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대학교 때이던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이던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혹은 고민에 잠겨 있는 나에게 진심을 담아 말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누구에게나 익숙할 법한 이 말은 대학교 때 교수님이 나를 포함한 우리 연구실 제자들에게 자주 해주시던 말씀이다.
얼마 전 연구실 대선배들(거의 전설로.. 알려진 분들)이 감사히도 주선해 주신 교수님과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뵈는 얼굴들, 근황, 좋은 소식, 과거 에피소드. 이보다 좋을 게 없는 그 모임에서 나는 교수님께 여쭙고 싶어 턱까지 찼지만 차마 입 밖으로 못 꺼낸 질문이 하나 있었다.
"교수님 숲을 볼 여유가 없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어렸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어떤 일이 닥치면 당황스러운 마음에 그 일만을 해결하려고 아등바등 했던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을 때 그렇게 눈앞의 상황만 생각하여 해결한 일을 후회한 적도 또한 분명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나지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는 건 여전하다. 다만 그걸 다른 사람이 봤을 때 눈치 못 채게 하고, 최대한 내 마음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한다는 게 어렸을 때의 나와 유일한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딱히 큰 차이가 있지 않다.) 그리고 그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선 항상 교수님이 해주신 저 말씀을 떠올리고 숲을 보며 최선의 선택을 한다. 저게 막상 익숙한 말이어도 일상에 대입시키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시절 교수님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어떤 일이던 나무보단 숲을 보고 결정하고 행동해야 마음이 편안한 내가 요즘은 가중에 가중이 되는 업무량으로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바라보며 결정하고 행동하고 있다. 속으로는 숲을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쳇바퀴 위의 햄스터처럼 그저 앞의 나무만 보고 달린다.
아이러니 한 일은 지금 이 나무만 보고 달리고 치우고 있는 일들이 벌써부터 짐으로 돌아와 나를 괴롭히고 있고, 이런 패턴을 회피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이직이 어떻게 보면 또 나무만 보는 행동이 될까 두렵다는 것이다.
어떤 게 맞는 것일까 너무나 고민이 되는 요즘인지라 그저 끄적이며 스스로를 조금은 위로해 보는 밤이다.
PS. 이렇게 깨달음 없는 글은 처음이네
#번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