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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Jul 01. 2017

검정치마와 언니네 이발관, 그 사이

[TEAM BABY]와 [홀로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의 연애 이야기

지난 5월 30일, 검정치마 6년 만의 정규 앨범 [TEAM BABY]가 나왔다.

출처 https://www.mintpaper.co.kr/

첫 트랙 '난 아니에요'부터 재생을 시작했다. 믿지 않겠지만 별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별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는 나직한 울림.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맨발로 깨끗한 풀밭을 달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밤을 가득 채우고 싶어졌다. 툭, 음악이 멈췄다. 그리고 두 번째 트랙이 흘러나오는 순간 가사를 듣고 문득 슬퍼졌다. 노래는 아름다웠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울고 싶었다.


나의 연애에는 기쁘고 즐거운 낮의 세계와 어둡고 우울한 밤의 세계가 공존한다. 달콤하고 예쁜 말로 서로를 기분 좋게 하는 낮의 세계는 금방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고 할퀴는 밤의 세계로 돌변한다. 감정의 실타래는 엉켜 오해를 만들고 때로는 가시가 되어 서로를 찌른다. 어떤 순간에는 남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우리만의 세계가 있다고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곧 당신은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야, 하고 눈물을 흘리고 마는 순간이 온다. 노래들은 사랑의 세계를 다뤘다. 하지만 나는 그 아름답고 이상적인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이제 자로 잰 듯이 반듯하고 절대 오답을 내밀지 않는, 그런 무결한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란 걸 안다. 내가 밟아온 모든 길에는 어떤 식으로든 불안과 어둠, 까맣게 지새운 수많은 밤들이 있었다. 연애 초기의 설렘 뒤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었고, 그 두려움은 지금까지도 나와 함께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 거절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연애를 지속하면서 약속도 생겼고 안정감도 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워지지 않는 불안과 외로움은 여전히 나와 함께 한다.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변화를 겪어온 지금의 나는 더 조심스럽고, 확신하지 못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숨겨왔던 나의 다크니스가 폭발하지..

다이아몬드처럼 변하지 않는 사랑, 절대 변하지 않는 감정, 완벽하지 않아 기쁜 우리들. 우리는 마치 톱니바퀴 같아 네가 없는 날은 흘러가기만을 기다린다. 아직 흑백영화처럼 사랑하는 너와 나는 서로의 모든 것.


그 반짝거리고 아름다운 낮의 세계가 너무 눈이 부셔 나는 마치 그 세계에서 나 혼자 거부당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앨범 커버의 부모님 결혼사진처럼 박제된 행복.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나를 슬프게 하는 사탕 같은 언어. 과장된 사랑 고백. 우린 영원할 것이라고, 너는 나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치기.


그렇게 그 달고 단 노래들을 나는, 녹지 않는 사탕을 먹듯 한참을 돌려 들었다.


출처 https://www.mintpaper.co.kr/

검정치마의 새 앨범에 아름답게 박제된 순간의 감정들이 있었다면 이튿날 발매된 언니네 이발관 9년 만의 정규, [홀로 있는 사람들]에는 온통 밤의 세계가 들어 있다. 이쪽에는 달콤한 관계와 눈이 부실만큼 치열한 사랑의 선언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하나의 인간일 뿐. 끝내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서도 결코 온전히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렇게 늘 고통받는 인간이란 존재의 숙명이 담겨있다.


언젠가는 온 세상이 너와 날 적셨던 순간도 있었지. 하지만 세상은 이렇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빈손으로 가는 것이므로 잊지 못할 날들 같은 건 없다. 너는 나에게 영원한 것은 없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쌓여가는 건 우리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고. 이제 더 이상 널 만나러 가는 길에 기쁨은 없고, 나는 단지 너란 계절에 내린 한여름의 비처럼 흩어져 버렸을 테니 이제 너를 잊으러 갈 것이다. 우리는 전부 홀로 있는 사람들이잖아.


하지만 홀로서기도 물구나무서기도 못하는 나는..

완벽한 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으며 그 뒤에 있는 숱한 괴로움이 어떻게 보면 연애와 삶의 원래 모습일 수 있다는 것. 누구나 사실은 외로울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는 왕꿈틀이, 아직 결말을 쓰지 않은 소설, 아직 대기권을 벗어나지 못한 인공위성 같은 것이라고. 누구나 녹지 않는 아이스크림 같은 영원을 꿈꾸지만 사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 공공연한 비밀은 이미 다들 알고 있다.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것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네는 우리가 계속 사랑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영원보다도 길고 더욱 소중한 것, 그게 바로 '지금' 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여기 이곳에 우리가 함께 있다면 이 순간이 바로 영원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모든 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오직 지금 여기서 너와 내가 함께 춤추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여전히 절뚝거리고, 실수하고, 모자라지만 또 그게 나 자신임을 안다. 나와 상대는 여전히 서로를 할퀴고, 오해를 만들고, 상처도 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다시 금방 서로를 목발 삼아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안다. 그러니까 나의 연애는 검정치마와 언니네 이발관 그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박제된 행복의 감정을 지나 혼자인 세계로 가는 길 분명 그 중간쯤에 있다.


끝은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그 끝이 어떤 종류 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절대 녹아내리지 않을 것처럼 현재를 사는 것, 그렇게 순간은 영원이 될 테니까.


https://youtu.be/cMoK0xcZ7lE


https://youtu.be/tNx1zOSCM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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