었다. 이처럼 채식은 다이어트에도 좋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도 좋다. 스님들이 고기 안 먹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신생아를 키우시거나 아이가 3~4세, 7세를 지나고 있는 시점이라면 반드시 먹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몸 안팎으로 이너 피스를 경험할 수 있다.
단점 : 맛들이기 전까지 힘들다. 틈만 나면 다른 다이어트 방법이 없나 알아보게 된다. 내가 평생 풀만 먹고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사실 힘들다. 회식이나 외식자리에서 지키기 어렵다. 속세의 고기 맛을 한 입이라도 보는 순간 그 날은 고기 파티가 열린다. 사실 쌈 채소는 고기에 싸 먹어야 제일 맛있다. 채식 다이어트에서 현미밥을 빼놓을 수 없는데 맨날 미리 불려 놓는 거 정말 귀찮다. 종종 물에 불린 지 하루가 지난 현미가 냉장고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특히나 밥 두 번하기 귀찮아서 아이에게 현미밥 먹여보려다 애 굶기기 딱 좋다. 애는 맘 편히 흰 밥 먹이는 게 낫다. 완전 채식주의자가 될 게 아니라면 어느 정도 고기와의 협상이 필요하다.
보통 16:8 방법을 많이 쓴다. 즉 16시간 굶고 8시간 동안 식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나 같은 경우 시간 계산하기 귀찮아 12시에 점심을 먹고 4시쯤 간식과 커피를 먹고 식사를 끝낸다. 약 5시부터 굶는다고 하면 19:5 비율로 굶는 것이다. 나는 사실상 여기로 굳혀졌다. 저탄고지도, 채식도 안 차리고 안 먹는 것보단 간단할 수 없다. 나 같은 귀차니즘에겐 이보다 더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없다. 과연 굶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의심이 된다면 검색창에 '간헐적 단식'을 한 번만 찾아보길 바란다. 요즘 가장 핫한 다이어트이니 손쉽게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점 : NO 상차림, NO 설거지. 이 두 개만 봐도 주부에겐 꽤 매력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이 이유 때문에 이 다이어트에 정착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매력적인 것은 먹을 수 있는 8시간 동안은 무엇을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채식을 하든, 고기를 먹든, 다 먹고 케이크 한 조각까지 먹어도 이 다이어트 안에서 괜찮다. 밤새 쫄쫄 굶고 첫 끼로 뭘 먹을까 설레기까지 하다. 또한 속이 편안하다. 자기 전에 위를 모두 비우고 자므로 자면서 배 부르다고 씩씩거릴 일이 없다. 습관이 되면 간간히 들리는 꼬르륵 소리가 살 빠지는 소리로 들리며 행복한 기분마저 든다.
단점 : 회식이 많은 직장인에겐 다소 무리가 있다. 가서 '지금은 굶을 시간이네' 하면서 숟가락만 빨고 있으면 분명 한 마디씩들 할 것이다. 가장 큰 복병은 역시 폭식에 있다. 차라리 저녁을 일찍 먹어버렸으면 유혹에 덜 빠질 텐데 괜히 점심 한 끼만 먹고 쫄쫄 굶다가 남편이 오늘은 스트레스받아 안 되겠다며 12시에 시킨 치킨에 눈이 멀어 함께 뜯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가족의 협조, 자신의 굳건한 의지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위해 정성 들여 밥상을 차려 먹는 부지런한 사람에게는 이 다이어트는 맞지 않는다.
자, 이렇게 요즘 가장 핫한 다이어트 방법 세 가지를 아줌마 시점으로 정리해 봤다. 그래서 넌 살 얼마나 뺐냐고 묻고 싶은가? 아마추어처럼 우리 이러지 말자. 다이어트 한 두 번 해 보나. 우리끼리 이러기야? 그래도 한 가지는 정확히 말할 수 있다. 다행히도 난 아직 당신 편이다. 마른 것들의 편은 영원히 될 수 없나 보다.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변한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원래 평생 하는 것 아니던가?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나는 오늘도 외친다.
나 다이어트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