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야, 너 맛집 찾을 때 어디다 검색하냐?"
초록 검색창을 말하려다, 분명 꼰대가 어쩌고 할 것 같아 한 템포 늦게
"뭐, 당연히 인스타그램이지!"
그러나 친구는 비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요즘 애들은 맛집도 유튜브에서 검색해. 너도 신세대는 아니다."
신세대라는 단어를 쓰는 너도 절대 요즘 사람은 아니라고 빈정대고는 어디에 검색하든 나는 맛집 하나만큼은 기똥차게 잘 찾아내니 걱정말라고 했다. 나에겐 블로그 맛집 검색 필살기 '오빠랑'도 있고, 아기와 함께 갈만한 식당을 찾을 때 쓰는 '아기랑', '아기의자'도 있지 않은가. 그게 아니어도 맛집을 정리해 놓은 사이트들은 널리고 널렸다. 물론 그게 광고인지 내돈내산(내가 돈내고 내가 산) 후기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블로그든, 인스타든, 유튜브든 됐고, 아예 스마트폰이 없다면 맛집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스마트폰없이 외출할 때 생각보다 이 문제는 혼란스럽다. 맛집 검색을 못 하면 나의 소중한 한끼를 드럽게 맛없는 식당에서 때우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가득하다. 간만에 여행이라도 갔다치자, 그곳에서의 첫끼는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할까? 프렌차이즈 음식을 먹기엔 아깝고, 편의점 음식들만 먹는 건 더욱 바보 같다. 과연 스마트폰 없이도 나는 맛집을 찾을 수 있을까?
내비게이션 앱 말고 머릿 속에 지도 그리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가게들의 간판을 보지 않게 되었다. 아직도 간판들은 밤마다 휘황찬란한 빛을 발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간판만 보고 음식점에 들어가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뭘 먹을지 찾고 또다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찾는다. 건물 위치를 확인한 후 내가 찾는 상호명이 그 건물에 있는지만 살펴보고 가게로 쏙 들어간다. 그 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옆에, 밑에 무엇을 팔고 있는지 잘 기억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동네더라도 제법 규모가 큰 번화가라면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그랬다. 한번 갔던 집인데 또다시 가려면 다시 검색을 하고 다시 지도 앱을 보고 그곳에 찾아가야 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없으면 발품을 팔고 머리로 기억해내야 한다. 갓 상경한 시골 아낙처럼 두리번거리며 간판을 보고 음식점을 찾고, 맛있는 집이다 싶으면 '두번째 골목 오른편 두 번째 가게'같이 머리로 기억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해내는 가게들이 점점 많아지자, 신기하게도 머릿 속에 나만의 맛집 지도 그려지기 시작했다. 가게 하나하나가 아니라 골목 전체에 음식점과 가게들이 상호 연계되어 기억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간판들을 보며 찾다 보니 음식점뿐 아니라, 작은 수선집, 손뜨개질을 배울 수 있는 공방,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소아과 등 한 번쯤은 찾게될 가게들의 위치까지 함께 파악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골목들이 머릿 속에 정리 되자, 나는 맛집을 찾아 해매지 않아도 됐다. 그저 내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떠올리고 그 골목이 어디였는지를 생각한 후 곧장 가게로 발걸음을 옮기면 됐다. 이건 스마트폰의 그 어느 내비게이션 앱보다 빠른 시스템이었다. 이건 나만의 특별한 능력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에 친구집을 이렇게 외웠고, 학교 가는 길을 이런식으로 외우지 않았던가. 길찾기가 아니어도 우린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길을 걷는 날이 많다. 한 번쯤은 고개를 들어 다닥다닥 안쓰럽게 자리 싸움 중인 간판들을 바라보자. 익숙한 동네가 새롭게 보일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맛집 찾기
사실 동네 맛집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 낯선 동네에 가서도 실패하지 않는 맛집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경험한 바로는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진짜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관광지에도 가보면 외지인들만 가는 곳이 있고 현지인들이 가는 곳은 따로 있다. 마치 제주도민들이 흑돼지 안 먹고, 전주 사람들이 한 그릇에 만원 넘는 비빔밥을 안 먹는 것과 같달까? 진짜 맛집은 숨겨져 있다. 간판도 안 달고, SNS 리뷰 이벤트를 안 해도 알아서들 찾아오니 홍보할 필요가 없다. 진짜배기를 찾으려면 그곳 현지인들에게 물어야 한다. 특히 택시 기사님, 아니면 그 동네 어르신들께 물어보면 백이면 백 진짜 맛집을 찾아 주신다. 아줌마의 뻔뻔함이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슬쩍 맛집과 더불어 가볼만한 곳, 아이랑 보면 좋을만한 곳 같은 곳을 물으면 생각보다 다양한 여행 꿀팁들도 알 수 있어 일석이조다. 만약 나는 몹시 부끄러움을 많이 타 누군가에게 묻는 게 힘들다, 그런데 죽어도 맛있게 한 끼는 때우고 싶다 할 때는 백반집을 추천한다. 그런데 중요 포인트는 간판이 아주아주 오래된 곳을 찾는 것이다. 안에 어르신들이 많다 싶으면 믿어도 된다. 오래된 간판은 그만큼 오랜 시간 그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뜻이고, 1년 안에 망하는 가게가 95%가 넘는다는 요즘 시대에 그 긴 세월을 다 이겨낸 거 보면 맛집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백반집은 메뉴도 다양하기 때문에 골라 먹기도 쉽고 대부분 집밥 메뉴이기 때문에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깨끗하고 핫한, 센스 있는, 예쁜 인테리어의 맛집들만 찾다 이런 백반 집의 매력을 알게 된 뒤로 나는 노점포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꽃은 오래 보아야 예쁘고, 점포는 오래 남아 있어야 맛있다.
당신의 직감을 믿어라
위의 방법들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맛집 찾기 방법은 그냥 나의 직감대로 찾기이다. 외관과 메뉴만 보고 나의 감에 따라 식당을 찾는 것이다. 일명 '고독한 미식가 전법'인데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 아저씨처럼 배고 고프면 이 가게 저 가게를 탐색하다, 오늘은 이 집이다! 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맛집 평가 없이, 리뷰 없이 들어가는 이 식당이 못 미덥고 불안한가? 그러나 막상 경험해 보면 생각보다 엉망진창인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오히려 나만의 맛집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음식이 별로더라도 '다음번엔 이 집은 피해야겠군.'같은 나름대로 교훈을 얻게 되며 맛집을 고르는 촉이 더 좋아진다. 홍보인지, 진짠지 알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나의 감각을 믿어보면 의외의 즐거운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다. 정보가 없으니 음식의 맛에 더 집중하게 되고 맛이 좋으면 만족감도 커진다. 미식한 고독가 '고로'아저씨가 왜 그렇게 혼자 이 생각 저 생각하며 맛을 음미하다가 막판에 게걸스럽게 먹는지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당신의 직감을 믿어보라.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는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엄청나게 계획적인 사람이었다.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과거 해외여행을 갈 때, 분단위로 계획을 짰으며 웬만한 여행 책자 찜 쪄먹는 여행 계획서를 자체 제작하여 들고 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늘 내가 놓치고 있는 정보가 있지 않을까 불안했고, 남들이 하는 건 나도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맛집뿐 아니라 모든 관광지들을 줄 세워 비교하는데 시간을 버렸다. 이런 내가 신같이 믿는 정보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불안감이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끄고 나니 조금 더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남이 뭐 먹는지 알 수가 없으니 결국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하며 알 수 없는 노래를 지어 부를 시간에 진짜 내가 뭘 먹고 싶은지를 들여다보니 답이 간단했다. 근사한 한 끼를 먹고 싶은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거리의 간판들을 유심히 째려보라. 분명 여러 간판 중 유독 반짝이는 간판이 보일 것이다. 그럼 이렇게 외치고 일단 들어가 보라.
'오늘은 이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