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은 메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펀치 Oct 10. 2018

강펀치 In Lisbon - 3

리스본 여행일기 세번째 이야기

밀리고 밀린 일기를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넘어가는 기차 안에서 작성 중이다. 졸리다 못해 눈꺼풀이 심장 밑까지 내려앉는 중. 이 날은 기대하고 고대하던 미술관과 벨렘 지구를 가는 날이었다. 3시 반쯤 벤피카 홈구장으로 늦지 않게 떠나야 했기 때문에 오전부터 부랴부랴 준비해 숙소를 나섰다.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시아두 현대 미술관이 있었다. 병원 앞에 있는 건물이었는데 도착해보니 어 이곳 전에 지나쳤던 곳이잖아! 싶었다.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한해 일요일 무료라고 했고 우리는 5유로쯤 내고 들어갔다. 돈은 냈지만 볼만한 전시가 꽤 많았다. 포르투갈의 근현대 미술과 예전 포르투갈의 풍경과 사회상을 담은 사진 전시들, 그리고 현대인들의 삶을 담은 비교적 최신의 사진전까지 볼 수 있었다. 


벤피카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3시 반에는 벨렘 지구를 떠나야 했으므로 곧바로 LX 팩토리로 향했다. 19세기 공장 지대를 개조해서 만든 성수동 느낌 나는 지구인데, 예쁜 편집샵들 앞으로 빈티지 옷이나 선글라스, 파는 플리마켓이었다. 6유로짜리 선글라스도 하나 장만하고, 핫도그 집에서 점심도 먹었다. 타임아웃이 지금 핫한 음식점들을 쭉 모아놓은 큐레이션 공간이라면 이 곳은 젊은 소규모 예술인들을 모은 거대 편집샵인듯. 엄청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가 있었는데(비행안경처럼 생긴) 600유로라고 해서 포기했다...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걸어다니는 내내 기분 좋았던.



그리고 나와서는 MAAT(Museum of Art, Architecture and Technology)에 갔다. Open from 11 AM to 7 PM Closed on Tuesdays and 25 December, 1 January and 1 May 라고 한다. 매달 첫번째 일요일에 무료라고 하더라. 

https://www.maat.pt/en/about 


지금 진행 중인 전시는 환경과 관련된 것들이 많았는데 타다시 카와마타라는 일본 작가의 전시가 홀 가장 큰 공간에 전시돼 있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NO PLASTIC 운동과 관계된 전시인 듯했다.

나와서는 그 유명한 파스테이드 데 벨렘 나타를 먹으려다가 줄 보고 도망가고(나중에 줄 없을 때 먹음), 벤피카 경기장으로 떠났다.


나는 포르투갈 축구 하면 솔직히 호날두밖에 몰랐는데, 유로 2016 우승국이기도 하고, 자국 리그에서도 몇몇 구단은 꽤 흥하는 모양. 사람들 응원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아 진정한 훌리건은 이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몇가지 내용을 적어보면


1. 포르투갈 국가대표 유니폼과 조나스 선수의 예전 구단 유니폼을 입고 갔는데 'Wrong Shirt'라는 핀잔을 들음. 벤피카 킷이 아니었기 때문 ㄲㄲ 

2. 맥주 Sagres였는데 논알콜임.. 알콜 맥주는 안 파는데 그건 경기를 보면서 납득할 수 있었다

3. 부 하는 소리가 장난 아님 진짜 경기장 떠나가라 귀 아플 정도로..

4. 원정 응원온 팬들은 입구부터 격리됨.. 응원석도 격리. 좌석 양 옆으로 투명 벽이 있었다.

5. 자꾸 상대팀 골키퍼 + 코너킥 하는 타팀 선수들한테 뭘 집어던짐.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발로 차냄 ㄲㄲ 

6. 심판이 뭐 좀 먹인다 하면 바로 일어나서 뻐X 날리고 소리 지르는 사람 엄청 많음

7. 골 넣고 홍염까기 ㄲㄲ 


결론은 너.무.재.밌.었.다.! 이렇게 잼난 경기를 이렇게 직관으로 본 적도 처음인 듯. 중간에 약간 지루해진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우리나라 리그에서는 보기 힘든 개인기와 발재간을 볼 때마다 '호오!!!!' 눈을 떴고 골 넣고 환호하는 벤피카 홈팀 사람들을 볼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진짜 열광의 도가니. 관객은 한 6만명 정도였는데 포르투갈 축구민 인싸체험 하고 온 기분이었다. 요 게임 이긴 걸로 당시에 벤피카가 리그 1등 먹었었단 듯.



축구를 본 뒤로는 다시 센트럴 근처로 돌아와서 맨날 지나가며 보기만 했던 코끼리 펍에 갔다. 창 밖으로 둠칫둠칫 움직이는 코끼리와 화려한 조명 때문에 어떤 곳인지 궁금했었는데.. 그냥 평범한 펍이었다. 대구 고로케와 무슨 브라질 어쩌구를 먹었다.




이렇게 이 날도 지나갔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는 게 너무 아쉬운 휴가.  

매거진의 이전글 강펀치 In Lisbon -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