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누기

#새해

by 또랑쎄

나는 나의 발전을 위해 쏟는 비용에 아까움이 없었다. 그 비용에는 피곤함을 뒤로 한 채 책을 들여다보는 의지, 꿀 같은 주말에 소파 위 휴식 대신 사용했던 책상 위 시간, 부족한 부분을 배우기 위해 지불했던 돈이 포함된다. 작년에는 내가 쓴 글이 잡지에도 실리면서 내가 쓴 비용이 나에게 자긍적인 가치로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아 성취감도 많이 느꼈었다.


그러는 동안 회사 업무 강도는 점점 강해졌다. 이미 고도화될 대로 된 기능을 담당하게 된지라 문제가 발생되었다 하면 앞이 까마득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루하루 파김치처럼 절여져서 집에 돌아왔던 것 같다. 한 살 한 살 더 먹는 나이도 영향이 있겠지만 안 그랬던 내가 주말에 꾸벅꾸벅 조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그렇듯 이런 나 자신을 무시했다. 뭐든 그냥 하는 것이 중요했던 작년의 나는 피곤함을 무시하고 주말에 열심히 강의를 듣고 과제도 하고,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글도 썼다.


나 자신에 대한 무시의 한계가 왔던 건 아마도 이용하던 자기 계발 플랫폼의 파산 소식일지도 모른다. 책과 글 관련된 여러 강의를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여 신청했었고, 업체는 파산하여 페이백은 보장되지 않고 사라졌다. 돈에 대한 아까움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무시가 아무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주말에 소파에 누워있을 때 남편 앞에서 "놀면 안 되는데... 책 읽고 과제 해야 하는데.." 했던 내가 수치스러웠다.


무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고민이 들면서 나는 작년 말쯤부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출근 시간 지하철에서 하다못해 영어 숙어 공부라도 하려던 내가 이를 악물고 릴스만 봤다. 주말에는 누워 넷플릭스만 주야장천 봤고,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아무런 반성도 다짐도 없이 허망하게 새해가 밝았다.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던 나는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가 가수 션이 바자회 방명록에 "나눔은 삶이다"라는 말을 남기는 걸 봤다. 같이 보고 있던 남편에게 말했다. "어떻게 나눔이 삶이지? 혼자 살기도 이렇게 힘든데"


나눔은 삶이라. 곰곰이 돌이켜봤다. 왜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고 퍼져있는 게 마음속 불편함으로 다가왔을까. 남에게 기부하고 배려하고 나눠주는 것은 둘째로 치고, 나는 나에게 드는 비용조차 그에 반하는 결과로 돌아와 주지 않으면 아까워하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껏 그게 아깝지 않다고 느꼈던 건 어떻게든 그에 따른 결과를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에게조차 박한 마음이 남들한테는 어땠을까.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작년의 나의 삶은 짠돌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저 결과를 얻으려는 욕심으로 투자한 나의 시간, 노력, 돈에만 치중한 삶의 끝에 오는 허무함을 느끼며 현재의 나는 아직 기력은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얼마 전 독서 토론 동아리를 만들자는 회사 선배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을 보면 나의 내면 한편에는 아직 놓지 않은 채찍이 꿈틀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에게까지 기대는 안 한다. 다만 올해는 나에게조차 짠돌이가 아닌, 내가 겪은 경험에서 돌아오는 그 이상의 노하우, 천천히 쌓이게 된 지인과의 관계, 노력한 시간에 대해 느끼는 온전한 행복을 나 자신에게 좀 나누어 주는 한 해가 되고자 한다. 나도 "나눔은 삶이다."라는 이 명언을 내 해석대로 한번 느껴보며 올해도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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