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이사

by 배붕

남편과 살던 집의 전세계약은 5월 30일에 끝난다. 남편은 11월 5일 폭행/특수협박으로 인해 퇴거조치를 당한 상태이고, 그동안 나는 그 집에서 지내기가 심적으로 어려워 부모님 집 근처로 이사를 강행했다.

이사한 집에는 빌트인으로 들어와 있는 가구/가전이 제법 있어서 그동안은 차로 자잘한 짐들을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옮겨서 생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2월까지는 이사를 모두 마치고 3월부터는 빈집으로 두고 세입자를 구했으면 하는 생각이라, 변호사를 통해 2월 중에 남편의 집을 다 뺐으면 하고 날짜를 지정해서 나와 마주치지 않도록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일정을 조율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 남편은 2/20에 짐을 빼겠다고 연락을 했으며 나는 25일에 이삿짐센터를 통해 나머지 짐(큰 가구와 나머지 잔짐)을 옮기고 그 외는 모두 폐기할 예정이다.


2/20에 남편이 짐을 빼기로 한날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서 회사에서 일하는데 집중이 어려웠다. 혹시나 앙심을 품고 집에 또 화풀이를 하지 않을까 싶어 말이다. 그 성격에 그냥 단순히 짐을 뺄까 싶은 걱정이 들었다. 오늘로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 그 집에 가서 확인할 자신은 없다.

걱정이 너무 되지만 일단 마주칠까 겁이 나고, 난리를 쳐놨을까 봐 또 겁이 난다. 지독한 인연을 빨리 끊어내고 싶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좀처럼 일을 하지 않는지 12월 24일에 조정신청서를 접수를 했는데, 아직도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집에만 가면 가는길에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고 집에갔다온날은 여지없이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통에 그 집에 가기가 꺼려진다. 3년 반을 산집인데도 말이다. 오히려 짐을 정리하면서 거의 모든 지분이 내 거라는 게 인지가 되자 그가 화를 내며 나에게 꽃뱀이랑 칭한 이유도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직 계약이 남았지만 왜 이렇게 빨리 정리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빨리 정리해서 그 집에 다시 돌아가기가 싫다. 정신과 의사와도 이야기했지만 그 집에만 가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드러기가 난다고 이야기하자 빨리 정리하고 그 집에는 다시 가지 마세요라고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리될 거라고.


빨리 정리해서 일상을 되찾아 가고 싶다. 마음 한편에 있는 두려움은 언제쯤 떨쳐 낼 수 있을까. 살면서 앞으로 아이들 때문 에라도 어떻게든 엮이게 될 텐데 다시는 마주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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