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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Oct 21. 2017

St. Vincent, Masseduction.

"All’s fair in love and war and music."

I know you're probably sleepin'
I got this thing I keep thinkin'
Yeah, I admit I've been drinkin'
The void is back and I'm blinkin'

Hang on me, hang on me
'Cause you and me
We're not meant for this world
- Hang on Me /  St. Vincent


대체로 음악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필터를 얻는다. 그래서인지 나를 완전히 다른 차원에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곡들을 좋아한다. 굳이 따지자면 땅보다는 우주에 가까운 세계가 좋다.


이전까지의 세인트 빈센트는 내게 우주와 같은 느낌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악기들이 튀어나오고 생각지도 못한 가사가 묘하게 이어진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그런 음악을 만드는 사람.


의외의 곳에서 떠올랐다 불현듯 사라지는 다른 세계의, 혹은 우주적 존재.  St. Vincent, 본명은 Anne Erin Clark(a.k.a 애니 클락), 82년생 여성. 카라 델레바인,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사귀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4집 <St. Vincent>로 2014년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극찬을 받았던 <St. Vincent>보다 조금 더 땅으로 내려온 느낌의 이번 앨범 쪽이 훨씬 좋았다. 예전의 그가 천상의 존재였다면 이번 앨범은 오히려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담고 있었고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정말이지 어느 한 트랙도 좋지 않은 곡이 없었다.

Photo by Nedda Afsari

'너와 나는 이 세상에 속할 사람이 아니(We're not meant for this world)'라며 시작된 앨범은 보다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던 전작들보다 구체적인 곳으로 향한다. 절대 늙지 않고 겨울 따위 오지 않는 로스-에이지리스(Los Ageless)와 네가 없으면 뉴욕이 아닐 뉴욕(New York), 먹고 걷고 자기 위해 약이 필요한 곳(Pills). 마약과 섹스, 죽음과 삶. 온갖 욕망과 유혹이 폭발하는 곳. 그리고 그 속에서 유령과 느린 디스코(Slow Disco)를 추고 있는 사람들.


https://youtu.be/h9 TlaYxoOO8


모든 곡들이 날카롭게 반짝이는 앨범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가사들이 지니고 있는 푼크툼(punctum)이다. 에두르지 않고 심장으로 와서 꽂히는 가사들은 한순간에 곡을 '진짜'로 만들어버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4TPqUvy1vYU


I can't turn off what turns me on.

I don't turn off what turns me on.

- Masseduction


How can anybody have you?

How can anybody have you and lose you?

How can anybody have you and lose you

And not lose their minds, too?

- Los Ageless


Where you're the only motherfucker in the city

Who can handle me

- New York


Young lover, I'm begging you please to wake up

Young lover, I wish that I was your drug

Young lover, I miss the taste of your tongue

Young lover, I wish your love was enough, enough

- Young Lover


Come on, Sir, just give me the answer
Come on, Sir, now I need an answer
My baby's lost to the monster
Come on, Sir, just give me the answer
I fear the future

-Fear the Future


Am I thinking what everybody's thinkin'?

I'm so glad I came, but I can't wait to leave
- Slow Disco


Come all you villains, come one and all
Come all you killers, come join the war
Come all you wasted, wretched, and scorned
Come on and face it, come join the war
Come climb the rafters, come out to space
Come for the answers, throw them away
Come kiss me stupid, come kiss me sore
Come find me standin' under the wall
- Pills


"How can anybody have you? / How can anybody have you and lose you? / How can anybody have you and lose you And not lose their minds, too?"


마음이 없어진 마음, 감정이 배제된 사랑, 진심이 없이도 진심을 얘기할 수 있는 사회, 가지지 않아도 충분히 소유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제대로 존재할 수 있을까? 세인트 빈센트는 이에 대한 가치판단까지 내리지는 않는다. 그저 그녀의 필터로 바라본 세상을 자신만의 언어로 묘사한다.


앨범을 듣고 나니 2집 <Actor>에 수록된 'Save Me From What I Want'라는 곡이 떠올랐다. 죽음과 삶에 대한 욕망, 두려움과 갈망, 약과 섹스에 대해 그려낸 연옥 같은 세계에서 나는 내가 숨 쉬고 있는 삶을 본다.


이 곳에 와서 기쁘지만, 빨리 떠나기를 바라는 역설. 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날 구해줘. 내 숨통을 끊는 동시에 날 살려줘. 삶은 모호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 불확실성과 통제불가함이 오히려 생의 존재를 증명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좋아하는 제니 홀저의 작품.


1983-1985 by Jenny Holzer (stereoscopica.wordpress.com)


https://youtu.be/MdZSzM_mzT8


삶에 직선같이 명확하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것 따위는 없다. 법칙과 확신은 언제나 재조립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미친 듯이 감기는 곡들을 만났다. 간만에 걸통사고 당함..!!!!!!!!!!

"All’s fair in love and war and music."


+미국, 유럽 중심으로 2017년 하반기 + 2018년 상반기 투어를 돈다고 한다. 투어 제목은 'Fear the Future' (http://ilovestvincent.com/#tourdates)


http://songexploder.net/st-vincent

+이 곳에 가면 'New York'을 만든 과정을 들을 수 있다. 목소리.. ㄷㄷㄷ



▲ 푼크툼(punctum)
롤랑 바르트는 <카메라 루시다>에서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을 내세웠다. 사회적으로 공유된 코드로 사진을 보는 것이 스투디움이다. 반면 똑같은 제재를 보더라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꽂히고’ 마술적으로 사로잡는 힘이 푼크툼이다. 바르트는 “그 자체가 나를 찌르는, 또한 나를 상처 입히고 주먹으로 때리는 이 우연”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245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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