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고, 버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랜 휴직 끝에 저경력 교사로 복직하고 2학기 째를 보내고 보니, 너덜너덜해진 멘탈, 아픈 몸, 저질 체력과 함께 '내가 과연 학교에서 생존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남는다.
아이들은 미성숙하고 이기적이며, 학부모들은 참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개차반인 아이들이 많고 담당 교과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차라리 수업만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이 더해지면 '아 진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여전히 남는다.
특별한 이유 없이 내 수업을 좋아하고, 지루한 수업도 참고 들어주는 아이들이 더 많고,
학교 교육을 믿고 묵묵히 지원해 주는 다수의 학부모들이 있음에도
"그걸로 퉁쳐!"가 되지 않는다.
잊을만 하면 사고 치는 2-3명의 아이들, 1-2명의 유난스러운 학부모들이 한 해의 업무 강도를 좌우한다. 대체로 1-2명의 유난스러운 학부모는 높은 확률로 한 반에서 유명한 2-3명의 아이들의 부모이다.
우리 아이는 반에서 눈에 띄는 아이다. 때로는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반 아이들과 다툼도 종종 생긴다.
담임 선생님과 통화할 일도 다른 아이들보다 많고 부탁드릴 일들이 꼭 생긴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의 업무에 꽤 높은 지분을 갖고 있을 테고, 그 반의 '대체로 유난스러운 학부모'는 나 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쉬는 시간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데요, 선생님."이라는 학부모 전화에
"아 그래요? 어머니, 제가 좀 더 신경 써서 볼게요."라고 대답은 하지만,
마음속 한편에서는 '하 쉬는 시간 일까지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는 피로한 교사 A가 되고,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전화드려서 이것저것 말씀드린 후,
"아 어머니, 그런데 제가 oo 이만 계속 보기는 조금 어렵지만... "이라는 대답을 들으면 순간 '아차' 싶다가도 서운한 마음이 드는 학부모 B가 된다.
우연히 들어간 사진 어플에 5년 전의 오늘이라며 아이의 아기때 모습이 재생되어 나온다.
'이 아이가 이렇게 예뻤구나.' '우리에게 이렇게 큰 기쁨을 주며 컸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핑 돈다.
남들보다 몇 배는 더 힘들게 키웠고, 남들만큼 정성과 사랑을 쏟았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아 이렇게 사랑으로 키워 보낸 30명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 있구나.'
복직을 하며 이 직업의 감정 소모가 나를 파먹는 것 만 같았다. 그래서 더 이상 이곳에 있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고, 학교가 아닌 곳에서의 플랜 B를 늘 떠올린다. 언제까지 직장인 교사 A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학부모 B의 마음을 기억하며 버텨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