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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시작

산후우울증?!

by 나린


출산하기 전까지 '산후우울증'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생각했다.

나의 감정기복은 조리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땐 몸이 아파서 이런저런 생각이 안 들다가 산후조리원으로 옮겨졌을 때부터 나의 감정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남들은 산후조리원에서 제일 행복했다는데, 나는 조리원 2주 동안 눈물을 흘리며 보낸 날들도 많았다.


'내가 아기한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나란 존재는 희미해지고 엄마로서의 역할만 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퉁퉁 부어있고, 얼굴은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TV 드라마 속 예쁜 여자 연예인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꾸미고 나가는 것도 하나의 기분전환이 되는데, 난 언제 가능할까? 꾸민다 해도 예전처럼 그런 젊음이 보일까?' 아닐 것만 같아서 기분이 축 처졌다.

한편으로는 예쁜 아기를 낳아놓고 이런 생각이 드는 나 자신이 싫고, 아기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마음이 괴로웠다.

그러다 보니 나의 감정의 화살은 남편을 향했고, 이유 없이 감정이 격해지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나는 여태껏 노력하며 살아온 내 삶을 뒤로하고 아기 키우는 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외모도 다 망가졌는데, 남편은 달라진 게 없어 보여 괜스레 손해는 나 혼자 다 본 느낌이 들어서 남편한테 짜증도 내고 우울감을 토해냈던 것 같다.


남편도 또 다른 책임감과 부담이 있을 텐데, 지금 순간 내 감정과 내 몸이 아픈 것만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 돌아보니 남편도 아기의 탄생을 기뻐할 수 있는 시간보다 나의 우울감을 마주하며 눈치보기 바빴던 것 같아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조리원에서는 강한 마음으로 모유수유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 모유 수유와 유축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너무 힘든 일이었다. 모유가 잘 나오려면 하루에 3 시간텀으로 유축을 해야 하는데, 이게 새벽까지 해야 잘 나온다 하여 몸상태도 안 좋은데 잠도 잘못 자고 하니 서럽고 힘들었다. 아기한테 모유는 주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고, 버거운 나날들이었다.


산후조리원은 산모 몸 회복에 더 집중하는 게 좋다던데, 아기를 다른 사람한테 맡기고 혼자 방 안에서 쉰다는 게 아기한테 미안하고 못할 짓하는 기분도 들었다. 다른 산모들은 정해진 모자동실시간이 아니어도 방으로 데려가서 캐어하는 것 같은데, 나만 힘든 건가.. 남겨진 우리 아기한테 너무 미안하고 불쌍해서 방으로 데려오기도 자주 데려왔다. 그러다 보니 내 몸이 부서질 것 같고, 참 어려운 조리원 생활이다.

몸도 마음도 성한 곳이 없어서..


조리원에서부터 다른 산모들과 유축량부터 비교하려면 끝도 없다는 걸 느끼면서

건강한 육아를 위해서는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아기를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비교군이 있겠냐만은..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비교하고 따라 하다 보면 내 정신건강에도 안 좋고 올바른 육아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초보엄마지만 나만의 중심은 잘 잡아보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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