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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Nov 23. 2017

배리어프리 영화에 관한 이야기, <빛나는>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한 뒤 작성했습니다.


‘배리어 프리’란 장벽을 의미하는 barrier와 자유, 없음을 의미하는 free를 합쳐 만든 단어로, 배리어 프리 영화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이 포함된 영화를 말한다.


CBS 라디오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위원회와 함께 ‘소리로 보는 영화’ 프로그램으로 배리어 프리 영화를 매주 방송하기도 했고, <빛나는>개봉에 앞서 지난 11월 9일-12일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제 7회 서울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열렸다.


http://naver.me/FJlh4nt0


영화는 음성해설가 미사코가 주변의 상황을 해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길을 건너는 남자의 기침, 자동차 소리, 횡단보도를 건너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움. 새삼스럽지 않은 주변의 광경들이 미사코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될 때, 보고 듣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은 새삼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미사코가 노장의 감독이 만든 영화의 음성해설을 마쳐내는 과정을 그렸다. 미사코는 나름의 해석으로 영화를 해설하지만, 모니터를 위해 미리 작품을 감상하는 시각 장애인들은 각각의 감상과 아쉬움을 표현한다.


어떤 모래상인가요? 그 단어로는 화면을 상상하기 힘들어요. 그 곳에 설명이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이 표현은 좋았어요. 그 중 나카모리라는 한 남자는 좀 더 강하게 미사코의 해설을 지적한다. 마지막 장면, 해설이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나요?


시력을 잃어가는 중인 사진작가 나카모리,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재라는 상처를 지닌 미사코. 자신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사진을 잃고 남은 시력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사진작가와 잡을 수 없는 것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미사코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해 나간다.


좋은 영화와 좋은 해설은 자신의 감정을 배제하고 여백의 미를 남기는 것이라는 인상깊은 대사가 무색하게도 영화는 감정 투성이었다. 감정의 과잉, 키스의 과잉, 사랑의 과잉.


오히려 두 사람의 관계가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석양이 보이는 그 산봉우리에서 두 사람이 그저 함께 석양을 바라만 보았더라면, 나카모리는 새로운 삶을, 미사코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 가끔 연락만 하는 사이가 되었더라면 훨씬 좋은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입에 물고 있던 카라멜만큼이나 달았던 후반부 때문에 초반에 느꼈던 음성해설에 대한 감흥이 사라져버렸다. 아쉬웠던 부분.


하지만 배리어 프리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싶은 분이라면 가볍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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