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오빠에게 들은 말. "강박 좀 버려. 그거 병이야."
장난반, 진담반인 말이었지만,
난 이 강박을 덜어놓기엔 힘들 거 같다.
난 계획형 인간이다.
계획하고 이뤄내고, 또 계획하고 이뤄내고,
이 과정 속에서 나는 나를 성장시켜왔다.
퇴사와 이직을 반복했던 이유도
나름의 내 계획에 비롯된 것.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 자체가 재밌다.
얼마나 좋으면 체크리스트 메모지도 사서
리스트를 채우고 지워나가는 재미에 빠져있다.
어느 날 밤, 난 너무 찜찜했다.
바로 체크리스트 항목들을 다 못해서 말이다.
마저 하고 잘까?
마무리를 지어야 내 마음이 편할 거 같아.
오빠는 대답했다.
네가 계획한 걸 다 못한다고
세상이 망하는 거 아니야. 푹 자고 내일 해.
그렇지.
내가 체크리스트에 있는 거 다 못했다고
세상 안 망한다. 아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결국 작업실로 들어가 새벽 2시까지 업무를 했다.
이거, 책임감일까 강박일까?
지금은 강박이라 생각한다.
이게 직장에서는 책임감으로 작용하겠지.
이런 나 자신이 좋다가도
가끔은 융통성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