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는 삶을 돕는 5가지 아이템

by 또랭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매일 울려대는 앱 푸시들, 광고 카톡, 좋아요 알림만 확인하려다 어느새 2시간째 하고 있는 SNS, 주말에도 울리는 상사의 카톡, 각종 뉴스에 눈살 찌푸리게 달린 악성 댓글들에 지쳤다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만할 일이다. 나 역시 그러한 삶을 꿈꿨다. 그리고 질렀다. 스마트폰 대신 인터넷 전혀 안 되는 폴더폰으로 살아보겠노라고. 전혀 스마트폰을 안 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하루 1시간 미만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디지털 디톡스' 중이다. 지금까지 20여 일이 지났고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이제는 폴더폰도 놔두고 장 보러 갈 정도로 핸드폰에서 점점 자유로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대로 말하면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정말 불편하다. 뭘 할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짜장면 하나를 시켜 먹으려고 해도 배달 앱 없이 어떻게 시켜 먹을까 망설여진다. 집에 분명 굴러다니던 지역 음식점 광고책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도대체 다 어디에 숨어있는 건지 찾지를 못 하겠다. 손톱 깎을 때나 쓰던 그 책들이 나에게 이렇게 소중해질 줄은 몰랐다. 결국 노트북으로 배달 앱 사이트에 접속해 겨우 시켜먹을 수 있었다. 이건 새발의 피다. 내비게이션 없이 새로운 곳에 갈 수 있는가? 노래를 듣고 싶으면 나는 다시 아이리버 MP3를 사야 하는 걸까? 아이 엄마라면 하루에도 100장씩 찍는 아이 사진은 이제 영영 못 찍는 걸까? 생각보다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살 궁리를 찾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식상한 진리가 여기에서도 통한다. 궁하면 어떻게든 찾게 되나 보다. 완성판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생활에서 찾은 스마트폰 없는 삶을 돕는 아이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DSC05081.JPG 왼쪽부터 다이어리, 체크리스트, 글쓰기용 수첩, 자유노트

1. 수첩 또는 다이어리

스마트폰을 안 쓰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산 게 바로 수첩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많은 것을 기록하고 저장한다. 나 같은 경우 아이폰의 '메모' 기능과 '미리 알림' 기능을 정말 자주 썼다. 자주 쓰는 계좌번호부터 장 봐야 할 것들, 자주 가는 산후조리원 동기 집 주소, 잊어버리기 쉬운 사이트 아이디와 비번, 생각나는 글감들까지 내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모두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는 편이었다. 스마트폰을 안 쓰게 되니 필요할 때마다 매번 스마트폰을 켜야 했다. 그러면 또 좀비처럼 달려들어 '이거 하나만 하고 끄자'를 반복하기 일쑤였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켤 이유를 만들지 않아야 했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내용은 수첩에 적어놨다. 처음에는 하나의 수첩만 사용하다가 분리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내가 지금 자주 쓰는 수첩은 네 개인데. 하나는 전체적인 일정을 관리하는 다이어리이고, 두 번째는 글쓰기용 수첩, 세 번째는 해야 할 일 체크리스트, 마지막은 자유 노트이다. 다이어리에는 월별로 일정을 정리하고 일별 칸에는 일기를 쓰거나, 매일의 습관을 체크하는 내용을 쓴다. 그리고 글쓰기용 수첩은 글에 대한 아이디어나 글의 개요를 짤 때 쓴다. 체크리스트는 해야 할 일들을 목록 형식으로 쓰고 그것을 완료했을 때 체크 표시한다. 마지막으로 자유 노트는 말 그대로 내 마음대로 쓴다. 뭔가 끄적거리며 아이디어를 확장시킬 때 쓰기도 하고, 받아 적을 때 쓰기도 한다.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노트이다. 외출 시에도 그때그때 필요한 수첩들을 챙겨 나가는 편이다. 수첩을 사용하면서 좋은 점은 쓰는 작업을 통해 조금 더 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고민한 흔적들, 그때그때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 기록한 것들이 보존된다는 점에서 좋다. 익숙해지니 스마트폰을 켜고, 지문으로 잠금 풀고, 앱 누르고, 목록에서 메모를 찾는 것보다 바로 앞에 수첩을 펴서 찾는 게 편해졌다. 그리고 당장 쓰지 못할 때는 머리로 기억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화장실에서 또는 아이와 놀아주다가 별안간 해야 할 일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나는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머리로 수십 번 외우며 기억한다. 시험공부 이후로 이렇게까지 무언가를 머릿속에 남기기 위해 애쓴 적이 있던가를 생각해 보면 정말 오랜만인 경험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기억력이 최근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DSC05083.JPG 오랜만에 맡는 신문지 냄새가 정겹다

2. 경제 신문

나도 안다. '경제 신문'이라는 단어만 봐도 꼰대 스멜이 느껴진다는 거. 하지만 스마트폰을 안 보면 정말 매일 일어나는 뉴스를 알기 힘들어진다. 스마트폰을 끊기 전 TV도 웬만해선 안 보는 쪽으로 습관을 굳혔기에 나는 더더욱 세상 소식과 멀어졌다. 내가 노트북으로 뉴스를 볼 수 있음에도 굳이 신문을 구독한 건 인터넷 뉴스의 댓글들을 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근데 또 그게 개미지옥 같아서 보다 보면 페이지를 계속 넘기며 1시간도 넘게 댓글만 보게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다 보고 나면 알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고 이상하게 뒷맛이 찝찝하다. 연예계 뉴스를 볼 때는 정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내 곁에 살고 있는 건가 무서울 정도였는데 몇몇의 사고가 있은 후 다행히 댓글 기능이 없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다른 기사들에는 댓글들이 달려 있고, 나는 그 댓글을 누르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애초에 댓글 따윈 없는 신문으로 뉴스를 접하기로 했다. 그리고 신문을 읽으면 좋은 것은 뒤의 '오피니언' 부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같이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는 그 시대의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이야기에 공감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내가 차마 보지 못한 부분들을 짚어주는 글을 만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물론 나는 아직 신문 초보 구독자여서 신문의 모든 뉴스를 다 정독해서 읽지는 않는다. 큰 제목을 살펴보면서 내가 흥미 있거나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만 형관 펜으로 표시하며 쭉 훑어본다. 그러고 나서 형광펜으로 표시한 기사들만 오려낸다. 맞다. 진정한 꼰대는 신문기사를 스크랩까지 해야 완성된다. 붙여 놓고 짧게라도 한 줄을 쓴다. 기사 하나를 통해 멋진 칼럼까지 완성하면 참 좋겠지만 아직은 '앞으로 이 분야가 발전할 것 같다. 나도 뭔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같은 초등학생들이 쓸 법한 글들밖에 못 쓴다. 그래도 제법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쌓이는 것 같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신문 구독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집에 신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신문은 쓸 때가 많다. 청소할 때, 집에서 삼겹살 먹을 때, 생선 구울 때 등등. 찢고, 색칠하고, 구기고 아이 놀잇감으로도 최고다. 그러나 요즘 신문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우리집 신문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으니 1석2조이다.


DSC05091.JPG 일단 사고 쌓아두면 읽게 된다

3. 책

지인 중에 책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분이 책을 읽게 된 계기를 물어보니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 맡겨졌는데 시골 중에 깡시골이라 할머니 집에 아무것도 놀 게 없더란다. 유일하게 있던 게 몇 권 꽂혀 있던 소설책이었는데, 하도 심심하니까 그 책을 읽고 또 읽다가 책에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분의 말을 100% 공감한다. 스마트폰과 TV가 없는 삶에서 그나마 유희가 될 수 있는 것은 책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초등학교 방학 이후로 이렇게까지 지루한 적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다섯 살 아이와 하루 종일 삼시 세끼 해 먹고 간식 해 먹고 설거지 두 번, 청소, 빨래, 색종이 자르기, 인형놀이, 흘린 거 닦고, 어지른 것 치우는 생활을 지루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까 싶지만 중간중간 비는 시간들에 무언가 할 게 없는 이 공허함을 '지루함'이 아니면 표현할 길이 없다. 내가 원했던 것은 '고요함', '평화로움' 정도였는데 이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시간이 넘쳐난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기 전 깨작깨작 읽던 책 맑고 유희를 위한, 아니 지루함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독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책을 읽으면 시간이 가는 느낌이다. 물론 이것도 "엄마, 이리 와 봐!" 하는 아이의 한 마디에 오래 이어지진 않지만 중간중간 정적이 흐르는 듯한 그 빈 시간들을 채우기 위해 나는 계속 책을 집는다. 책을 읽는 형태도 조금 바뀌었다. 한 권을 끝까지 읽고 다음 책을 읽는 게 보통이지만 책을 여기저기 뿌려 놓고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책, 끌리는 책을 읽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이렇게 읽으면 동시에 네다섯 권을 읽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여러 책을 조금씩 읽다 보니 각 한 권, 한 권의 진도는 느린 편이다. 하지만 한 권씩 완독 하는 것이나, 이렇게 여러 권을 읽는 것이나 일주일 동안 평균적으로 읽은 권 수는 비슷하다. 그리고 이렇게 읽는 책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로 한 이 도전에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어느새 독서는 스마트폰 없는 삶에서 가장 큰 수혜이자 목표가 되었다.


DSC05088.JPG 리본 라이언은 사랑입니다

4. AI 스피커

마지막 아이템을 보고 의아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이 아이템을 사기까지 나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이것이 스마트폰과 다른 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결론은 AI 스피커는 스마트폰 중독을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나에게 있어 스마트폰 사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목적을 잃은 채 스마트폰에서 방황하는 시간들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이다. 나는 평소에도 너무너무 궁금했던 게 있어 검색 하나만 할 생각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SNS 앱에 빨간색 알림이 하나 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연스럽게 검색 대신 SNS 앱을 누르고 1시간 뒤에는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문제는 궁금해 죽을 것 같았던 그 검색 대상은 이미 잊힌 지 오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스마트폰 안에서 그 목적만 이루고 스마트폰을 탈출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궁금한 걸 검색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검색만 하지 않고 꼭 딴 일도 한다. 그리고 그 일들은 사실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AI 스피커를 사용하면 이 점이 해결된다. AI 스피커를 불러서 묻는다. '우리 동네 스타벅스가 몇 시에 문을 열지?' AI 스피커는 대답한다. '검색 중입니다. OO동 스타벅스는 오전 7시에 문을 열어요.' 그리고 끝. AI 스피커는 나에게 묻지 않은 것들에 대해 미리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그렇고, SNS에 좋아요가 하나 달렸는데 한 번 보실래요?'라고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모른다. 머리 좋은 SNS 기업들이 AI 스피커 만드는 기업들과 손을 잡고 내가 묻지도 않은 SNS 소식을 미리 알려주는 세상이 올지. 그러나 다행히 아직 AI 스피커 기술은 그렇게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AI 스피커를 들이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음악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지루해 죽을 것 같을 때 음악을 들으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에는 CD를 틀어 볼까 했다. 늘 그랬듯 디지털 활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방법이 가장 손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에 CD를 많이 샀던 것도 아니고 몇 안 되는 CD만 돌려 듣기엔 질릴 것 같았다. MP3로 다운로드하여 들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어차피 쓰고 있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속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을 켜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AI 스피커는 처음 등록할 때만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그 후에는 스마트폰을 꺼놔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며칠간 고민한 뒤 카카오 미니 c라는 제품을 구입했다. 처음 등록할 때만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기기와 연결을 해주니 그다음부터는 매번 블루투스 연결할 필요도 없었고, 스마트폰이 꺼져 있음에도 필요한 기능들을 모두 쓸 수 있었다. 음악 감상뿐 아니라 앞서 말한 검색 기능, 알람, 메모, 라디오, 배달, 명상, 카톡 소식 등등 스마트폰 없을 때의 불편한 점들이 대부분 해결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기술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부작용마저 해결한 다음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최신 기술로 또 하나의 장애물을 넘을 수 있었다.


DSC05086.JPG 여전히 푸르뎅뎅한 나의 폴더폰이여


5. 폴더폰 (인터넷 기능이 전혀 없는)

최신 기술도 좋지만 나에게 스마트폰 없는 생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아이템은 역시 폴더폰이다. 전에 쓰던 스마트폰은 여전히 와이파이만 연결되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이제 나의 핸드폰은 누가 뭐라고 해도 폴더폰이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아직도 핸드폰의 가장 큰 기능은 전화 통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스마트폰은 이제 그 기능을 상실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올 수 있어 안 들고 다니면 불안한 핸드폰은 이제 스마트폰 쪽이 아니라 폴더폰인 것이다. 덕분에 나는 전에 쓰던 스마트폰을 게임이나, 영상을 볼 때 쓰는 작은 아이패드쯤으로 여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조삼모사 같은 사고가 나에게는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이란 책을 보면 '신호의 차단'과 그에 따른 '몰입'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할 수 있는데 자의를 참는 것과 아예 그것을 하고 싶어도 못 하게 차단하는 것은 그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미래의 나를 믿지 마라. 어차피 걔는 지금 너다. 게을러터졌고, 분명 또 금방 포기할 것이다. 내가 나에게 어디 한 두 번 당했는가. 그래서 나는 나를 믿지 않고 나를 둘러싼 상황을 바꿨다. 늘 생각만 하던 '디지털 디톡스'의 계획은 폴더폰을 사는 행위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의 예상대로 스마트폰에 '서비스 없음'이란 글씨가 뜨고 나서야 나는 스마트폰과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폴더폰은 나 같은 의지박약의 존재도 '디지털 디톡스'를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준 핵심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디톡스' 한 달여의 시간을 지내며 도움이 된 아이템들을 소개해 봤다. 사실 이것말고도 필요한 건 정말 많다.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게 없는 만큼 스마트폰을 대신해야 할 것들은 차고 넘쳤다. 그러나 나는 이왕이면 삶을 단순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차단하였다. '와, 저런 쓸데없는 짓에 저런 돈과 정성을 낭비하다니!'라고 생각할 사람도 많을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겐 '디지털 디톡스'는 그저 재미 삼아 도전해 보는 가벼운 일은 아니다. 나름 꽤 심각하게 고민도 하고, 습관의 개조를 노리는 심오한 작업이다. 그리고 이 짓을 이렇게 기록하는 것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다짐을 공표함으로써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없애는 작업이기도 하다. 내가 아무리 꼰대여도 아무나 붙잡고 '스마트폰 대신 폴더폰을 쓰세요! 디지털 중독은 재앙입니다!'라고 외칠 생각도 없다. 이런 억지스러운 도전은 나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앞으로 최소 5개월 더 이 도전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폴더폰 해지 위약금이 개통 6개월부터 없어진다는 사실과 전혀 무관하진 않지만 나는 이제 이 도전을 제법 즐기게 되었다. 물론 몇 달 뒤 포기 선언을 외칠지 모른다. 그러나 일단은 한 달이란 시간 동안 잘 버텨준 나에게 조금은 칭찬을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남은 5달도 잘 버텨 부디 진짜로 '스마트한' 인간이 되어있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수잔 워치츠키의 공통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