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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발성 위로는 위로인가 아닌가

#위로

by 또랑쎄


넌 회사가 아닐 때가 언제야?

얼마 전 친구로부터 온 DM 내용이다.


요즘 일이 정말 너무 바쁜 나머지 항상 긍정적 마인드를 고집하던 내가 얼마 전에는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울컥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회사에서 맡길 일이 없어 소외당하는 사람보다는 맡길 일이 차고 넘쳐 항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사람이 나은 것 아닌가라고 스스로를 항상 위로해왔다. 하지만 대표가 정말 미쳤는지 그 아래 누군가가 미쳤는지 같이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업무량에 치이고 치여 허덕이고들 있고, 모두가 서로에게 예민한 것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며칠 전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직장 동료가 메신저를 하던 중 봇물 터지듯 업무량에 대한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평소의 나라면 장난기 가득한 어투로 그런 양반이 어제 몇 시에 퇴근하셨냐며 가볍게 받아치고, 스트레스받으면 맥주나 한잔하자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예민한 나로서는 충분히 동료의 노고가 이해되었고, 상대를 나에 대입하여 나 자신을 위로하는 말을 해주었다. 앞서 말했 듯 그 포지션에 대한 책임의 가치를 높이 사주는, 나 자신을 다독여 온 말들로 정성 들여 상대를 위로해 주었다.


그 동료와 친한 선배에게 이 썰을 얘기해 주자 그 선배가 한마디 했다.


"위로는 위로인데 T 발성 위로네"


순간 내면에서 불이 반짝했다. 온갖 정성을 들이고 대화에 집중하며 해준 내 말들이 위로가 아닐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평소에도 문득 내 낮은 공감력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정체(사이코패스인가 아닌가)를 고민해왔던 일이 떠올랐다. 지인으로부터 서운하다는 말을 몇 번 들은 나이기에 더욱더 이런 나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왔었고, 어느 정도 사회화되어 많이 나아졌다고 느끼던 나였다.


선배가 말한 T발성 위로는 위로일까 아닐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위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볼 필요가 있었다. 위로는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을 의미한다. 즉 위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말을 듣는 상대의 느낌 등 주관적인 요소들로 정해지는 것이다. 동료가 내 말을 듣고 괴로움이 덜어졌다면 내 말은 위로가 됐겠지만, 아니라면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이유 중 하나로만 작용했을 것이다.


전에 비트겐슈타인의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하라'는 명언을 인용하여 언어적 장벽에 대해 짧은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벽을 무너뜨리려고 한 나름의 노력들이 여전히 부족한 것인지, 혹은 현재 내 마음에 벽을 부술 그만큼의 힘과 여유가 없는 상태인 건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뒤늦게 와서 그 동료가 내 말을 듣고 위로의 감정을 느꼈는지 어쨌는지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궁금함마저 사실 나는 상대의 마음보다는 그저 나의 소통 능력의 수준을 알고 싶은 마음이 큰 탓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는 정말 동료에게 공감했고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던 마음만은 진심이었지만, 이 경험으로 인해 다시 한번 내 언어적 장벽에 집중하는 나는 정말.. 사이코인가 혹은 끊임없이 배우려는 의지로 굳건한 학자인 것인가. 이 찜찜한 감정을 개운하게 털고 깨닫는 날이 오길 바란다.


PS. 정말 어렵다 어려워,,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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