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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Oct 30. 2017

위대한 영화 뒤에는 위대한 음악이 있다

영화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을 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은 때때로 소리에 빚을 진다. 화려하게 눈에 띄지는 않아도 소리는 무드나 분위기, 여운, 품격 같은 수치화하기 힘든 감정과 가치를 만들어낸다. 공포는 더 공포스럽게, 감동은 더 감동스럽게.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늦은 버스 안 낮게 깔리는 라디오 소리는 어쩐지 우리를 좀 더 센치하게 만들고, 한여름밤 한강공원을 걸으며 듣는 귀뚜라미 소리에는 여름의 코어가 있다. 학창 시절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면 그때의 마음이 다시금 되살아나기도 한다. 버스 안에서 어떤 노래를 듣는지에 따라 변화하는 표정을 보아도 음악은 우리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왼쪽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평상시 표정, 치명적인 노래 들을 때, 아련한 노래 들을 때, 경쾌한 노래 들을 때 출처: 인스티즈 https://www.instiz.net/pt/3951041



생활조차 이렇게 소리와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을진대, 한 세계를 창조해 내는 영화에서는 음악의 존재가 얼마나 클까. <죠스>, <스타워즈>, <캐리비안의 해적> 등 역사의 큰 획을 긋는 대작들은 주요 신이나 미장센 외에도 '영화음악'으로 각인되어 있다. 빠--밤, 빠-밤, 빠 밤빠 밤빠 밤 하는 소리를 듣고 죠스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타워즈 주제곡을 듣고 영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https://www.youtube.com/watch?v=_D0ZQPqeJkk

링크를 재생하자 심지어 <스타워즈>를 보지 않은 동생조차 옆에서 따라 흥얼거렸다. "너 스타워즈 봤어?" 라고 물으니 아니라고... 대단쓰.

영화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은 화려하게 주목받지는 않지만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중심축이 되는 영화음악에 관한 디테일과 그 작업 방식을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음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시대적으로 정리하고, 작곡가들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곳곳에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무성영화 시절에는 사실 필름이 도는 시끄러운 소리를 덮기 위해 음악이 사용됐는데, 영화관에 건반 연주자가 따로 있었고 악보를 보고 연주했다고 한다. 


게다가 할리우드 작곡가들의 인터뷰와 비틀즈의 녹음 장소로도 유명한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실제 녹음 장면도 볼 수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 존 윌리엄스, 대니 엘프만, 한스 짐머 등등 영화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영화의 명장면들과 함께 하이라이트로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영화 스틸컷

또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감독과의 관계다. 어쨌든 영화의 큰 틀과 방향은 감독이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곡가는 사전 미팅에서 영화에 대한 감독의 생각과 방향을 직관적으로 캐치해야 하는데, 때로는 <죠스>의 빠밤, 처럼 오히려 감독의 예상과는 달리 허를 찌르는 음악이 작품의 에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작품은 음악에 따라 변화한다. 영화음악은 섹시하지 않은 주제를 깊이 있어 보이게 만들 수도 있고, <사이코>처럼 장면의 공포감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모티프'라는 개념도 신기했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일정한 모티프가 비슷한 장면마다 변주되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은 친숙한 멜로디를 따라 감독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감정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화면에서 시선이 위를 향해 올라가는 경우 음도 따라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음도 같이 내려오는 기법도 영상과 음악의 결을 맞추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한다.


한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을 관찰한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테마를 흥얼거리는지를 확인하는데, 그 수가 꽤 많단다.

영화 스틸컷

영화는 작곡가는 곧 스토리텔러여야 하고, 음악은 영화 속에서 감정과 뉘앙스,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감정 로션'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부끄럽게도 한 영화에 입혀질 곡들을 만들어내는 데 이렇게 엄청난 노력과 다양한 실험들이 이루어지는지 몰랐다. 


심지어 얼마 전 있었던 한스 짐머의 내한에 환호하며 공연까지 보고 왔지만 영화의 장면을 보고, 감정선을 찾고 각 장면에 딱 맞는 곡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이 어떤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진심으로 느끼게 됐다. 


훌륭한 영화음악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유명한 영화들은 지금과 다르게 기억됐을 것이다. 

영화 스틸컷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 세 번 봐도 안 아까울 영화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앞으로 영화를 볼 때는 조금 더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영화음악을 사랑하거나, 영화음악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분께 추천하는 이 달의 영화. 


상영관이 많지는 않지만 코엑스 필름 소사이어티관이나 몇몇 독립영화관에서는 아직 상영 중이니 못 보신 분들은 어서 달려가시길!


음악은 영화의 심장박동이다
영화음악은 현대의 교향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y5ClTKaIEA


http://tv.naver.com/v/218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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