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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 Dec 28. 2020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팀장

< 3화 >   

팀장님이 프로젝트 제안을 해주셨다. 캐릭터 개발이었다.

한 달 정도는 이 프로젝트에만 집중했다. 일이 오랜만에 재밌었다. 그렇게 캐릭터는 점점 자리를 잡아갔고 직원분들의 관심도 많아졌다. 하지만 잠깐이었다.

"왜 뚜기님만 작업해요? 저도 캐릭터 직업 시켜주세요." 팀 회의 때 동료는 말했다. 당황스러웠지만 팀장님이 잘 말씀해주실 거라 믿었다.

하지만 팀장님은 가마니가 되어있었다. 팀원들 사이에 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팀장은 리더다. 선장이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배는 갈 길을 잃는다. 이때 리더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작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는 팀장님을 보고 말았습니다. 저는 답답해서 속이 다 타버렸습니다. 당시 하고 싶은 말이 잔뜩이었지만 '팀장도 가만히 있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라는 생각에 큰 부담이었어요. 결국 말을 삼켰습니다. 직장에서 말삼키기는 아주, 자주, 많이 있습니다.

캐릭터 개발, 너무 재밌게 한 프로젝트였지만 잠깐의 꿀 같은 시간이었고, 그 뒤 가이드도 없이 누구나 캐릭터를 마구잡이로 사용하고 응용하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팀장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선장이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배는 갈 길을 잃어버립니다. 하물며 새들에게도, 사자에게도, 늑대에게도 리더가 있죠. 그 리더들의 영향력에 따라 일원들은 더 앞으로 나아갑니다. 제가 개발한 이 캐릭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타깝고 후회됩니다. 총대 매고 주장을 해볼 수도 있는데 제가 말을 삼킴으로써 포기를 한 거니까요.

결론은 좋지 않지만 이때의 캐릭터 제작 경험이 지금의 글과 그림을 쓰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뚜기와 기쁨이, 버럭이, 슬픔이에게 제 성격과 입장을 대변해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게 그 증거라 생각합니다.

독자님들도 혹시나 지금 상황이나 과거의 기억에서 이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나중에 써먹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에게 계속 좋은 주문을 걸다 보면 그 기억은 좋게 변하는 거 같아요. 응원하겠습니다.


I can do it, You can do it, We can do it!

영화 '삼진그룹영어토익반'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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