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폰 쓰는 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저도 한때 스마트했습니다.

by 또랭

혹시 내 글을 읽으면서 나에 대한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원래도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주의자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아니면 이전에 쓴 글에서 잠시 제공한 호랑이띠 최 씨 O형의 정보 덕분에 사회생활 제대로 못하고 어차피 연락할 친구도 없는 고집쟁이 아줌마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는 '나는 자연인이다'로 힐링하며 도시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당신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어쩌면 조금 더 스마트폰과 친했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제법 빨리 스마트폰을 사용한 사람이다. 아이폰 4가 국내에 나왔을 시점이었는데 어떻게든 스마트폰은 사고 싶어 가격이 떨어진 아이폰 3gs를 구입했다. 그때 카카오톡에 친구 목록에 10명 안팎의 사람들만 있었으니 내 주변에서는 아직 핸드폰은 폴더폰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스마트폰을 샀다고 했을 때 좋은 소리만 들었던 건 아니다. 어떤 이는 잠깐 유행하다 말걸 왜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 사냐고 했다. 한 손에는 아이폰을, 한 손에는 스타벅스를 든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나는 그 2대 품목 중 하나를 가졌단 이유로 '머리 빈 여자'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평소에도 새로운 기계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인터넷으로 찾아본 스마트폰의 세계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제발 문자 좀 보내게 '알'좀 달라고 구걸하던 삶에서(기억하는가. KTF 시절 비기 알 요금제를?) 와이파이만 있으면 공짜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통화까지 할 수 있는 세계를 만난 것이다. 도대체 스마트폰이란 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나에게 막 퍼주는 걸까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앱은 어떠한가. 까는 것만으로 (그것도 공짜로!) 내 폰이 게임기가 되기도 하고 피아노가 되기도 한다는 게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앱스토어 미국 계정을 만들어 하루 종일 새로운 앱을 받아 시행해보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나는 스마트한 인간이 되어갔다. 그렇게 나에게 된장녀의 누명을 씌우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스마트폰 사용자로 변해갔다. 이제는 아무도 나에게 스마트폰을 쓴다고 머리 빈 여자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스마트폰 사용자가 되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자 더 이상 미국 계정, 일본 계정을 바꿔 로그인하며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나라 계정 로그인만으로도 양질의 앱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SNS를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나는 대세를 따르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모든 SNS들을 섭렵해야만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것 같았다. 추억의 싸이월드에서 트위터로 넘어온 뒤 그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사라진 토종 SNS me2day 아이디까지 만든 사람이다. 페이스북으로 대세가 옮겨가자 또다시 철새처럼 터전을 옮겼고 인스타그램의 경우 페이스북에서 인수하기 전부터 다양한 필터에 눈이 멀어 사진 보정 앱으로 즐겨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인스타그램이 이렇게까지 핫한 SNS로 변할지는 전혀 예상도 못했지만. 네이버의 블로그 역시 아이디가 두 개나 있으며 유튜브는 '구독'과 '알림'을 필수로 하는 사람이다. 어떠한가. 이 정도면 스좀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가 되어 스마트폰을 눈에서 떼지 않고 걸어 다니는 나의 모습이 잘 그려지는가?


이런 내가 스마트폰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는지를 모두 이야기하려면 입이 아플 수준이다. 은행 앱은 물론이고 모바일 결제 앱 또한 카드사 별로 모두 깔아 모바일 결제에 있어 한치의 불편함이 없게 했다. 투자를 할 때도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쓰고 있었으며, 수수료 없이 이체 가능한 앱들 역시 수시로 깔았다. 사진 앱만 해도 찍는 앱, 보정하는 앱, 필터 입히는 앱을 따로 쓰고 있었고, 최근엔 동영상 앱도 유료 결제하여 아이 동영상을 편집해서 SNS에 올려 조회수 떡상을 노렸으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당연히 식재료는 쓱 오거나 샛별 보며 온다는 앱들을 사용하였고 여행 역시 각종 호텔 앱,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책 '포노 사피엔스'에 나오는 '포노 사피언스 레벨' 중에 적어도 레벨 5에는 속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으며 앱을 추천해주고 새로운 앱들을 탐색할 때마다 나는 당당한 현대의 지식인이 된 것 같아 어쩐지 자부심도 느껴졌다. 어떠한가. 나의 이 삶이 당신의 지금 모습과 크게 다른가? 이래도 나에게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좋아하세요?'라고 묻고 싶은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 역시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혹시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볼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용기를 주고 싶어서이다. 이런 스마트폰 중독자도 했는데, 나도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해 준다면 이 글을 쓰는 의미가 조금 더 있을 것 같다. 나처럼 무식하게 폴더폰으로 바꾸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저 나의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 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가령 '소비하는 삶'과 '생산하는 삶' 중에 무엇을 택할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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