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혹시나'했던 하루.

by 뚱띵

10월 18일 밤 11시 59분이다. 19일 00시로 바뀌는 순간을 휴대폰 시계로 바라보며 나는 기대한다. 내 동생, 아니면 헤어진 애인, 혹은 연락이 끊긴 지인들... 누군가가 나에게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낼지도 모른다고. 내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했던 이벤트 중 하나였기에 거꾸로 누군가의 소중한 사람으로 존재하는지 현주소를 확인하기 딱 좋은 기회라고 느끼면서 말이다. 그러나 실패. '혹시나'는 '역시나'가 된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침이다. '생일날에 최소한 미역국은 먹어야 한다.'는 주의이기에 내가 손수 끓여서 먹을 수 있는 미역국조차도 혹시나 방문한 식당에서 시킨 음식의 국이 미역국이기를 기대하면서 외식을 계획해 본다. 그런데 또 딱히 떠오르는 식당도 없다. 솔직히 어디로 놀러 간다던지, 먹고 싶은 게 있다던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던지 등등 딱히 마음이 닿는 것은 없었다.

이런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실망만 쌓여가는 우울한 하루가 되는 것이다. 사실 요 몇 해 전의 생일 땐 대구 앞산의 어느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비싼 점심을 먹고 온 적이 있다. 그땐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는 기분이 들어서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음식은 그렇게 배부른 양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식감과 모양이 인상적이었고, 준비된 음식이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정성이 느껴지면서 이런 음식을 음미하는 나 자신이 귀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나이를 먹어선가? 시큰둥해진다. 굳이 멀리까지 가서 뭔가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축하는 받고 싶은 변덕스럽고 욕심만 챙기는 그런 심정이었다. 외로워서일까? 18일만 해도 17일만 해도 19일을 대단하게 보내리라고 마음먹었는데 말이다.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이대로 집에만 있다가는 시간만 보내고, 안 되겠다고 결론 내렸다. 웃고 싶었다. 안 가본 곳에 가서, 안 먹어봤던 음식 먹어보고, 경치 좋은 곳에서 내 일상을 여유롭게 되돌아보고 싶었다. 그리곤 이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그 마음 그대로 집으로 귀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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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밤 10시 반을 향해가고 있다. 그래서 어땠냐고? 대구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서, 그간 못 먹었던 꼬막비빔밥을 먹었지. 그동안 못 나눴던 얘기를 한다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하게 백화점 쇼핑을 하는 대신, 소박한 시장구경으로 만족했다. 며칠째 잔뜩 찌푸린 하늘 탓에 기분이 다소 가라앉았지만, 갑자기 전화해도 시간을 내어주는 친구가 있기에 내 마음은 조금씩 볕이 들고 있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어서 친구에겐 생일얘긴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생일케이크를 샀고, 저녁에는 시원한 미역국을 끓여 나를 위한 생일상을 차렸다. 기념하고 싶어서 항공샷으로 사진도 찍었다. 비로소 기분이 풀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찌 보면 굳이 생일 이벤트를 계획하는 것 자체가 의무적이며 귀찮은 일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을 보내면서 하나는 확실히 느꼈다.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려면 내가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 누군가에게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의지하지 말고, 이벤트 따위 기대하지 말고,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하자. 나는 그런 정도의 능력은 충분히 되는 사람이니까. 어찌보면 나는 아직까지 나를 몰랐다. 평소에 나에게 관심을 두면서 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제부터라도 내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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