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펀치 Dec 26. 2017

사람을 구원하는 것, <신과 함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7개의 지옥에서 7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영화 스틸컷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자홍(차태현 분). 그의 앞에 불현듯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분)과 덕춘(김향기 분), 그리고 변호사 강림(하정우 분)이 나타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홍은 19년 만에 나타난 의로운 '귀인'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힘을 합쳐 자홍을 변호해 그가 환생할 수 있도록 7개의 지옥을 함께 통과하게 된다.


소방관이었던 자홍은 수많은 화재현장에서 생명을 구했다.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을 아픈 어머니에게 보내는 착한 아들이었다. 하지만 그를 귀인으로 치켜세우는 차사들에게 자홍은 스스로 자신이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7개 지옥을 차례로 지나면서 그들은 자홍의 말뜻을 이해하게 된다.


삶은 복잡하고 인간의 마음은 너무나 무수한 갈래를 지니고 있어서, 우리는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때로는 거짓말을 하기도, 나를 믿었던 사람의 등에 칼을 꽂기도 한다.


자홍의 삶도 그랬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돈을 섬겼지만 그것은 지난 잘못에 대한 자신만의 참회였고, 거짓말을 했으나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배려였다. 천륜을 어겼으나 결국 진심으로 용서받을 수 있었다.  

영화 스틸컷

자홍, 그리고 원귀가 되어 버린 자홍의 동생, 그의 후임 모두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실수보다 무서운 것은 뉘우쳐 참회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의도하든 의도치 않았듯 우리는 언제나 실수를 저지르고, 잘못을 행하며 다른 사람을 상처 주며 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더욱 나쁜 것은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生)의 일에 변호가 필요하듯, 죽음의 일에도 변호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 스틸컷

원작이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웹툰이어서인지 세계관은 명확하고 캐릭터도 확실하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스토리의 진행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웹툰에서는 보다 명확하고 선이 굵은 스토리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면이 자칫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려진 각각의 지옥에 대한 묘사도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엉성한 면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답지 못하게 영화를 보며 펑펑 눈물을 쏟고 만 것은,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해야 하는 만큼 효(孝) 하지 못하는 하찮은 미물이기 때문이다. 내가 잘못 뱉은 말 한마디, 실수한 행동 하나로 상처받고 눈물 흘렸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참회이고 용서일까, 아마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것은 사랑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배리어프리 영화에 관한 이야기, <빛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