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의 닻

by 뚱띵

우리 집 고양이 꽃순이를 쓰다듬는 순간에 명상으로 촉각의 닻을 내렸다.

10여 년 전부터 내 옆을 지키고 있는 행운의 마스코트, 우리 꽃순이.

퇴근 후 씻고 일기라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부리나케 날아와서 책상 한 구석에 식빵 자세를 하고 앉는다. 엉덩이까지 바닥에 바짝 붙여서 온몸으로 나의 손길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녀석의 콧잔등을 검지 손가락으로 아래위로 짧게 쓰다듬는다. 그러다가 양손으로 양볼을 가볍게 스치기도 하고, 볼살을 꼬집어보다가 턱밑으로 손을 옮겨 가볍게 긁어준다. 이어서 머리 쪽으로 방향을 바꿔 상냥하게 쓰다듬는데, 그때마다 꽃순이는 마치 등으로 손길을 옮겨달라는 듯이 머리와 등을 수평으로 맞추며 납작 엎드린다. 그러면 나는 귀뒤를 시원하게 긁어주다가 드디어 등으로 손을 올린다.

그때부턴 등에서부터 엉덩이, 꼬리까지 한 손길로 쓰다듬는데 부드러운 털의 촉감이 내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듯하다.

이 동작의 반복은 마치 명상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나른하고 부드럽고 주위를 잊게 하여 지금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꽃순이가 꼬리를 살랑살랑거리면서 바닥을 쓴다. 녀석도 나처럼 명상을 하는지 지그시 눈을 감고 그 어디에도 닿지 않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마치 따뜻한 오후 해안가의 잔잔하게 찰랑이는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눈치 없는 나의 손길이 꽃순이의 심기를 건드리는 순간, "거기 아니잖아~"하듯이 나를 돌아보며 짜증 섞인 울음소리를 낸다. 그러다 "기분 망쳤어." 하듯 이내 휙하고 일어나 자리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공주님의 비위를 맞추기는 이토록 어렵다.

나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정착했던 촉각의 닻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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