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이에게 큰소리를 치며, 화를 내었다. 그리고 또 후회를 한다. 언젠가 어디선가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학교에서 혹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아이들에게 소리를 안 지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들 셋이 난리를 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우리 부모님은 인정하지 않으시겠지만, 나는 다른 부모님들에 비해 상당히 센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래서 40 중반이 된 지금도 부모님을 뵈면 주눅이 들고, 무언가 답답한 기분을 느낀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는 80이 넘는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을"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별로 없으시다. 그 옛날 학창 시절에는 곧잘 하셨던 공부로 많은 기대를 받으셨고, 대학교도 좋은 대학을 졸업하셨다. 몇 년간 사법고시를 준비한 기간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아버지는 항상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사셨다. 또한 "다소" 특별한 공무원 일을 하시면서 직장생활의 많은 시간을 주로 "갑"의 위치에서 보내셨다. 그러다 보니 말투, 생각 등 대부분의 것들에 "갑"의 입장이 배어있다. 이런 것들은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학창 시절부터 무언가 강압적이고 틈이라고는 없는 아버지의 말투와 태도는 나에게는 큰 산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는 그런 아빠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친근하고, 친구 같고,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아빠. 편하게 다가가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아빠가 되리라.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어느새 강압적이고 무서운 아빠가 되어 있었다. 마치 우리 아빠처럼..
싫어하면서 닮아간다고 했던가.. 처음에 했던 다짐들은 다 어디 가고 어느새 나는 약 40년 전 우리 아빠가 했던 것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그러고 있다. 하루하루 오늘은 안 그래야지 안 그래야지 다짐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지만, 난리가 나고 있는 집안 광경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소리부터 나오게 된다. 머리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미 입에서는 큰 소리가 나오고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인가?
늦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늦은 것인가?
답을 알 수 없는 고민 속에서
오늘도 안그래야지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지만, 또 소리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