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과의 단절을 원하는가, 시간의 분리를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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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띠에 O형에 최 씨인 나는 성질 급한 사람이다. 앞뒤 안 재고 일단 폴더폰부터 지르긴 했지만 나는 이 도전의 분명한 목표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나에게 이 질문을 꼭 해야만 했다.
나는 스마트폰을 없애고 세상과의 단절을 원하는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그것일까? 아니다. 나는 스마트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반기를 들고 아날로그의 삶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스마트폰의 장점만을 취하길 원한다. 세상과의 단절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모두 뒤덮여 있는 나의 시간들이 분리되길 바란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스마트폰과 상생을 위한 계획이 필요했다. 무작정 스마트폰을 쓰지 않겠다는 처음 생각보단 훨씬 숨통 트이는 도전이 될 것 같았다. 확실히 의지도 더욱 생겼다. 그렇다면 내가 스마트 폰으로부터 분리된 나의 시간들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첫째, 스마트폰 없이 아이 키우기
사실 내가 스마트폰을 없애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에게 최대한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 글을 보며 콧방귀를 뀌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그래서 비겁하게 '가능하다면'이라고 전제를 붙인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직까진 다섯 살인 아이는 유튜브를 알지 못한다. 나의 스마트폰은 자기 동영상이 나오는 기계로 알고 있으며 주말에만 예외적으로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몇 편 보는 것이 다이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으리라 본다. 친구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게임 등을 모르니 아직 아이의 세상엔 주말에 몇 편 보는 뽀로로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유희인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올해부터 유치원에 간다. 친구들과 교류하다 보면 스마트폰의 무궁무진한 세상 역시 알게 되리라. 이제 유튜브 버튼을 스스로 누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롤모델이 되고 싶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 말고도 다른 즐거운 선택지들이 많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적어도 '엄마는 하면서!'라는 핑계를 듣고 싶지 않다. 이유야 무엇이든 나의 선택이 아이의 스마트폰 없는 삶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길 원한다.
둘째,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는 육아시간
첫 번째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아이가 스마트폰 대신 고개를 들어 세상을 보고, 경험할 때 나 역시 아이 옆에서 이를 온전히 지켜보고 싶다. 스마트폰에 눈을 대고 대충 대답만 '어, 어.' 하는 엄마 말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머리를 한번 더 쓰다듬어 주며 같이 이야기하는 엄마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먼 훗날 아이가 이런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길 원한다. 아이와의 인형 놀이와 숨바꼭질은 여전히 지루하지만 아이와 제대로 못 놀아 줬다는 찝찝한 마음으로 잠들지 않기를 바란다. 30분을 놀아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여 함께 깔깔대고 온 몸으로 뒹굴며 놀아 주고 싶다.
셋째, 매일 한 권씩 책 읽기
나 역시 기껏해야 일 년에 10권 내외의 책을 읽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이 전쟁 같은 육아를 겪으면서 책을 읽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육아서를 시작으로 자기 계발서, 재테크, 경제, 인문 서적 등을 통해 1년에 100여 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내 글을 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든 것도 계속된 독서 input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마음가짐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이전에는 전혀 느껴본 적 없는 살아있음이 느끼져는 하루하루였다. 초보 독서가로서 나는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다. 아직도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책들이 너무 많다. 나는 스마트폰이 점유하고 있는 나의 시간들을 분리하여 책 읽는 데 쓰고 싶다. 일단 목표는 하루에 한 권씩 읽어 1년 365권의 책을 읽는 것이다. 원래 목표는 크게 잡아야 근처라도 달성할 수 있지 않은가. 폰 대신 책을 보는 삶을 꿈꿔 본다.
넷째, 운동 시작하기
아이를 키우면서 운동하기란 쉽지가 않다. 물론 부지런한 엄마들이야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나는 만사가 귀찮은 의지박약 아줌마이다. 홈트 어플을 받아 놓고 지우고 깔기를 얼마나 반복했던가. 이런 나에게 아이의 유치원 생활은 몇 시간의 자유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이게 얼마 만에 생긴 나만의 소중한 시간인가. 이 피 같은 시간을 카페에서 스마트폰만 만지며 낭비할 순 없다. 나는 무엇이 되었든 몸을 움직여보기로 했다. 손가락 운동, 숨쉬기 운동 말고 진짜 몸을 쓰는 운동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세계에서 직접 땀을 흘리며 살아 있음을 충만히 느끼고 싶다. 코로나의 여파로 이것 역시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스마트폰 없는 삶에서 꼭 누려보고 싶은 생활 중 하나이다.
다섯째, 생각하는 삶, 그리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쓰기
요즘 나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즐거움인 글쓰기 역시 스마트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나는 원래 침대에서 목주름 잔뜩 생성하는 자세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글 쓰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카톡이라도 하나 오면 터치 한 번으로 화면은 쉽게 전환되었고 한번 물꼬가 트인 수다는 몇 시간을 순삭 시키는 마법을 부렸다. 이렇게 한바탕 떠들고 나면 글을 쓰던 흐름은 사라지고 내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해야 다음 한 줄을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끊긴 줄 알았던 대화가 '나 애 재우고 왔음.'으로 다시 시작되면 몇 번을 읽고 한 줄 쓰고를 반복하다 결국 '에이, 몰라. 내일 쓰자.'로 마무리었던 것이다. 친구들과의 온라인 수다는 즐겁지만 나는 '만나서 더 자세히 얘기하자.'의 모임에만 참석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라도 조금씩 글을 쓰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돌아볼 수 있었다. 더불어 개똥철학이라도 나만의 생각들이 한 편의 글로 만들어 지고 그 그들이 하나 둘씩 쌓이는 것을 보는게 즐거웠다. 그리고 나는 스마트폰 대신 노트북이나 종이에 글을 쓰면서 조금이라도 이 글쓰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폴더폰 하나 사놓고 이 모든 게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나를 어리석다고 놀릴지도 모르겠다. 인생이 그렇게 쉬운 거라면 모두가 다 목표와 꿈을 이루며 살지 않았겠냐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야무지다 못해 유난스럽다고 느껴지는 목표들을 위해 기꺼이 폴더폰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목표가 확실해 지자 조금 더 용기가 났다. 그리고 다음은 나의 이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나의 스마트폰과 협상을 할 차례였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