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우리 아기
강경 자분파였던 내가 결국 제왕으로 아기를 출산하게 되었다. 머릿속에 자연분만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혀서 임신기간 내내 자연분만을 노래를 불렀는데, 출산이 임박할수록 나의 몸 상태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꼬리뼈를 다친 적이 있어서 계속해서 꼬리뼈가 아팠었고, 허리도 약해서 대학병원, 한의원, 물리치료 등 안 받은 치료가 없었다. 그럼에도 허리나 꼬리뼈는 잘 낫지가 않아서 엄마는 자연분만으로 한다니 걱정이 늘어지셨다.
생각해 보니 허리 아프면 아무것도 하지도 못하고 아기를 낳아서도 케어하기가 힘들 수 있단 생각도 들고, 정해진 날에 지정된 선생님한테 출산을 하는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돼서 제왕절개 분만 방법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그쯤 뱃속 아기가 작게 자라고 있어서 유도분만을 해야 할 수도 있단 얘기를 들어서 마음이 제왕으로 무게가 실어져 선택제왕을 하기로 결정했다. (초산모의 경우 유도분만하다 응급제왕으로 난산을 겪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자연분만이 좋을 거란 많은 사람들의 생각 때문인지 내가 선택제왕을 선택하는 게 이상하게 스스로 나약한 것 같고 죄책감도 들었던 것 같다. 친정부모님한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어도 시부모님한테는 자연분만을 못하는 이유를 납득시켜야 할 것 같고, 죄인이 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마음 한 편으론 불편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시부모님은 눈치주시진 않았지만 내가 스스로 눈치 보는 상황.. 근데 또 생각해 보면 내가 스트레스도 안 받고, 몸도 건강해야 아기도 잘 키워낼 수 있는 것 아닌가 싶고, 출산방법을 결정하는 건 오로지 출산을 감당하는 나의 몫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고민 끝에 제왕 날짜를 받아놨고, 그 날짜에 맞춰 준비하던 중 하필! 그 전날 이슬이 비쳤고 깜짝 놀라서 남편이랑 병원 진료를 받게 되었다. 담당선생님은 자궁이 안 열려서 바로 나올 것 같진 않은데 예정대로 다음날 할지 아니면 그날 오후에 할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하셨지만 정해진 날이 아니면 담당선생님이 일정이 안 돼서 수술이 어렵다 하셨고, 나는 당장 나올 것 같진 않아서 예정된 내일 하기로 결정하고 남편과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그렇게 병원에 나와서 뷔페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저녁은 보쌈을 시켜서 마지막 식사를 마무리했다.
그동안에 이슬은 계속 나왔고.. 양수도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았지만 내일 오전이라 좀 만 더 버티자 해서 누워있다가 새벽부터 가진통이 시작되었다..
10분 간격으로 아프기 시작해서 잠을 잘 못 잤는데, 진짜 악소리 나오게 아픈 건 아니라 참았다.
원래 가기로 한 시간에 병원에 가서 태동검사 및 항생제 테스트를 진행했다. 병원 도착해서 양수를 또 한 번 쏟아서 침대에 패드를 깔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계에서 내 진통 고통도 수치화해서 나오는 건지 간호사선생님들이 진통이 있다며, 꽤 아플 텐데 수술 일정을 당겨야 된다 하여 담당선생님 출근하자마자 수술을 하기로 했다.
난 진통의 세기가 심해지는 기분이라 내가 왜 하루 전에 수술을 하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선택제왕 날짜 잡아놓고 이렇게 겪을 거 겪으면 억울할 것 같단 생각이 들다가 분만실 다른 산모(자분산모인 것 같다.)가 소리치는 걸 들으니 난 진통을 겪는 것도 아닌가 보다 생각도 들었다.
정말 조금 느낀 고통이지만 자연분만한 산모들 대단하다.
그렇게 제왕절개로 정해진 시간보다 약간 빠르게 출산을 하게 되었고, 아기가 나와서 울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10달 동안 태교도 잘못해 주고 예민했던 엄마 뱃속에서 잘 견뎌준 아기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여러 감정이 올라왔던 것 같다.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작게 나온 우리 아기지만 잘 먹이고 키워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비록 제왕수술의 고통을 감당하고 있지만.. 얼른 몸도 나아서 애기도 잘 안아 볼 수 있게 준비해야지!
고통을 직접 겪어보니.. 제왕절개한 산모들도 대단하다.. 출산을 한 모든 산모들에 대해 진짜 존경을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