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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Apr 04. 2021

얻은 것만큼이나 가치있는 잃은 것

<라라랜드>

어느새 내가 25살이 됐다. 이번학기에 계절학기까지 마무리하면 지긋지긋한 대학생 생활도 마무리짓는다. 이번 학기가 사실상의 막학기다. 근로장학으로 돈 모으고 공부하다가 졸업해야지. 사회인이 되는건 알게모르게 기대되는 일이다.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어쩌지 싶었는데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뿌듯해진다. 아무 근거도 없는데 내 미래는 지금보다는 더 재미있을 것 같다. 분명 고생 많이 하겠지. 근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마찬가지일테니 거의 내려놓기로 한다. 돌아보면 내 20대는 원하는 거 거의 다 이뤄진 것 같다. 포기만 안하면 거의 다 그랬다.


중간에 놓지만 않으면 거의 다 이뤄졌다. 유럽여행도, 어찌저찌 맞춘 졸업학점도, 이리저리 흔들리던 시기에 쌓았던 F학점들도 좋은 점수로 대체됐다. 거의 대부분 내가 가만히만 있어서 이뤄진 건 아니었을거다. 가만히 앉아있는 걸 싫어하는 나는 이리저리 많이 움직이고 다녔다. 좋은 직장에 들어간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모은것도 아닌데, 원하는게 이뤄지는 인생을 산다는건 참 감사한 일이라는걸 하나 둘 씩 알아갔다. 동시에 이 과정은 새로운 내 모습을 찾는것과 같았다.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했던 내가 한정판 스니커즈들을 하나 둘 씩 모으기 시작하고, 세상 돌아가는 거에 관심 많고 싶었던 나는 이제 취미가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찡찡거리기만 했던 내가 어느새 이렇게나 자랐다. 신기한 일이다.



<라라랜드> 재개봉 역시 나에게는 소망이 이뤄진 것과 같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고, 지금보다 훨씬 불안한 처지에 있을 때 봤던 작품이다. 라라랜드가 재개봉한다는 기사가 나올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영화관엔 나 혼자밖에 없었다. 그 때 또 내가 사고싶었던 물건이 온 날이라 그걸 신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영화관을 나섰을 때 나는 내가 잃어버렸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이런 반추는 나에게만 적용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영화에 대한 반응이 워낙 좋았으니까 말이다. <라라랜드>는 꿈 대신 떠나보내야 했던 현실에 대한 영화다. 공연장을 열고 싶었던 남자주인공. 여배우가 되고 싶었던 여자주인공. 원하는 대로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이룬 것들? 분명 값진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했으니까.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했을테니까. 여주인공 미아와 세바스찬이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주요 플롯은 남-녀 관계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열심히 사는 서로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또 각자가 하는 선택에 실망하고 싸우면서 말이다. 특이할것도 없고 영화같지도 않을 이야기들이다. 각본은 특이함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공감을 사지 않았다. 단순히 영화가 로맨스를 소재로 삼은 영화는 아닐것 같다는 내 생각이 여기서 온다. 이 영화는 사랑보다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시작 오프닝 노래는 그 유명한 'City of stars'다. 엔딩은 둘이 꿈을 이뤄 재회하는 부분이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원하는 내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고 만들었다는 근거다.


그래서 감독 데미언 셔젤은 <라라랜드>를 통해 인생의 선택에 대해 말한다고 생각한다. 매 순간에 이뤄지는 선택은 조금씩 조금씩이 뭉쳐 만들어진 결과다. 꿈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얻는 것 만큼 잃는건 분명하다. 어느 순간에는 웃을수도, 또 울수도 있는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 다 마찬가지겠지. 가끔 가정을 한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내가 더 성숙했으면 어땠을까. 그때의 나는 내 자신을 속였던 거 아닐까. 이런 가정 자체 다 의미 없다. 어차피 지금을 사는건 나니까. 그럼에도 씁쓸한건 여전히 남아있다. 왜? 얻는다는 건 그만큼 잃는다는 것이고, 사람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영화는 이렇게 꿈에 도전하며 실패하고, 그러면서 관계를 위태롭게 유지하는 두 주인공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사람 완벽한거 아닌거 알어. 사랑? 사람이 하는건데? 미아와 세바스찬? 그래서 결국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을까?


감독 데미언 셔젤은 굉장히 간단한 답을 내렸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것이 어떤 것이든 당신이 잃은 것이 얻은 것만큼이나 가치있어요'라고 답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정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현실을 사니까. 그럼에도 후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고집불통에 대화는 조금이라도 통하지 않던 사람이더라도, 마지막에 웃으면서 떠나보낼 수 있다면 그 나름대로의 의미는 분명히 있다. 왜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여운을 남겼을까. 아련하게나마 떠나보냈던 사람이나 기억들이 하나 쯤은 있어서 아닐까. 본지 1년도 더 된 영화지만 나에게 큰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 얻은 거 만큼이나 잃은 것도 큰 의미를 지닌다. 어떤 목표에 닿을 때 사람이 꼭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 잃은 것만 생각하기 보다, 웃으며 떠나보낼 내일을 위해 오늘날의 나를 격려하는게 우리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라라랜드>, 본지 1년도 더 됐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는 좋은 영화다.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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