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글쓰기를 하는 가장 큰 목적
앞서 글쓰기의 1차 목적은 당신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쓰기의 최종 목적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글쓰기의 목적을 다르게 보는 관점도 있을 겁니다. 아니, 많을 겁니다.
그러나 표현과 앵글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그저 표현적인 단어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글쓰기와 관련해서 세 단어를 잊지 말아 주시길 바랍니다.
의도
전달
설득
이 세 단어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당신의 글쓰기는 아주 조금, 정말 조금이나마 나아질지 모릅니다. 목적을 알고, 그 목적을 단단히 품고 있다면 그 어떤 행위라 하더라도 이전보다 나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목적’의 힘은 그런 것입니다.
당도해야 하는 곳.
당도해야 할 곳이 어딘지 안다면 가는 길을 좀 헤맬지언정, 가는 길이 가시밭길일지언정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으니까요. 이 가능성의 유무는 대단한 차이를 낳습니다. 그 가능성이 있다면 그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고, 그 가능성이 없다면 그 행위를 안 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렇다면 '목적'은 당신의 행위를 '가능'하게 해 주는 동력이 되어 준다고 봐도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 행위를 하기로 한 근원적인 이유는 오로지 당신만 아는(때로는 자신도 모를 수 있으나) 이유겠지만 말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 세 단어를 찬찬히 톺아 보겠습니다.
의도, 전달, 설득.
글쓰기를 할 때, 즉 문자 메시지를 쓰고 이메일을 작성하고 각종 SNS에 올릴 글을 작성할 때 당신이 품는 ‘의도’는 무엇인가요? 물론, 그때그때, 건마다 다를 것입니다. 작은 의도는 전 세계 70억 명의 사람마다 제각각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의도는 사실, 큰 하나의 의도를 넓게 싸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답은 이미 말씀드렸지요. ‘설득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이 알고 보면 매일 하는 ‘글쓰기’는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제각각 다른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사연이 결국은 어떤 한 단어를 얻기 위해서 인지도 모릅니다.
오케이(OK), 말입니다.
그 많은 이모티콘, 이모지 중에 어쩌면 당신이 정말 자주 사용하는 모양은 ‘오케이’와 연관된 것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오케이’를 했다면 당신은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설득’을 당하신 겁니다. 상대가 당신에게 '오케이'를 했다면 상대가 당신에게 설득을 당한 게 되겠지요('당했다'는 표현이 선명하지만 좀 부정적이네요. 순화 표현을 앞으로 같이 찾아가도 좋겠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꼭 대립된 의견에서 얻어낸 ‘오케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타인과 사이에 놓인 어떤 지점에 같은 마음으로 닿고자 하루에도 그 많은 문자 활동(글쓰기)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지점에서 같은 마음으로 만나기.
이 책에서 앞으로 꾸준히 다루어나갈 ‘설득’의 정의입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 주실 마음이라면 끝까지 이 뜻 하나만큼은 뇌리에 각인해 주십시오!
‘어떤 지점’은 저마다 다르겠죠.
그러나 아마 ‘좋은’ 지점일 겁니다. 당신에게도, 상대에게도 나름대로 어떤 방식이든 ‘플러스(+)’가 되어 줄 만한 지점일 겁니다. 그러니 두 사람이 가서 만나야 할 지점입니다. 이때, 당신과 상대방이 같은 마음이라면 다행입니다. 문제는, 그 지점에 대한 두 사람(상대는 여러 명일 수도 있습니다)의 마음이 ‘다를 때’입니다.
어떤 지점에서 같은 마음으로 만나야 하는데 두 개(이상)의 마음이 어떤 식으로든 다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최소한 당신의 마음을 알려야 합니다. 알리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상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저, 내 마음 같으려니….
당신이 오늘도 힘들어하는 우리 삶의 고질적인 테마, '인간관계'는 정말 많은 경우, 이 ‘내 마음 같으려니’가 오해와 갈등의 단초가 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이 상대에게 왜 서운했는지, 왜 짜증 났는지, 왜 화가 났는지 말입니다. 혹시, 당신 마음을 알아주지 않아서 그랬던 건 아닌지요.
당신 마음-. 그게 바로 당신의 ‘의도’입니다. 혹시 ‘의도’의 어감을 다소 부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 짚겠습니다. ‘의도(意圖)’의 네이버 국어사전 풀이입니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
‘의도’의 한자를 봐주십시오.
意=뜻 의
圖=그림 도
아하, ‘뜻의 그림’이란 말이 되는군요.
여기서, ‘圖’란 한자어 어원을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바깥에 담이 에워싸고 있는 듯한 ‘에워쌀 위(口)’’가 보이지요? 안쪽 글자 ‘啚’는 ‘곡식창고’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성읍에서 곡식창고가 세워진 변두리 지역을 말한다고요. *그래서 ‘圖’는 중심 되는 읍口과 변두리 지역啚을 함께 모두 그려 넣어야 하는 것이 지도(地圖) 임을 말했고…. (193p, 『한자 어원사전』, 허영삼/도서출판 3)
그러니 ‘의도’의 뜻은 당신의 ‘뜻(느낌, 기분, 감정, 정서, 생각, 바람, 아이디어, 의견 등)’을 ‘중심지와 변두리 지역’을 모두 아우른 그림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그림은 어떤 그림일까요?
대충 뭉뚱그려 뭐가 뭔지 알아보기 힘들게 흐릿한 그림일까요?
‘소상하다’는 뜻이겠지요.
‘의도’의 그림은 소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확해야 합니다.
이런, 이 책의 결론이 벌써 나와 버렸는지도 모르겠네요.
당신의 글쓰기는 ‘소상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것을요!
다음 장에서 소상하고 정확한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